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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뉴스캐스트라는 무덤

by 수레바퀴 200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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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판 위에서 노릇노릇 데워지며 아낌없이 봉사하는 붕어빵 언론사들. 이 판을 뒤집지 않고서는 언제나 이 판 위에서 의미없이 희생된다.


언론사 웹 사이트에 트래픽 폭탄을 안기고 있는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정작은 언론사의 뉴스 생산 및 서비스, 유통의 수준을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뉴스캐스트는 언론사 웹 사이트를 찾는 방문자수를 늘리는 것까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저널리즘 수준에 대한 검토보다는 트래픽 유지에만 매달리는 언론사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데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각 언론사닷컴들은 현재 피를 말리는 트래픽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기사 검색시 아웃링크를 도입할 때보다 '낚시성' 기사가 줄어들었다고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매체의 정체성까지 헷갈리게 하는 연예뉴스가 양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우스꽝스럽거나 혐오스러운 장면 등 토픽성 외신 뉴스를 기사 경중과 상관없이 뉴스 캐스트에 집중 배치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본격 시행 2개월여만에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운영 가이드를 만들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언론사닷컴을 퇴출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할 정도다.

실제 최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언론사별 편집박스에는 절반이 연예 뉴스나 자극적인 제목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 뉴스를 클릭하고 들어가게 되면 언론사 뉴스 페이지에는 선정적인 성인 광고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유통 사업자에 불과하다는 네이버의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뉴스캐스트 운영 가이드 자체가 틀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정적이고 차별성 없는 뉴스속보 경쟁에 매달리는 뉴스룸의 한계를 꼬집고 있어서다.

그러나 뉴스캐스트가 국내 온라인저널리즘의 역할을 왜소화하고 붕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래픽 빨대이던 네이버 플랫폼이 뉴스캐스트라는 장치를 달면서 언론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웹 생태계의 활로를 도모한 측면은 분명 있다.

일단 뉴스캐스트는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많은 트래픽을 언론사에게 넘겨 주고 있다.

하지만 뉴스의 수준과 서비스의 양태는 달라진 것이 없다.
 방문자의 로열티(충성도)라는 측면은 차치하고 트래픽 거품을 걷어낸다면 언론사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드웨어 증축 비용과 인건비 부담 밖에 없다.  

물론 일부사는 트래픽 증대로 인해 '광고매출' 증가가 일어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고 또한 범용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면 A사닷컴 트래픽이 4배 늘었다고 해서 광고단가에 정비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신규광고 유치도 일부사에만 한정적으로 이뤄질 뿐 신문사닷컴 웹 사이트의 광고경쟁력이 일률적으로 상향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고 온라인 광고 시장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성과보다는 트래픽 처리와 관리에 따른 비용 부담만 유발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온라인 뉴스룸이 트래픽 늘리기에 치중하는 점이다. 한번 올라간 트래픽이 빠지는 것은 경영진이나 뉴스룸 기자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뉴스캐스트 이후 증가한 트래픽으로 전에 없이 사내 외의 환심을 사고 있는 온라인 뉴스룸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트래픽을 유지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그래서 네이버가 들고 나온 '뉴스캐트 운영가이드' 그러니까 낚시질 하지 말라는 엄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문이다. 

왜냐하면 국내 언론사닷컴의 트래픽이란 것이 로열티 높은 독자층으로 굳어진 것도 아니고 글로벌 마켓을 상대로 하는 것도 아닌, 어차피 평균 30~50% 정도 유입경로를 갖는 네이버의 몫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를 붙들고 늘어지지 않으면 언론사 트래픽 거품은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돼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언론사닷컴 온라인뉴스룸의 이러한 절박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캐스트를 ‘음모론’적으로 보고 있다. 

음모론의 가설은 이렇다. 

네이버 초기화면의 거대한 힘에 의해 뉴스캐스트는 반드시 언론사닷컴의 트래픽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 트래픽은 언론사닷컴 웹 사이트를 전담하는 뉴스룸 또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물리적, 社內정치적(경영적) 책임을 가중하고 점차 트래픽의 노예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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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목표를 트래픽으로 한정시키고 저널리즘을 기형화시키는 뉴스캐스트. 언론사 뉴스룸이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공룡 네이버가 낳은 또다른 포식자가 돼 버렸다.

