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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언론-포털 관계의 새로운 모색

by 수레바퀴 2008. 10. 7.

한국신문업계는 포털뉴스를 상대로 버거운 싸움을 해오고 있다. 포털뉴스의 영향력은 커지는 반면 신문사의 웹 서비스는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뉴스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포털사업자의 수중에 들어가 있고, 증가세에 있는 온라인 광고시장의 과실도 신문업계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신문의 뉴스 유통 전략이 처음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인터넷에 첫 발을 들인 포털사업자들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신문업계와 접촉, 손쉽게 뉴스 유통을 할 수 있는 판을 벌였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닷컴을 새로운 캐시 플로우로 상정했던 신문업계가 당장의 매출에만 매달린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산업적 경영적 배경은 결국 언론-포털간 관계를 '공급자-유통자'의 관계로 한정했고, 신문업계는 인터넷에서 콘텐츠 판매 그 이상의 가치창출을 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즉, 초기 뉴스 콘텐츠 판매 모델은 신문사닷컴에 수익이라는 열매를 준 반면 포털사이트의 배만 불리는 독배가 되는 것임을 판단하지 못했다.

포털이 주도하는 인터넷 뉴스 시장

이 결과 전통미디어는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대통령 선거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서 포털사이트의 의제설정 주도권을 넘겨주게됐다. 언론사들은 포털사이트 아궁이에 마른 장작을 연일 제공하는 머슴처럼 일만 한 것이다. 이때부터 엄청난 방문자수 등으로 확보된 트래픽은 포털을 인터넷 시장의 공룡처럼 만들면서 신문업계를 한낱 CP로 전락시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출처 : 코리안 클릭

2004년 7월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이 5개 스포츠신문의 독점 공급권을 따내면서 불붙은 포털의 뉴스 유통 주도권은 2005년 2월 '연예인X파일' 노출로 전기를 맞는다. 신문업계는 포털에 빼앗긴 뉴스 유통 주도권을 되찾지 않으면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신문업계는 뉴스 콘텐츠 이용 규칙을 비롯 포털과의 뉴스 유통 협상에서 이익을 찾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미 커질대로 커진 포털의 힘은 신문업계의 협상력을 번번이 궁지로 몰아넣었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뉴스 콘텐츠를 포식했다. 특히 포털의 인링크 서비스는 이용자들을 더 이상 언론사 웹 사이트로 들어오게 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은 첨예화했다. 언론사들은 '뉴스 저작권'을 토대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는 '아쿠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동 연대가 시작됐다.

특히 포털뉴스 편집의 선정성,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전통매체가 포털의 뉴스재매개 이른바 포털저널리즘과 자사의 온라인저널리즘 전반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게 됐다. 또 터무니없이 낮은 공급단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신문업계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의 포털뉴스 서비스 도입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언론-포털간 긴장관계 지속

포털측은 스스로 뉴스 서비스를 진화시켰다. 언론사의 뉴스를 공급받아 재가공하는 등의 형태로 이용자들의 구미를 맞췄다. 카테고리를 세부적으로 만들었고 재미있는 뉴스를 집중 부각시켰다. 심지어 일부 기자들을 프리랜서 형태로 영입해 독점 콘텐츠를 제공했다. 2006년 네이버에 개설된 민훈기의 MLB 소식이나 이동진 기자의 영화 정보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신문협회는 뉴스 시장을 잠식당하자 포털대응TF를 개설했고, 중장기적으로 언론사 공동의 뉴스포털 사이트를 새롭게 설립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맺는 포털과의 계약시점을 한 시점으로 통일하고, 언론사 뉴스의 포털 db 보유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온라인 뉴스에 투자를 진행했다. 통합뉴스룸 논의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일부 신문사는 온라인 뉴스 부서를 편집국 안팎에 신설했다. 인터넷 전용 기사도 생산했다. 또 일부 매체는 포털을 저널리즘적으로 활용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중앙일보(조인스닷컴)이 미디어다음 회원들을 통해 인터넷 여론조사를 공동으로 실시, 이 결과를 뉴스로 보도했다.

