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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기자의 양심

by 수레바퀴 2007. 11. 28.

 

벨기에 태생의 저널리스트 알라인 (Alain Hertoghe)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 프랑스 신문사에서 해고됐다.

그는 당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양심을 지지해주는 것이야말로 신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양심이 언론사 내부에서 어떤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뜻한다. 그런데 인간은 인식과 행동을 통해 세계와 결부되며 스스로의 사회적 성격을 의식해간다. 이때 인간이 마주서는 것이 바로 양심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면 기자가 취재 보도 편집을 하려고 할 때 기자가 파악하고 있는 것과 언론사의 방향이 충돌할 수 있다. 이때 기자는 자신의 뉴스조직과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양심에 침묵할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기자 스스로 의도를 갖고 어떤 사실과 인물에 대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기록할 수도 있다.

뉴스조직 내 기자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 빈번해지면 언론사 사주의 관점이나 대자본, 권력에 의해 논조가 좌우돼 진실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언론사 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한국언론재단의 수용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문의 신뢰도는 해마다 내리막길로 98년 40.8%에서 2006년 18.5%로 떨어졌다. TV 뉴스도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추격을 받고 시청률 저하라는 난관에 봉착한지 오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작 언론사와 기자들은 이러한 위기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논리를 앞세운다거나 정파적 이익을 좇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지식대중은 ‘사망선고’를 내린지 오랜 데도 말이다.

국내의 몇몇 신문사는 선거 때마다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신문사는 종교계가 나선 ‘구독거부운동’을 달래느라 곤욕을 치뤘다. 차라리 이런 대치 속에서 자극을 받는 언론사는 얻는 것이라도 있을지 모른다. 아무런 메아리가 없는 침묵의 시장과 독자들을 상대하는 언론사는 더 ‘죽을 맛’이다.

언론사는 시장 안팎의 ‘침묵’과 ‘죽임’을 소수의 시위라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뉴스 소비자의 비판을 전향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 언론과 기자에게 비판의 채찍을 드는 수용자들을 껴안는 것은 쌍방향 미디어 환경에서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이나 특정 후보자의 부패 의혹에 대한 검증 공방에서 양심 저널리즘(Conscience Journalism)을 고대하는 이들이 많다. 양심적인 기자에게 희망을 거는 뉴스 소비자를 두려워 하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양심의 자유를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다.

기자의 순수한 영혼에 살아 숨쉬는 양심 저널리즘은 진실을 찾아내 부당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행사한다. 현재는 물론이고 과거의 부정함을 바로 잡는 노력도 존중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방치해왔던 불우한 사람들을 변호하는 데 앞장 선다.

대기업은 기자들을 상대로 무상의 해외 연수를 전개하고 있고, 권력은 선거 때마다 전현직 언론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언론과 광고주, 언론과 권력 등 촘촘한 세계의 권력 지도들은 시시각각 기자의 양심을 조여 올 수 있다.

과연 기자는 사실 그 자체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뉴스조직을 갖고 있는가. 또 기자의 양심은 자주 훼손되고 있지는 않는가. 언론사 안팎에서 뉴스 소비자의 눈초리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지식대중인 뉴스 소비자에게 회복 불능의 판정을 받을지, 회생의 힘을 얻을지는 전적으로 기자의 양심에 달렸다. 때마침 언론 신뢰도를 다시 한번 검증할 역사의 한 순간이 도도히 흘러 가고 있다.

덧글. 기자협회보 2007.11.28. 오프라인 '언론다시보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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