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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동영 대세론 탄력받나?

by 수레바퀴 2005. 4. 7.


열린우리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중앙위원회 위원을 뽑는 전국 시ㆍ도 당대회의 결과는 통일부 정동영 장관(DY계)계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DY계는 시·도당위원장 전체 16명 가운데 9명을,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계(GT계)는 3명에 그쳤다. 반면, 개혁당파는 단 한 명의 시·도당위원장도 내지 못 했을뿐더러, 지난 해 전당 대회에서 30여명이던 중앙 위원이 11명으로 줄어 드는 등 퇴조의 조짐이 역력했다.

 

한 당직자는 “중앙위원들에 대한 정확한 계보 분류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실제 DY계로 분류되는 중앙위원이 과반수를 넘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GT계는 많아도 4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서 정동영계가 싹쓸이

 

이번 경선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후보 향방을 가늠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초반부터 여권의 대선 후보군인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경선 초반에는 경남과 호남에서 각각 DY계와 GT계가 기선을 잡는 등 호각세가 유지됐다.

 

그러나 당권주자인 유시민 후보의 “정동영과는 적대, 김근태와는 연대” 발언 이후 경기도와 인천 지역 경선에서 구당권파 표가 결집한 것이 양상을 바꿔, 충청권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DY계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국 대의원의 30% 이상이 집중된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는 친노직계의 유인태 의원이 재야파와 참여정치연구회의 결집으로 정 정관측의 지지를 얻은 김한길 의원을 제치는 등 막판 ‘합종연횡’도 변수로 작용했다.

 

유 의원의 승리는 장영달ㆍ유시민 의원 등 재야와 참정연 그룹에게 전세 역전의 기대도 고조시켰다. 한 386 의원은 “DY계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을 석권하자 GT계가 위기감을 갖고 개혁당파와 연대하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며 “DY계 전체적 우위 판세가 당의장 및 상임중앙위원 경선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DY계가 미는 문희상 후보의 오름세는 당권 경쟁 기간 내내 계속됐다. 전대 결과 정 장관을 중심으로 한 ‘구당권파’ 및 문 의원으로 대표되는 ‘중도 실용파’가 신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당분간 이들의 영향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친노 직계 한 의원은 “4ㆍ2 전당대회 이후 여권은 정 장관과 문 의원이 상당 기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념과 노선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재야파와 개혁당파가 쉽게 합칠 수 없는 점도 정 - 문 연대에 따른 신주류의 수월한 확장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친노 직계와 386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당파의 좌장격인 유시민 의원에 대한 공세의 수위가 심각했기 때문에 서로 쉽게 화합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의장 선거 직전 당권주자인 장영달 의원이 “우리당이 가야 할 길은 개혁과 단결인데, 일부 386 의원들이 신속히 보수화돼 가는 데 대해 극히 우려한다"며 대립각을 세운 것도 주목된다.

 

이번 시·도당의장 경선에 나섰던 한 현역 의원은 “유 의원은 기간 당원제 문제로 DY계와 충돌하고, 개혁 성향을 놓고 재야파, 386 의원, 친노직계 등을 무조건 물고 늘어졌다”면서 “그러나 개혁당파가 얻은 것이 결국 무엇이었느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전당 대회가 끝나면 소수파로 전락한 재야, 개혁당파의 발언권은 축소되는 대신 정 장관계나 문 의원 중심의 신주류 실용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역학 구도가 한 차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과 김 장관의 당 복귀 시점에 따라 당권 경쟁에 따라 이합 집산했던 계파간 연대 기류에도 일정한 균열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김 당 복귀 후 역학구도 조정 예상


두 장관이 언제, 어떻게 당으로 복귀하게 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DY계 독주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장관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비롯한 호남 소외 문제 해결, 노인 폄하 발언으로 타격 받은 이미지 개선 등 ‘고약한’ 과제에 가로 놓여 있다.

 

정 장관의 강한 ‘대권 의지’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 조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중앙위원 경선 등 전당 대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정 장관 개입설의 여파다. 국민참여연대 소속의 한 의원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숨 고르기가 필요한 정도다. 앞에 있으면 더 큰 도전에도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 장관을 비롯, 일부 대권 주자의 독주와 세 대결이 강화될 경우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우려된다”면서 전당 대회 이후 대권 주자들의 행보에 깊은 경계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 장관 측은 아직 ‘속도 조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이번 전당 대회를 계기로 향후 각급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친위 그룹 형성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동영 대세론’을 확산시켜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문 의원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문 의원은 참여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노심을 대표하는 가늠자가 돼 왔다. 특히 당내 구당권파를 비롯, ‘국민의 정부’와 동교동계 인사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당권에 나선 문 의원은 여권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문 의원 자신도 여권 권력 구도 재편에 따라 대권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DY계가 이번 전당 대회에서 대거 문 의원 캠프에 합류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권 핵심은 ‘정동영 카드’에 대해 아직 함구하고 있다. 이번 전당 대회 결과는 DY계를 한껏 고무시켰지만, 2007년 대선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고 ‘변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군불이 지펴지는 개헌론과 중부권 신당 등 정계 개편 시나리오는 대권 주자들에게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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