언론사 자구책 마련…포털 전방위 압박

점증하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온 포털사업자들은 뉴스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2007년을 전후로 이용자위원회를 앞다퉈 개설했다. 또 검색시 아웃링크, 언론사별 페이지 등 포털 뉴스 서비스 내용과 형식을 일부 변화시키면서 언론사와의 공생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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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언론사들은 조선일보 등 10여개 신문사를 중심으로 공동 포털 구축 움직임을 재개하면서 ‘뉴스뱅크협의회(이하 뉴스뱅크)’를 만들었다. 뉴스뱅크는 한국시장에 진입한 구글과 전면적인 아웃링크를 골자로 하는 계약을 추진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개가를 올렸다. 2007년 하반기 일부 신문사들은 뉴스 저작권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글 방식을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인링크 서비스를 고집해온 네이버가 일부 유력 신문사와 과거기사 디지털화와 뉴스 장기 공급계약 등의 조건을 내걸면서 언론사와 구글간 결속을 사실상 와해시켰다. 협상력이 더욱 강해진 네이버를 위시한 국내 포털사업자는 뉴스뱅크측이 주도하는 콘텐츠 유통모델(온라인 광고 포함)을 수렴하지 않은 채 ‘공생’ 의지를 다시 후퇴시켰다.

이명박 출범 이후 포털사업자에 대한 규제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사들도 다시 포털 포문을 일제히 터뜨렸다. 우선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신문사 광고주 불매운동을 방조한데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포털규제입법을 지지하고 나섰다. 일부 신문사는 저작권 침해를 들어 특정 포털사업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례없는 언론사 공동 전선

또 총 7개 신문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뉴스 공급을 전격 중단하는 한편, 신문협회는 포털TF를 재가동해 포털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현재 신문업계는 포털에 뉴스 공급을 아예 중단하거나 아웃링크 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한편 뉴스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있고 업계의 가이드라인도 제정할 계획이다.

즉, 신문업계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포털에 내어준 인터넷 뉴스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협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새 정부가 포털규제 조치를 드라이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뉴스 유통 질서를 저작권자가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털사업자들 역시 뉴스 서비스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이르면 올해 말 기존의 뉴스 서비스를 혁신하는 ‘오픈캐스트’를 예고하고 있다. ‘오픈캐스트’는 이용자들이 네이버 초기화면의 다양한 서비스 카테고리를 편집하고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다음 역시 뉴스 페이지 내 광고 영역을 부분적으로 언론사에게 내주는 조건을 걸었다.

특히 포털 안팎에서 뉴스 서비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뉴스 서비스 방식 즉, 인링크 방식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링크 방식에 따른 뉴스구매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뉴스 편집권을 행사함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그 리스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특히 포털 관계자들은 웹2.0 등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 펼쳐지는 웹 생태계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 논의

이에 따라 언론사들이 뉴스 공급 계약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할 경우 단순한 뉴스 구매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에 따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협력관계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뉴스뱅크의 ‘콘텐츠 매칭 광고’ 모델과 뉴스코리아(언론재단)의 저작권 신탁이 대표적이다. 즉, 콘텐츠를 단순히 포털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확보해서 수익을 분배하자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으로 포털사업자가 처한 수세적인 국면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에 없는 언론-포털간 공생 모델이 정착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그러나 그간 언론과 포털의 공생 모델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언론사들이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면 포털은 편집권을 행사해 언론사의 뉴스 가치를 완전히 해체시키는 반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기호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발굴해 놀라운 트래픽에 따른 광고 유치로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언론이 포털과 단순 공급계약을 맺은 이후 그때그때 언론사와 협력모델을 제시했지만 그것은 그때 뿐이었다.

다음의 경우 일부 언론사의 기획 서비스를 특집으로 편성하거나 특정 이슈에 대해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널리즘’의 완성도를 보완해주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면 한겨레신문의 노드 프로젝트(Node Project)는 일부 전문 기자들의 콘텐츠를 네이버에 독점 전재하고, 네이버는 이를 돋보이게 노출하는 형태다. 다음의 경우 블로그 기자단을 신문사와 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경제신문 등이 가담하면서 트래픽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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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언론사가 온라인저널리즘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더 이상 전개되지 않았고, 포털측도 이용자들의 기대 이하의 반응으로 꾸준한 시도를 이끌지 못했다.

