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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생성형 AI 시대, 지역 언론의 구독 및 기술전략

by 수레바퀴 2024. 3. 21.

생성형 AI(Gen AI)가 뉴스 생태계에 미치는 가치와 한계를 지역 언론이 명확히 이해할 때 활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주(3월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대구 지사) 측의 요청으로 대구지역 언론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연(줌)을 했다. 주제는 '생성형 AI 시대, 지역 언론의 구독 및 기술전략'. 온라인 강연의 특성상 전국의 크고 작은 매체에서도 참여했다. 1~2년 사이 언론계도 'AI' 이슈가 커져 교육 프로그램에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추세다. 

'디지털 뉴스 구독'이 2~3년 전만 해도 한국 언론의 큰 화두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잠한 상태다. 2024년 전후로 구독 모델 진입을 공언했던 매체들이 하나둘 보류, 중단한 바 있다. 로그인월 도입도 회원 전용 콘텐츠 제작 등 업무 부담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하반기에 다시 윤곽이 잡히겠지만 적어도 지난해 초 정도의 관심영역에서는 벗어났다.
 
물론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중앙플러스'는 올초 현실적인 매출 목표를 잡으며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뉴스 콘텐츠 확보, 데이터 분석 기반 콘텐츠 편성, 구독 비즈니스를 놓지 않은 리더십 등 타사 대비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 언론사 구독 모델의 대표 주자다.

그러나 나머지 언론사는 구독 모델에 힘을 싣기 어렵다. 기존 인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 사고와 프로세스도 단기간 형성되지 않는다. 지역 언론이나 규모가 영세한 지역 인터넷 신문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내일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조사 보고가 있지만 아직은 끼고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또 기술 투자로 하루아침에 탈포털이나 독자 발견의 길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 친화적인 소비를 거드는 다양한 뉴스 앱(어플리케이션) 서비스들이 그 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10여년 간 우후죽순 나왔지만 죄다 뒷걸음질쳤다.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개인화 서비스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뉴스 접점을 증폭시킬 관계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날 강연서 (지역 언론사의) '구독 모델'을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의 필수 코스를 제안했다. 첫째, 우리 독자를 찾을 것(발견) 둘째, 독자의 이야기를 들을 것(경청) 셋째, 독자들과 협력할 것 등이다. 먼저 온라인 이벤트나 소셜미디어 채널 개설이 아니라 지역 현장에 나가서 독자를 찾아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한다.

이어 뉴스조직은 독자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바라는지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매체의 책임과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정체성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에서 '여론 다양성'이 아쉬운 점을 상정할 수 있다. 구독 모델은 매체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추가하는 차원으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 이 단계서는 '판을 바꾼다'는 전환의 인식과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지역 소멸'은 지역언론에 가장 큰 위기요, 현실이다. 이때는 기자를 비롯 내부 구성원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 신문사 기자들은 지역민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커뮤니티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함께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운동과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지역 언론은 한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제역할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지역 언론사가 디지털 뉴스 구독 모델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거두고 구독 모델 도입을 목표로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준비하는 시기다. 지금은 중앙 언론이 어떤 구독 모델을 마련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할 때가 아니다. 지역에 시장과 독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더 차별화된 일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뉴스를 비롯 구독 시장 트렌드. 비뉴스 콘텐츠를 비롯 이종 서비스를 구독하는 이용자를 겨냥하는 등 다층적, 복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도 큰 그림에서 착안해야 한다. 물론 지역 언론사 내부에 누군가는 생성형AI를 CMS에 탑재하고, 뉴스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가는 사례를 이해하고 학습하고 있어야 한다. 구독 모델(마케팅)에 적용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설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데이터, 기술협력 네트워크는 고사하고 무엇을 위한 AI 접목인지 방향성도 없다면 서두르고 싶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밑그림과 로드맵 하나 없이 시행착오를 겪은 일이 어제오늘도 아니다. 생성형AI도 마찬가지다. 지역 파트너를 구하고 함께 비전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도 고민해야 한다. 뉴스만 만드는 뉴스룸을 넘어 지역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생성형AI는 지식정보 생태계의 질서를 바꾸는 에너지다. 깊고 길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지역 언론의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은 단기 및 중장기로 구분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 구성원 전반의 낮은 기술 이해도(문화), 열악한 인프라(기술), 미흡한 사업다각화(경영), 인력 및 조직 공백(체계) 등으로 기술의 목적성•확장성•지속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사서 기술 수렴 후 빠른 시기에 충분한 설명없이 중단되며 단절을 빚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 생성형 AI 도입 전략은 (BBC처럼) 콘텐츠 가치 제고-독자 경험 확장-업무 효율화라는 대전제에서 수립해야 한다.

가뿐 숨을 내쉬는 지역언론 현실이지만 다시 기본을 강조한 셈이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어떤 효용과 부작용이 있는가. 수준 높은 저널리즘 도달을 위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 독자와 연결하고 관계를 증진할 때 어떻게 기술을 다뤄야 하는가. 오늘 지역 언론의 생성형AI 도입을 고려할 때 깊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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