 

그 노예가 되는 시점부터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더욱 철저히 결박당하고 네이버의 제의-논리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이제와서 네이버 뉴스캐스트 참여사에서 빠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가설이 대체로 맞다면 결국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를 온라인저널리즘의 지평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이라는 허상으로 몰고가는 마약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노예짓에 가까운 언론사의 뉴스캐스트 몰입을 자성하고 합리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정녕 어려운 일일까? 

두 가지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첫째, 온라인 뉴스룸의 지위에 대한 재검토이다. 과연 국내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룸은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며 또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여전히 오프라인 매체(TV, 종이신문)에 비해 하부적이고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조직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핵심 역량이 온라인 뉴스룸에 투입되고 있는가? 

둘째, 온라인 즉 인터넷은 언론사의 미래인가? 그것이 유효하다면, 또 정확하다면 오프라인 뉴스룸과 온라인 뉴스룸 통합은 현재 진행형인가?  

그리고 그 통합을 지향하는 각각의 뉴스룸은 통합을 지향하는 저널리즘의 형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즉, 온라인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보다 입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국내 언론사닷컴은 온라인저널리즘의 차별화, 고급화를 통해 로열티있는 독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틀에 박은 서비스-오프라인 매체의 콘텐츠를 그대로 게재하면서, 오프라인 브랜드 밸류에 의지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뉴스캐스트의 등장은 이러한 닷컴의 역할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언론사닷컴이 늘어난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체질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트래픽을 유지하고 비즈니스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더 좋은 뉴스와 서비스를 수행,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일단 닷컴 중심의 소규모 뉴스룸은 적어도 뉴스 생산과 서비스 부문의 통합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규모가 있는 온라인 뉴스룸의 경우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인적 자원의 재배치, 조직의 재설계라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에게 진정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도저도 고민이 없는 닷컴의 경우는 뉴스캐스트라는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는 ‘부역’ 행위에 안주할지 모른다. 그것은 아주 손쉬운 투자(서버 증설, 낚시성 기사작성자 충원)로 귀결될 것이다(물론 이에 대해 이것은 중요한 투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행한 것은 뉴스캐스트 이후 온라인 뉴스룸, 닷컴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증폭된 것이다. 전에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다. 우리의 뉴스, 우리의 웹 사이트에 대한 격의없는 이야기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뉴스캐스트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준 위안이며 선물이라고 할만하다. 온라인 뉴스룸의 질적인 변화, 온라인 뉴스와 그 서비스의 변화로 이어지느냐는 결국 언론사 종사자들의 몫이다.  

지금부터는 트래픽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 뉴스룸의 문화가 요구된다. 온라인저널리즘을 생각하는 일부터가 시작돼야 한다. 그것이 트래픽 거품이 빠질 때를 대비한 최선의 과제이다.  

가령 한 신문사 뉴스룸은 뉴스캐스트 대응전략을 수없이 갖고 있다. 그중에 일부는 (오픈캐스트 활용을 포함) 단지 트래픽을 위한 것이지만 그중에 일부는 분명히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한 것이다. 

그 온라인저널리즘은 뉴스의 깊이와 신뢰 따위의 내용, 디지털스토리텔링과 같은 형식, 커뮤니티 같은 트렌드를 의미한다.  

그것을 위해 전체 뉴스룸이 작동할 때 뉴스캐스트는 진정으로 언론사에게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덧글. 네이버가 정치적, 산업적 대치를 풀기 위해 서둘러 개봉한 뉴스캐스트로 인해 이용자가 겪고 있는 불만, 손실은 막심하다는 의견도 있다. 뉴스캐스트가 사회적 책임과 의무없는 포털의 뉴스편집권을 박탈했다는 지적도 있다.

분명한 것은 뉴스캐스트가 포털을 중심으로 오래도록 형성된 뉴스 소비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포털의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누락한 대목이다.

그리고 뉴스캐스트를 활용하는 언론사의 과제이다. 뉴스캐스트 편집박스에 참여한 수십여개 언론사들이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언론사로 넘어온 이용자들에게 공론장으로서 신임을 주고 있는지 자문하고 분발해야 할 것이다.

출처. 붕어빵 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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