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nline_journalism

촛불시위가 제기하는 문제와 해법

by 수레바퀴 2008. 6.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안병찬)가 26일 오후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 세미나실에서 '촛불에 나타난 1인미디어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제3차 언론인권포럼을 개최했다.

'아프리카'를 통해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피력한 나는 플로어 방청객과 인터넷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적 질문을 듣게 됐다.

이날 토론자로서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기에 앞서 그 부분을 해명하려는 것은 '본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광고주 불매운동이 의미있는 소비자 운동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문제를 안고 있는 전통매체를 향한 소비자 운동은 긴 싸움이다.

좀 더 항구적이고 체계적인 미디어 운동이 병행되거나 후속적으로 나와줘야 한다. 촛불시위가 그런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시각에서 보완 또는 변화의 화제를 꺼낸 것으로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린다.

[토론 요약]

촛불집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갈지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미화나 지나친 절하 모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들은 종전의 규칙, 격식, 관행을 뛰어 넘고 있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과연 어떤 긍정적인 역할과 의미가 있는지 차분한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 이 시점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우리가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은 있다.

예를 들면 스트리트저널리즘이 번성하게 된 것, 온라인 담화가 오프라인과 일치하고 있는 것, 조직적이고 전업적인 시민운동에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시민운동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시위 그 자체에서 문화적인 코드, 계층의 특성을 읽게 됐다는 점에서 단지 정치적, 사회적 측면으로서만 기능했던 시위의 성격이 변화한 것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촛불시위는 전통매체에 대한 1인 미디어 즉, 뉴스 소비자들의 만연한 불신과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밖에도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는 개인이 떠 올랐다. 아날로그 시대(20세기)는 군중이 중요한 이슈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담화의 발화점이 됐다.

그렇게 급부상한 개인의 실체는 멀티미디어 스킬, 인터넷 이용능력, 소통의 적극성 등으로 압축됐다. 특히 그 개인은 전통매체와 거리감을 갖는 단순한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현장의 기록자로서 전통매체와 대등한 경쟁을 이끌었다.

이들에 의해 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 여론은 비로소 일치가 됐다. 1인 미디어 세대가 주도한 촛불시위야말로 20세기가 곳곳에 금 그어 놓은 '경계'를 붕괴시켰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전통매체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했다고 본다.

우선 전통매체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은 과거보다 더 생생하다. 여론의제 설정력을 잠식당한 전통매체가 마지못해 촛불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수세적인 소통으로 전환한 것도 그 덕분이다.

그러나 뉴스룸과 기자들의 업무 내용 즉, 보도 내용에 근본적인 변화의 재료로 전환되고 있지는 못하다.

전통매체 뉴스룸이 아직도 촛불을 일과적이고 단발적인 소동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매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불신이 아니라 뉴스에 대해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소비자 운동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집중되고 있는 것은 광고주 불매운동이다. 직접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일부 매체들이 포털사이트나 광고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불매운동이 소비자 운동인지 아닌지, 기업의 영업행위를 방해하고 있는지 아닌지 법리적인 논란이 있다. 방통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 보류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소비자 운동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광고주 대상의 운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광고주들도 홍보효과가 있는 매체를 선별해서 광고를 게재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한 보도를 하는 매체라고 해서 네티즌이 그 매체에 광고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 그러한 광고주 불매 운동으로 인해 특정 매체가 영업에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래 이 운동이 시작된 원인인 보도 내용의 변화로 연결되느냐 하는 점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광고주 불매운동의 결과는 전체 신문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촛불시위 참여자들이 지적하는대로 사실 관계를 제대로 전하는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 사이에 이 운동의 여파로 분명한 우열이 발생하기보다는 전체가 공멸하는 기류가 조성되기까지 한다. 신문과 광고시장에 대한 냉정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개인 미디어가 매스 미디어를 역진할 것이 확실시 되고, '혁신' 없는 올드미디어는 도태하게 돼 있다. 그 혁신 중에는 통합뉴스룸, 멀티미디어 생산 등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부분이다.

소통않는 매체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동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결국 전통매체도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블로거를 비롯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언론 즉 전통매체에 대해 가진 불신과 비판을 좀 더 슬기롭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촛불시위 전 과정에서 나타난 전통매체에 대한 혐오, 비판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운동이 격화할 경우 자칫 전혀 본질과는 다른 갈등과 경쟁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촛불시위는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밝힘이었고, 그 불밝힘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뜨거운 입김이었다.

촛불과 정부간의 줄다리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상황을 봐 가면서  광고주 불매운동 같은 캠페인 보다는 다른 차원의 항구적인 미디어 운동이 조직화되길 기대해 본다.

예를 들면 전통매체가 발신하는 콘텐츠에 대해 더 집중된 비평과 반론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광고주 불매운동 보다 뼛속 깊숙한 성찰의 재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뉴스룸과 기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대체하고 나선 블로거들에게 경외감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전통매체는 20세기 번성기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산업적인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또 뉴스룸 내부에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기자들간 감정적, 이성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기자들 스스로도 촛불시위를 통해 성찰적 체험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블로거들의 콘텐츠 비평 운동이 요청된다. 모든 책임을 블로거들에게 맡기는 염치없는 제언이지만 그것이 권위적인 국내 뉴스룸과 기자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스트리트저널리즘(street journalism)' 시대의 미디어 운동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을 제도화, 시스템화하는 방법들을 찾는 사회적인 후속 작업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전통매체도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촛불을 들게 된 데에는 전통미디어가 제대로 여론을 수렴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집회는 전통매체 본연의 책임에 대해 돌아보게 한 점이 분명히 있다. 아직도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전통매체가 있다면 준엄한 심판과 퇴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덧글. 토론장에서 만난 열정적이고 순수한 블로거들의 노력과 헌신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반성한다. 책임을 느낀다. 그리고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사진출처 : 뉴시스
 
덧글. 27일 오전 일부 언론사에서 토론회 관련 뉴스를 전했다.

갈림길 선 1인 미디어…"촛불 이후엔?" <블로터닷넷>
'스트리트 저널리즘' 1인 미디어를 주목한다 <미디어스>
"'촛불중계' 1인미디어를 별도의 미디어영역 단위로" <아이뉴스>
"1인 미디어의 '반격'? '공존'관계 모색해야" <미디어오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