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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경계'가 사라진다

by 수레바퀴 2004. 11. 9.

20세기가 수직적 구조를 통해 문명을 이룩했다면 21세기는 수평적 네트워크에 의해 신천지를 창조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터넷이다. 이 공간은 아무런 제한없이 접근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인 '네티즌'은 풀 타임(full-time)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자연스레 맡고 있다.

 

이는 20세기에 독점적으로 정보를 생산, 유통하면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기성 매체들에게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식대중으로 성장한 네티즌들은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고도의 전문성까지 갖고 있다. 또 이러한 전문성은 때로는 기성 매체의 영역에 침투해, 기득권을 해체하고 재편하는 촉매역할을 한다.

 

특히 대안매체의 성장에는 이들의 참여가 주효한 요소가 됐다. 1998년 7월 6일은 패러디매체인 '딴지일보'(www.ddanzi.com)가 인터넷에 공식명함을 내민 날이다. 당시 기자 모집에서는 수습기자 684명과 특파원 87명 등 총 7백여명이 모여들어 국내 최대의 매체로 등장했다. 딴지일보의 풍자성은 지금 그 영향력이 밀렸지만, '오마이뉴스'같은 인터넷신문으로 대체돼 크게 안타까운 일은 못된다.

 

사실 딴지일보가 이룩한 성과는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딴지일보에 모여든 1세대 참여 네티즌들이야말로 현재의 대안매체군에서 주요한 인적 자원으로 활용될만큼 풍부한 인적 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딴지일보의 저돌적인 행보는 기성매체의 시대착오적 행태와 뉴스(콘텐츠) 서비스에 자극을 주어, 오늘날 기성매체의 인터넷뉴스 서비스 강화의 단초가 됐다.

 

2000년 1월, 오마이뉴스는 기성매체에게 결정적 카운터 펀치를 날린 매체로서 '네티즌'의 힘을 보여줬다. 이 힘은 한겨레가 DJ의 집권을 도왔듯이, 비주류 세력이었던 노무현의 집권에 기여하는 것으로 그 절정을 보여줬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는 모든 시민에게 '기자' 칭호를 준 본격적인 인터넷 매체로서 그간의 인식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

 

또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도 허물었다. 이 결과 최근 인터넷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만의 매체를 가지고 성장하는 '블로그' 열풍을 몰고 왔다. 특히 이곳은 기성매체가 다루지 않는 콘텐츠가 풍부하게 소통되고 있으며, 놀랍고 특징적인 비주얼 콘텐츠들도 생산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고급 콘텐츠들도 직접 제작되고 있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웹PD와 VJ 등이 네티즌들의 새로운 '일상'과 '직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비쿼토스, 컨버전스, 멀티플레이어 등 21세기의 지식대중을 엄호하는 옵션들은 기성매체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신문, 방송 등 기존 시장을 손쉽게 장악했던 미디어업계는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최근에는 언론사들이 자사 사이트 내에서 그러한 참여 네티즌들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 매체의 콘텐츠(논조)가 낡았고 둘째, 기존 매체의 조직(문화가)이 권위적이며 셋째, 한국 미디어 환경이 지극히 정치적이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네티즌들의 문화와 그 콘텐츠가 쉽게 이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성매체군의 기자들도 문제의 소지를 갖고 있다. 기자들은 종이나 TV 등 자기가 속한 매체 환경에 안주한 채, 경계를 허물기는커녕 폐쇄화하고 있다. 기자들이 네티즌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근무여건도, 인식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성매체는 현재 험난한 경영위기 속에 있다. 여전히 새로운 매체 환경은 수입원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서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창안을 고대하긴 어렵다. 결국 우리는 지금, 시장지배적인 기성매체의 웹사이트와 수많은 대안매체의 웹사이트, 그리고 무수한 개인들의 콘텐츠가 담긴 웹사이트를 거쳐가면서 이질적인 공간들의 수많은 '단절'을 목격한다. 

 

21세기는 분명 열린 소통의 시대이다. 누가 먼저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느냐에 미디어 시장의 승부가 달려 있다. 우선 기성매체의 기자와 조직이 깡그리 발가벗어야 길이 나온다.

 

200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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