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유료 구독모델' 제안내용이 뉴스 기반의 미디어 기업에 공유된 것은 작년 11월 전후 시점이다. 그리고 지난 13일 네이버의 정책변화 등 우여곡절 끝에 베타 버전의 '프리미엄콘텐츠'(https://contents.premium.naver.com/)가 공개됐다. 네이버는 언론사를 비롯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과금-결제-이용자 데이터 등의 인프라를 지원한다.
네이버 이용자는 콘텐츠 제작자(Contents Provider, CP)에 따라 언론사 홈, 포스트, TV를 비롯 '프리미엄 콘텐츠' 메뉴와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에서 유료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베타 테스트에는 25개 채널이 문을 열었다(표 참조). 이중 대형 일간지는 8곳(계열사, 매거진 등 포함)에서 총 13개 채널이다. 전문성이 짙은 글로벌 경영전문지를 보유한 <동아일보>와 온라인 기반으로 창간했던 <머니투데이>가 각각 3개 채널을 운영한다. <머니투데이>는 '소설' 채널을 개설해 이채롭다.
조선일보는 본지, 계열 콘텐츠 법인에서 각각 1개 채널로 총 2개 상품을 내놨다. 나머지 5개 언론사는 각 1개 채널을 개설했다. 곧 전면적인 후원모델을 시행하는 <한겨레>는 본지는 참여하지 않고 자회사가 서비스하는 인터넷신문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참여했다. 한경과 매경은 경제용어와 배경상식을 검증하는 공인시험 문제를 기반으로 한 채널을 공개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전통매체에서 신문 뉴스조직의 취재 기자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계열 매거진과 부설기관 등이 주로 콘텐츠 생산과 편집을 맡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편집국 전담기자가 글로벌 경제이슈, 시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구독 요금은 최소 29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평균 구독요금은 5000원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 페이 정기구독 요금 4900원을 참조했다"면서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널 운영 이슈는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는 정돈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상품 '판매자'인 언론사는 스마트스토어 채널 담당자처럼 '톡톡 문의'에 답변하는 등 고객 대응(CS)도 해야 한다. 이날 한 대형 신문사 관계자는 "올 초부터 자체 유료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네이버에 매달리기는 어렵다"면서 "아직도 운영주체를 놓고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지나 인터넷 미디어들은 다소 공을 들인 모양새다. 총 10개 매체가 12개 채널을 개설했다. 글로벌 IT뉴스 채널인 <더밀크>와 <Fun IT>, <순살브리핑> 등은 '글로벌 시장'의 경제, 테크 정보를 제공한다. 모두 뉴스레터를 운영 중인 곳들이고 자체채널을 운영 중이다.
예술, 인문학 분야를 다루는 '아홉시', 북 리뷰 채널인 '북저널리즘'과 '서울리뷰오브북스'도 눈길을 끈다. 기존 채널에서 네이버 플랫폼으로 진입해 '유료화'에 도전한다.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 문화와 마케팅 분야를 다루는 '캐릿'은 밀레니얼 대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인터넷신문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주요 기자 필진이 담당하는 '오늘의 외쿡신문'(글로벌 경제뉴스)과 '커머스BN'(유통 물류시장 등)을, 전문 매거진 <디자인하우스>는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의 콘텐츠 채널을 열었다.
유료 구독모델에 나선 온라인미디어군의 구독요금은 최소 43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책정됐다. 평균 구독요금은 약 8220원 선으로 전통매체 군보다 3000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북저널리즘'은 25개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건별 결제(1200원) 과금제를 적용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홈페이지 유료구독(25000원)의 라이트 버전이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은 구독한다"며 큰 기대감을 피력했다. 손 대표는 "<더밀크>의 구독자 유입경로를 살펴보면 '네이버 효과'가 크다. 이들 가운데 유료구독 전환율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고 밝혔다.
