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디어의 미래

기업의 신문 인수에서 고려할 것

수레바퀴 2026. 7. 9. 14:12

최근 중앙일보의 워크아웃 신청과 매각설이 언론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 가상자산 사업자, 바이오기업, 화학업계 등이 인수 후보 기업군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시중에서는 중앙일보의 경영권 프리미엄과 지급보증을 합치면 6,000억원대는 넘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만일 이 정도 규모의 협상이 이뤄지면 국내 언론사 인수합병 시장에서 최대 규모다. 이는 한 언론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산업 전체가 오랫동안 안고 있는 질문을 제기한다. "자본은 왜 언론을 사려 하는가, 그리고 그 자본은 언론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거대 자본의 유입이 언론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를 짚는 차원이다. 
한국 신문 시장에는 이미 상당수의 대기업과 건설 자본이 진입해 있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전자신문·EBN을 인수하며 종합 미디어 그룹화를 시도했다. 중흥건설은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SM그룹은 경인일보 지분을 확보했으며, 자광은 전북일보 지분 45%를 인수했다. 제약사인 종근당은 지난해 IT 전문매체인 디지털데일리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기사 생산만으로는, 포털 입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생태계. 기업 관점에서는 '기사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건 소모적이다.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신뢰자본을 형성한 공적 기관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신문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미래 투자 인색, 기존 관성은 고스란히 유지

비상장사인 부영그룹은 10년 전인 2016년 12월 한라일보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5월 인천일보의 최대 주주가 됐다. 부영은 2014년 한국일보 입찰에 참여하는 등 언론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곳이다. 중도일보 대주주인 부원건설은 같은 해 9월 브릿지경제를 창간했는데 계속 매각설이 돌고 있다. 
이들 사례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은 국내 기업의 언론 인수가 저널리즘 혁신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모기업의 사업 리스크를 방어하거나 지역 개발 이권, 인허가 문제를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됐다는 비판이다. 특히 지역신문의 경우 대주주의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언론 인수를 일종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기업의 자본이 유입되어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걸맞는 일관된 투자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거든다. 광고 협찬 같은 기존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조직 체계나 일하는 방식 등에도 전향적인 쇄신보다는 종전의 관행과 문화에 기댄다는 점은 아쉽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중앙일보는 내부 저항에도 디지털 혁신을 전개한 신문사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곳이다. 프리미엄 유료모델인 '중앙플러스'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성장세 등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긴 미흡하다.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면적인 전환으로 나아간 것도 아니다. 보수매체로 잠재독자 유치 등에서 확장성이 떨어지는 점도 거론된다.  

'제조업 마인드'와 '권위적 기자조직' 결합?

신문시장 더 나아가 지식정보 생태계의 변화 국면은 신문사 인수합병 시장을 더 어둡게 한다. 가뜩이나 시장규모가 작은 시장에서 AI(인공지능) 검색 환경은 '제로클릭'은 물론 뉴스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 뉴스와 정보의 경계가 사라지는 환경에서 뉴스 인플루언서들과의 경쟁도 쉽게 볼 문제는 아니다. 포털(CP) 입점이 현실이긴 해도 포털 뉴스는 유튜브 플랫폼에 점점 밀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독자를 데려가는 알고리즘과도 다퉈야 한다.
이런 상황은 신문기업의 현주소가 아주 고약한 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뜻한다. 과거의 잣대로는 더 이상 문을 열기 어렵고, 독불장군처럼 자신만의 시야로 나아가서도 출구를 찾을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의 언론 인수는 좀 더 신중하고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 기업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는 저널리즘 사업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저널리즘이라는 간판을 이용하려는 것인가"이다. 더 나아가 "(종이)신문을 사려는 것인가,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키우려는 것인가"의 질문도 중요하다. 신문사를 인수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차원이어야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다. 
더구나 기업이 자본만 댄다고 해서 언론사의 체질이 저절로 개선되는 상황도 아니다. 많은 사례에서 인수 이후에도 별다른 혁신 없이 정체되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전통적인 인식과 관성을 갖고 있는 기자 집단을 상대로 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제품기업' 구조. 기사를 다 쓴 후 디지털 부서가 지원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취재기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뉴스를 통한 독자 경험 전체를 공동 설계한다. 이때 AI 검색 환경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치열한 각오와 헌신 없으면 의미도 역할도 무망

그 근본 원인은 경영진이 신문사를 여전히 20세기의 '기사 생산 공장'으로 바라보는 낡은 시각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인사(HR)도 마찬가지다. 경영진도, 이사진도 기본 토양에서 그대로 수혈하고 그친다. 결국 언론사는 혁신의 주체로 진화하지 못한 채 기존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도구로만 연마된다.
지금 기업 광고에 의존하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은 포털의 영향력 감소와 AI 검색, 저성장 환경에서 일종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데도 기업이 신문 인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애초부터 '미래'에 대한 구상이 빈곤한 데서 비롯한다. 
심지어 빅테크기업에 인수된 워싱턴포스트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크놀로지 쓰나미'는 대비를 한다고 해서, 한두 사람의 이해도가 높다고 해서 잘 막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기자 중심의 수직적 조직 문화와 인력 구조를 제대로 리셋하겠다는 치열한 각오와 헌신이 아니면 백전백패가 예고된 환경이다.
신문사의 비전과 미션은 최소한 설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를테면 '정보 서비스 기업'으로 재설계할 실질적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자본은 넣되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투자는 결국 소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 나라에 '또 하나의 신문'은 더 이상 의미도, 역할도 없다.

