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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언론과 블로그 협업해야 동반 성장"

by 수레바퀴 200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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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이고 상호소통적인 뉴스룸

지난 18일 블로터닷넷(대표 김상범)과 사단법인 한국IT기자클럽(회장 백재현)이 주최한 ‘2007 블로그 미디어 포럼’. 블로그와 저널리즘,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 자리였다.

이날 아이뉴스24 김익현 대기자와 브릿재립 박주민 팀장은 각각 블로그의 진화 및 뉴스와의 관계, 마케팅 도구로서의 블로그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언론과 블로간의 협업의 패러다임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다음은 이날 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블로그는 한국 사회의 세 가지 풍경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첫째, 정치적 측면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결됨으로써 대중의 정치참여 욕구를 증진시켰다. 또 한국민주주의의 내용적 결함들이 여전히 노정됨에 따라 대중을 향해 발언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둘째, 기술 및 산업적 측면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IT기술의 발전과 포터블 디바이스의 보급, 멀티미디어 스킬을 보유한 집단지성 등 한국사회가 실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창작물을 유통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셋째, 문화적 측면이다. IMF 이후 인터넷으로 유입된 젊은 세대는 역사 승리 시대의 주역들이다. 월드컵에서부터 김연아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승리를 경험한 그들은 자부심과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하다. 인터넷은 그러한 욕망을 담아내는데 안정성을 보장한다.

이런 블로그에 대해서, 더 나아가 시민참여저널리즘에 대해서 한국 언론의 관전기 즉 소통의 관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PC통신의 논객을 바라보던 20세기 말까지는 단지 오락적으로 흥미롭게 묘사하는데 그쳤으나 21세기 인터넷의 뉴스 소비자는 경계의 눈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고 연대하면서 기성 언론과 경쟁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성언론을 향한 정면 비판에 나서는 가 하면 그들보다 먼저 뉴스를 생산하고 더 탁월한 콘텐츠 생산을 통해 산업적 잠재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블로거들은 기성언론에 대한 적의까지 내비치고 있다.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는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비평들이 늘고 있다. 때로는 기성언론의 거대담론, 일방소통을 조소하며 글로벌 연대, '나'의 관전기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언론은 블로그를 위시한 뉴스 창조자들을 껴안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동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블로그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남발하는 온상으로 간주하는 등 비판의 칼을 품고 있다.

이제 겨우 블로그의 개념과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블로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뉴스룸 내에 블로그를 개설,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기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언론사가 독자 블로그를 서비스하고 있는 등 블로그를 브랜드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언론과 블로그는 진정성이 없고 감동이 없는 관계로 전락하고 있다. 단지 독자들의 콘텐츠를 수집하는 데 그쳤고, 형식적인 소통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성언론의 뉴스룸 내부에는 독자소통부서도 존재하지 않는 등 기존의 조직, 업무 패러다임이 계속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이 블로그와 같은 쌍방향 소통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자들 스스로가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뉴스 소비자가 지식대중으로 진화했듯이 기자도 기록자가 아니라 소통자로서 역할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뉴스룸의 권위주의를 무너뜨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나 공공의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블로거라면 명백한 사실에 근거한 비평, 더 나아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들에 나서줘야 한다. 물론 블로그들이 기성언론의 기자들과는 다르게 정보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블로그가 자기만족의 도구로 한정되지 않고 생산적 담화의 창으로 전개되려면 주제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꾸준히 담보하는 열의가 필요하다.

기성언론과 블로그의 자기 혁신의 과정 위에서 새로운 협력의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언론의 뉴스룸은 단지 기능적인 컨버전스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뉴스룸으로 재탄생돼야 한다. 블로그의 자존심을 키워주고 블로그의 브랜드를 존중하는 파트너 전략이 요구된다. 블로그도 손을 내민 언론과 공동의 브랜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언론과 블로그의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의 요체는 첫째, 새로운 매체 환경은 뉴스의 재정의, 창의적인 콘텐츠를 수반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둘째, 이러한 인식 위에서 뉴스룸의 개방과 블로그들의 성찰적 담론 활동이 지속되며 셋째, 이들의 공공적 활약이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지식사회 전체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번 대선 국면처럼 점증하는 국가기구의 통제장치와 논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의 과제에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덧글. 이날 포럼의 막바지인 토론 시간에 자리를 먼저 나와야 했다. 17일 작고하신 집안 어른의 문상 때문이었다. 나는 19일 저녁 서울에 도착했고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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