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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시대, 전통매체는 자기 성찰을 모른다

수레바퀴 2025. 4. 17. 12:43

조선일보는 4월12일자 '김어준은 어떻게 하루에 5000만원을 벌었나' 칼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하 김어준채널)이 수퍼챗으로 5천5백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얻은 점을 거론하며 김어준채널을 “괴담에 가까운 가짜뉴스”, "생떼에 가까운 선동" 등으로 비난했다.

전통매체에서 김어준채널을 ‘음모론의 무대’로 낙인찍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제도 언론에 소속된, 객관성과 검증의 규율을 따르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어준처럼 제도 밖에서, 해석 중심의 정치적 담론을 수행하고, 익명 제보나 진영 논리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은 전통매체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언제든 해야 한다.     

<조선일보> 4월12일자 칼럼. 말할 수 있는 사람 모두 언론이 되는 시대에서 나름의 역사를 쓴 김어준을 사기꾼과 선동가로 공격한다.

김어준은 언론인가, 선동인가 

이 칼럼은 김어준채널의 방송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사기꾼이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포장술'로 깎아내렸다. 이른바 ‘때깔’을 '사기의 외피'로 몰아세웠다. "우파 유튜버들도 하루에 1000만원 넘기 힘들다"며 김어준채널의 수퍼챗 규모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김어준채널을 반대 진영의 유튜버들과 비교하는 건 전혀 합당하지 않다. 김어준이 지상파 방송(TBS)을 비롯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쌓은 팬덤, 인지도, 콘텐츠 등은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을 잘 헤아려 한 발 앞선 기획과 연출도 선구자에 가깝다.        

PC통신 <딴지일보>, 팟캐스트 그리고 유튜브까지 30년 넘게 이어진 '김어준 현상'은 그 성과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전통매체는 지금까지도 김어준채널이 ‘언론인가 아닌가’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야말로 1차원적 질문이다. 

김어준채널은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뉴스 해석, 인터뷰, 현장 연결, 이슈 발굴 등 기성 언론이 수행해 온 정보 생산자 및 공론장 기획자 노릇을 하고 있다. 작가와 PD 등 스태프로 어엿한 진용을 꾸린지 오래 됐다.  

물론 규범적으로는 김어준채널은 언론이 아니다. 제도권에 등록된 언론사도 아니고, 언론중재법상의 언론사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제도’가 아니라 참여나 반응 등 ‘상호작용성’이 언론성을 판가름하는 시대이다. 이 점에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김어준채널의 영향력은 명실상부 상위 그룹이다. 어젠다 설정-여론 프레이밍-진영 동원에서 사실상 어지간한 언론의 영향력을 능가한다. 

김어준채널은 정치적 선호가 명확한 대신 반론권 보장이나 사실 검증의 방식은 느슨하다. 유튜브 채널이긴 해도 영향력이 큰 만큼 편파성, 선동적 서사 등의 부작용은 언론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차원에서 짚을 부분은 있다. 플랫폼 기반 미디어가 기존의 저널리즘 규범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 지의 논의로 우거질 필요도 있다.

전통 매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10년 이상 김어준채널은 진보 진영 내에서 영향력을 다져왔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서사를 구성하는 것이 주 콘텐츠다. 뉴스를 해석하고 재배치하는 한편 오락성을 곁들이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포맷은 유튜브 시사 채널의 전형이 되었고 전통매체도 거의 따라했다.

유튜브 시사 채널의 영향력은 대체로 진행자의 역량이나 인지도와 비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어준은 1세대 인플루언서다. 복잡한 정치적 사안을 직설적이고 명확하게 요리한다. 

편파성이나 정파성이 김어준채널에게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었다. ‘맹신’과 ‘비판’이 혼재된 수용자층이 혼재한다. 팬덤과 훌리건이 공존한다. 수퍼챗은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성이 드러나는 장치이다.  

수퍼챗은 시청자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그 자체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수퍼챗은 채널이 시청자에게 지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 그 채널의 내용이 진실하다는 보증은 아니다. 그 채널이 어떤 담론을 생산하는가,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 김어준채널은 보수 정권과 권력 엘리트에 비판적인 담화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어느덧 유튜브에는 이런 제2, 제3 김어준이 수두룩하다. '김어준'은 무수한 유튜버, 시민의 이름을 가진 채널들로 승계되고 있다. 어떤 전통매체도 '김어준'을 '김어준'으로만 치워버리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얼마 전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는 12·3 비상계엄 이후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독자의 쓴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성찰과 교정은 언제부터인가 전통 매체 안에서 드문 일이 되었다. 공론장의 다양성, 미디어 수용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실행도 크게 미흡하다. 김어준채널에 대한 상투적인 관전평이 계속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