언론-포털간 협력 관계 지속이 관건

네이버는 언론사 과거 기사를 디지털화해주고 이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전략을 제시해 일부 언론사가 계약을 맺었다. 언론사가 재원부족으로 과거 기사를 데이터베이스화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네이버의 기술과 자본으로 지원하고 과거 기사 검색 등에 따른 광고 분배로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또 네이버는 특정 신문사의 특정 기자 코너를 포털 뉴스 페이지에 부각시켜 ‘스타기자’, ‘매체 브랜드’를 공고히하는 전략을 제시해 일부 언론사가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언론-포털간 공존 모델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 일과적으로 개선, 보완된 것으로 언론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색시 아웃링크의 경우 언론사 사이트로 유입되는 이용자들이 ‘휘발성’의 특성을 나타내 언론사 트래픽에 긍정적 결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즉, 언론사 기사를 보고 다시 포털로 돌아가고 마는 뜨내기 이용자들만 양산한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 국내 언론사와 주요 포털간 협력모델은 기사 판매를 바탕으로 하는 '라이센싱' 모델이다. 라이센싱 모델은 콘텐츠 매출을 발생시키지만 포털이 뉴스 유통 이후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이후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몫은 포털이 챙기는 구조다. 또 최근까지도 포털은 뉴스공급계약을 맺은 언론사 기사만 포털에서 검색 노출을 하는 등 폐쇄적인 정책을 펴왔다.

현재 언론사들은 현재 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공동 비즈니스’와 ‘광고’라는 데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언론사들이 함께 모여서 결속력을 가질 때만 의미있는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때 광고를 포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면 막대한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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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뱅크의 경우 언론사 개별 뉴스 내용과 광고를 일치시켜 포털 뉴스 페이지와 포털 커뮤니티에 유통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뉴스뱅크와 포털간 협의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물론 포털규제 제도 향방에 따라서는 극적인 타결도 예상된다. 신문업계나 포털 모두 기존 방식의 뉴스 서비스 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통해 개선책을 만들자는 데 사실상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지 않아 신문업계 차원의 뉴스 포털이나 전면적 아웃링크 또는 포털 뉴스 페이지내 광고를 언론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공존 모델 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인 지배적이다.

언론사의 온라인 혁신도 상당히 중요

하지만 국내 인터넷 시장을 포함 미디어 생태계에 구조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시장 자체도 기형적이다. 경제인구 2,300만명의 시장 내에 미디어 기업이 너무 많고, 로컬 신문 등 차별성을 갖는 전문 매체들의 자립도가 매우 낮다. 여기에 ‘뉴스=공짜’라는 저작권 문화와 함께 관련 법제도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이다.

포털을 통한 정보 소비 집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언론과 포털의 협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웹2.0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는 인터넷 이용자들로 하여금 보다 주체적이고 생산적인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문업계를 중심으로 한 올드미디어 진영은 새로운 정보 소비세대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채 이념적으로 경도된 저널리즘으로 시장내 신뢰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문업계의 공동대응이 그때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물거품이 됨에 따라 포털과의 관계 설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될 가능성도 있다. 포털사업자들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네이버, 다음 양강 포털의 시장질서가 굳어짐에 따라 언론-포털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 설정에 논란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언론-포털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결국 신문업계의 공통된 인식 일치,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 분야에 대한 항구적인 투자와 함께 포털사업자의 진정한 ‘윈윈 모델’ 실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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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하는 제4회 세계한인언론인협의회 워크셥에서 발표한 자료의 텍스트본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 기자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고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가 고르지 않아 눈높이를 맞추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덧글. 가장 마지막 표 이미지의 출처는 <황용석(2008), '한국온라인뉴스 서비스시장과 협력적 에코시스템'>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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