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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18~29세로부터 외면받는 신문

by 수레바퀴 2009. 10. 22.

미디어 믹스(Media Mix)의 생태계 속에서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플랫폼의 변경이나 전환이 미래전략으로 상정되서는 안된다. 신문 고유의 상품과 경쟁력을 제대로 보전, 발전시키는 일이 결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신문의 저널리즘이야말로 가장 큰 혁신의 대상이다.


전국 가구 구독률이 31.5%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현재 돈을 내고 집에서 정기구독하고 있는 신문(회사 등에서 구독은 제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는 2001년 51.3%, 2006년 34.8%에 이은 수치로 연 평균 2% 이상씩 낮아진 것이다. 이런 추이라면 내년 조사에는 20% 대가 확실시된다.

한국광고주협회가 21일 발표한 ‘2009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장소나 정기구독 여부에 관계 없이 지난 1주일간 적어도 1개 이상의 기사를 읽은 비율(무가지 포함)인 주간 열독률도 2001년 69.0%에서 올해 55.8로 떨어졌다. 몇 년뒤면 50%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터넷 이용률은 69.7%로 집계됐다. 18~29세 연령대의 경우 99.3%, 30대 95.1%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도 77.5%에 이르렀고 50대는 44%나 됐다. 인터넷 시작 페이지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64.3%나 됐지만 언론사 뉴스 사이트는 0.3%에 불과했다.

또 인터넷 뉴스 열독 사이트로 네이버는 56.1%, 다음 19.9%로 나타났다. 유의미한 순위에 오른 7개 사이트 중 언론사는 조선닷컴(0.8%), 조인스닷컴(0.5%) 두 군데에 불과했고 네이버와의 격차는 수십배나 됐다.


이와 관련 목적별 미디어 이용 비중을 보면 일단 보도/기사/뉴스에서 신문의 비중은 14.8%였으나 인터넷은 19.8%로 주경쟁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이용 비중에서도 신문 12.8%, 인터넷 26.4%로 2배 이상 벌어졌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도/기사/뉴스 이용 매체에서 KBS(31.0%), MBC(31.0%)에 이어 네이버(11.1%)가 올랐다. 반면 조선일보(3.1%), 중앙일보(1.9%), 동아일보(1.2%) 등 3대 종합일간지를 다 합쳐도 6.2%에 불과했다. 광고주들이 주목하는 연령대(18~34세)와 근접한 18~29세의 경우 네이버가 1위였다.

뉴스 외 정보분야에서는 포털사이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KBS, MBC 등 양대 지상파TV와 별 차이 없이 3위에 랭크됐다. 상위 10개 미디어 중에서 포털사이트는 4곳, 신문은 2곳에 그쳤다. 역시 18~29세, 30대 연령대에서 네이버는 1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 영향력이 큰 매체로 네이버(11.6%)는 3위, 다음은 6위, 야후는 10위에 오른 반면 조선(3.2%)은 5위, 중앙(1.2%)은 7위, 동아(0.7%)는 9위로 조사됐다. 이 분애에서도 조선, 중앙, 동아 3개 신문을 합쳐도 네이버를 따라잡지 못했다.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매체 분야에도 지상파방송사 MBC, KBS에 이어 3위에 올라 3대 종합일간지를 가볍게 눌렀다. 영향력이 큰 매체(객관적 평가), 나에게 영향을 주는 매체(주관적 평가) 분야에서 18~29세 연령대는 네이버를 첫 순위로 꼽았다.

5년 정도 뒤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는 매체 순위에서도 네이버는 3위에 올랐다. 이 지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와 2개 전통신문사들이 획득한 수치의 퍼센테이지다. 네이버는 18.6%였지만 조선일보 2.0%, 중앙일보 1.0%로 큰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앞으로 사회의 중핵이 될 18~29세 연령대는 네이버를 지상파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네이버는 가장 신뢰하는 포털(63.3%), 나에게 영향력이 큰 포털(63.0%), 가장 친근한 포털(59.3%), 쇼핑 정보 의존 포털(53.0%) 등 다른 경쟁 사이트를 압도했다. 이 조사가 9월 한달간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이른바 ‘네이버 제국’은 흔들리지 않는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단 네이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미디어 전체가 신문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선호 미디어 항목에선 생활과 밀접한 미디어로 신문 6.7%, 인터넷 22.5%,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로 신문 7.0%, 인터넷 27.4%로 세 배 가량의 차이가 났다.

미디어별 향후 이용량 예상 조사에서도 신문은 지금보다 많이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으나 인터넷은 33.4%로 다른 미디어군을 제치고 1순위에 올랐다.

더구나 하루에 접하는 광고를 100이라고 했을 때 각 미디어 광고 접촉 비중을 뜻하는 미디어별 광고노출 비중에서 인터넷광고는 TV광고(63.8%)에 이어 16.5%를 기록했다. 신문광고는 9.9%로 두 자릿 수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간 신문낙관론자들이 신문지면이야말로 유의미한 광고라고 자화자찬한 것을 감안한다면 대비되는 조사치다.

신문매체의 이용률 급감, 인터넷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이번 결과는 세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신문 구독률 열독률의 지속적 하락과 TV, 인터넷 미디어의 광고효과 강세는 신문산업 자체의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근거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요 신문기업들의 방송사업 행보는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18~29세의 젊은 연령대의 오디언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할 때 인터넷과 TV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요 신문기업이 이들 독자들에 대해 뚜렷한 유인 전략이나 마케팅 기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신문의 인터넷 서비스를 포함 CRM 전반이 이들 세대에 우선 포지셔닝 될 필요가 있다.

셋째, 3대 종합일간지도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는 등 전 신문매체가 시장기반을 잃고 있다. 구독률, 열독률 수치도 거의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다. 예컨대 부산일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로컬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중앙일간지에 잠식당하고 있다. 구독자를 흡수할 만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결국 그것은 저널리즘의 신뢰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향후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는 매체. 출처는 한국광고주협회 2009 미디어리서치.


신문산업의 위기 국면, 경향은 경기침체 여부와 상관없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것이다. 이 전환의 의미들을 되짚어 볼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스스로 자위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해답을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의 신문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저널리즘이라는 본령의 문제를 외면해선 안된다.

신문학자나 연구자도 부족한 시장현실에서 영리한 오디언스들이 신문을 이탈하는 광경을 다시한번 제시한 이 데이터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9월4일부터 한달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한 결과다.

덧글. 이미지 출처

덧글. 아래는 뉴욕타임스 모자와 티셔츠.

미국 사회도 저널리즘의 탁류와 부조리는 널려 있다. 그러나 적어도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경향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미국 신문산업이 행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바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티셔츠와 모자에 한국 언론사의 브랜드와 로고를 찍어 돌린다면 그걸 반기고 착용할 사람은 있기라도 할까?

그 문제의식에서 신문산업의 미래전략이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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