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동안 신문산업은 디지털의 확장으로 크고작은 부침을 겪었다. 뉴스 생산부터 배포, 소비까지 가치사슬의 모든 것은 대부분 디지털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고, 비즈니스 모델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흐름이다. 전례 없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 올드미디어 리더는 디지털 혁신과 전환에 힘을 기울여 왔다.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로 험난한 파고를 헤쳐야 했고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지식정보 생태계에 격변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기술 주도의 미디어 시장이 가리키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시장의 주도권이 이용자에 있다는 점이다. 또한 뉴스를 비롯한 지식정보의 미래는 디지털이라는 점이다.
오디언스는 정보를 직접 생산하며 일정한 영향력을 가졌고, 콘텐츠를 다양하게 펼쳐놓는 흥미진진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올드미디어는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거나 뉴스(포맷)의 변형, 더 나아가 개인화 전략으로 향하고 있다. 이 시기에 언론사 리더가 시의적절한 방식-디지털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떨어진다.
<중앙일보>와 그 리더가 선택하고 집중한 디지털 미션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중앙일보>가 한국판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2015년이다. "뉴스는 흐름이다"며 전통적 프로세스를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를 상정했다. 그리고 2017년 디지털 전환을 공식화했고 2022년 프리미엄 유료 구독 브랜드 '중앙플러스'를 내놨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의 장정이다.
이른바 디지털 리더십은 디지털 전환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데서 비롯한다. 인력과 조직, IT 인프라 등 혁신 투자를 병행하면서 매체의 비전과 전개 과정(로드맵)을 지지하는 일이다. 리더의 확고한 의지는 적어도 조직 내부의 저항과 피로를 씻어내는 물줄기다. 또한 이를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로 공개하는 것은 리더십의 개방성을 상징한다.
미디어그룹의 대표가 소셜미디어, 컨퍼런스 등 안팎에서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디지털 전환의 밀도와 강도를 드러낸다. 디지털 리더십의 역량은 생태계를 고찰하여 제안하는 '전문성'이 좌우한다. 리더가 자신의 인식을 직접 풀어내는 장면은 디지털 이해도와 관심도를 보여주고, 오디언스가 브랜드를 인상적으로 평가하도록 돕는다. 한국 언론의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디지털 리더는 매체 경쟁력을 차별적으로 독창적으로 향상시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이는 제품 및 서비스에서 일차적으로 수렴된다. <중앙일보>는 데이터와 제품, 마케팅을 엮는 방식으로 중앙플러스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 회고록 등 다양한 비뉴스 콘텐츠를 확보했다.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독자 기반으로 서비스를 분석하려고 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결실이다.
구성원의 태도와 관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이 발휘된 이래 중앙그룹에서 신문은 이제 리딩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 거점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앙일보> 구성원들은 (구조조정의 변주에도) 대부분 이같은 좌표를 인식하고 있었다. 디지털 혁신은 투자의 소란이 벌어지지만 디지털 전환은 생각의 마찰이 빚어진다.
이제 이 신문 기자들은 동요는 줄어들고 있다. 다른 언론사는 이 심원의 문제를 누그러뜨리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디지털 리더십은 불확실한 미래에 번영의 기회를 포착하고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현실의 파행과 갈등을 감소시켜야 한다. 미디어 그룹의 청사진은 명확해야 한다. 리더는 이를 논리적이고 사려깊은 관점으로 제시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의 일관성 전문성 독창성 명확성이 <중앙일보>를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지는 여전히 확신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경쟁환경에서 벗어나는 일은 경영자에게는 위험스러운 행동이다. 디지털 생태계에 걸맞는 확고한 기반과 정신을 다지기까지는 아직은 위기가 더 남아 있다. <중앙일보>의 자산과 독자 관계 증진을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하려면 만만찮은 도전적 과제가 있다.
첫째,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매력적인 의사결정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오디언스의 요구사항, 선호도,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기술 투자의 가치와 잠재력을 이끌어가야 한다. 넷째, 네트워크의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은 잠깐 반짝이는 유행어가 아니라 미디어 기업의 미래 동력이다. 디지털 리더십으로 전체 구성원들과 빚은 작품이 '중앙플러스'라고 한다면 이제는 더 넓고 깊은 협업으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펼쳐야 한다. 혐오와 증오가 폭발하는 사회에서 언론사의 중재 역할도 중요하다.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리더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저널리즘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사 디지털 리더십의 고갱이다.
'온라인미디어뉴스 > 미디어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정치 팬덤과 언론 혁신 사이 (0) | 2024.04.19 |
---|---|
사랑과전쟁 고찬수PD "인간본성 이해하는 기술이 관건" (0) | 2014.03.21 |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⑤-독자와의 연결성이 경쟁력 (0) | 2013.10.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