착시 걷어내고, 무엇을 할지 초점둬야

흥미롭게도 국내 신문업계는 장기 불황에도 대체로 견조한 성장의 흐름이다. 최근 그룹의 위기 속에서 매각설이 불거진 중앙일보는 그 정점에 있는 매체다. 매출액만 2023년 2,736억 원에서 2025년 3,21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업계 1위고, 수년째 연속 영업이익 흑자도 기록했다. 신문 계열사 전체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지난해 470억 원에 달했다. 디지털 오디언스도 지표상으로는 1급수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 신문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신뢰자본 기반의 영향력에서 비롯한 것인지, 독자층은 두터운지 그 독자들과 상호작용은 충분한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종이 신문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는 행위'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어서다. 인수자가 눈여겨봐야 할 자산은 인쇄 설비나 사옥 같은 물리적 자산이나 발행부수, 트래픽처럼 수치로 뭉뚱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신뢰가 있는 브랜드인지, 풍부하고 실제적인 데이터가 있는지(Digital Asset), 독자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강화되는지를 봐야 한다. 
동시에 수익 구조의 전환도 가능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사 노출 수 중심의 낡은 KPI에서 벗어나 구독, 커뮤니티, B2B 데이터 서비스처럼 독자와의 관계를 자산화하는 모델로 옮겨갈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수익은 독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깊으냐에서 나온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언론사는 더 이상 '콘텐츠 제조 공장'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기업(Product Company)'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테크기업에서 쓰는 용어인 제품기업은 독자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편집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AI 엔지니어·서비스 기획자가 기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처음부터 함께 일하는 융합 형태다. 즉, 기사를 다 쓴 다음에 디지털 지원 부서가 나중에 손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설계한다. 이런 구조 전환 없이는 AI 검색 환경과 뉴스 인플루언서가 범람하는 시대에 언론사가 독점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미래 신문'을 위한 경영진의 조건

기업의 신문 인수에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으려면 '자금력'만 쏟아붓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경영진이 갖춰야 할 요건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통찰이다. 정보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DNA를 조직 전반에 주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적 가치와 수익성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저널리즘 신뢰를 플랫폼의 산업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는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는 돈이 된다. 셋째, 전문 경영 체제다. 데이터와 제품 중심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한국 언론 산업은 여러 차례 대기업과 건설 자본의 진입을 경험했지만, 그 결과가 산업적 혁신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언론의 대전환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수년간의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증명해 온 사실이다. 언론 M&A의 본질은 결국 자본 투입 그 자체가 아니라 '전략적 재창조'에 있다. 누가 사느냐보다 무엇을 바꾸려 하느냐가, 인수 대상 언론사의 생존은 물론 한국 언론 산업 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진짜 변수다.
현재까지 어떤 기업이 어떤 신문을 인수할지 정해진 것은 없고, 이른 시점이라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이제 국내 신문산업도 대형 M&A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일간지를 비롯 주류 레거시미디어도 그 대상이 얼마든지 될 수 있음을 지켜보는 중이다. 이때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누가 신문사의 주인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철학으로 인수하느냐다.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조직은 신뢰 기반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독자 관계의 깊이에 비례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독자관계,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이 관건

자본이 투입되고 대주주가 바뀐 들 신문사 조직도 인력도 관행도 거의 바꾸지 않고, 홈페이지 구조나 바꾸고, 유튜브 채널을 하나 오픈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결국 인수자인 기업도 만족하지 못했고, 언론도 경쟁력을 얻지 못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독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언론시장에 뛰어들려는 기업은 이제 신문을 산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신문이 아니라 플랫폼을 사야 한다. 저널리즘(신뢰), 데이터, 독자, 공동체, 커뮤니티 등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저널리즘 자산을 키우고 강화하는 플랫폼이다.
이 자산을 키우는 것이 투자다. 종이신문은 성장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독자 관계는 성장할 수 있다. 회원, 구독, 커뮤니티, 행사, B2B 서비스, 데이터 서비스, 지역 플랫폼 등 수익은 독자 관계에서 나온다. AI 검색,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대에는 뉴스를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독자가 왜 다시 찾아오는지가 중요하다. 
향후 경쟁자는 신문사도 아니다. AI, 유튜브,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다. 데이터 조직을 만들고, 제품(Product) 조직을 만들고, 독자 경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기자 조직만으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뉴스 기사 하나가 아니라 '독자가 이 서비스를 쓰는 경험 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 "오늘 뭘 취재했나"가 아니라 "독자가 우리 서비스를 계속 찾아오게 만들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에 집중한다. '기사를 찍어내는 공장'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서비스 회사'로 조직 자체의 정체성을 바꿀 때, 기업의 신문 인수에 비로소 찬사와 기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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