또 손 대표는 "네이버는 결제 편의성이나 이용자 규모 측면에서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좋은 채널이 맞다"라면서 "기존 언론사도 콘텐츠를 무료로 풀 것이 아니라 유통정책을 정비하면서 네이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는 첫째, 기자가 '프리미엄콘텐츠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의 유료 구독자수에 눈길이 쏠린다. 대부분은 기존 콘텐츠를 재구성하거나 전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접근한 셈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선 언론사 대응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둘째, 아직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포맷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호응이다. 네이버는 이들 포맷의 상품설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영상을 페이지에 삽입할 수 있는 정도다. 텍스트를 넘어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흐름이 이뤄질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셋째, 전문지의 가능성이다.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향 뉴스레터나 인사이트 있는 정보를 내세웠다. 철지난 것으로 보이던 '서평 기사'나 심오한 인문학 배경의 콘텐츠가 네이버에서 소구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넷째. 대형 신문사 등 대부분의 CP는 경제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 재테크 해외시장 정보를 앞다퉈 내놨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들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실제 유료로 구독할지는 미지수다. '경제' 콘텐츠의 최대 검증무대다.
다섯째, 수백만 명의 구독설정자수가 있는 언론사 홈의 실제 가치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 구독설정자들의 10%는 언론사 홈에 들어와 뉴스를 본다. 지불의사를 갖게 될 집단이다"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은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바꾸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네이버 뉴스 생태계는 전통매체 뉴스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유료 구독모델'의 후광이 클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첫째, 뉴스를 '제품'으로 다루는 인식 형성이다. 그간 언론사의 뉴스는 일방성의 '끝판왕'이었다. 시장의 평가나 호응을 참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최소한 자사의 콘텐츠가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느냐는 것으로 뉴스를 해석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
둘째, 이용자 구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것은 '고객'에 대한 뚜렷한 '상'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따라 뉴스 기획, 생산과 배포 등의 업무가 디자인될 수 있다.
셋째, 구독모델 도입에 대한 자각이 이어질 수 있다. '뉴스 유료화'는 대다수 언론사에서 강 건너의 일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이뤄지는 유료구독의 흐름은 쓰나미로 되돌아올 수 있다. 물론 각 언론사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에 의해서 그 반응속도와 깊이는 다를 수 있다.
부정적 요소도 있다. 첫째, 자사 구독환경 인프라는 정체되는 반면 네이버에 더 기대는 점이다. 현재 구독모델 더 나아가 유료화에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곳은 신문사 기준 2~3곳 정도다. 이들 매체도 심도가 깊다고 할 수는 없다. 나머지 언론사들은 고민도, 여건도 부족한 실정이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가 잘 돼도, 안 돼도 '네이버 종속'은 남는다.
둘째, 언론사 경쟁국면의 왜소화다. 모든 매체가 동일한 경쟁환경에 놓인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건 역시 '따라하기'다. '효율'에 매달린다. 결국 질 경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고 이용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구독모델' 회의론에 빠질 수 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었다"며 남탓을 할 수 있다. 언론사의 넥스트 비즈니스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프리미엄콘텐츠'에서 전통매체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넷째, 본질적인 비관론은 언론사 간 유료 구독모델 경쟁의 내용에 있다. 현재 언론사가 내놓은 콘텐츠는 천편일률적인 지식정보다. 독자에 대한 조사도 생략돼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진정한 혁신은 '저널리즘 쇄신'인데 이 길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형 신문사와 네이버 이용자간 '관계'라는 건 '구독자설정자수'라는 정량적 통계로만 존재한다. 물론 설정자에서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건 언론사의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소통과 평판 개선 등 다양한 독자관계 이슈도 중요하다.
벌써부터 네이버 역할론을 다시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CP 관계자는 "오픈 초기지만 언론사로서는 당황스럽다. 구독 생태계를 키우는데 언론의 분발이 필수적이겠지만 네이버가 얼마나 집중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왜 참여했는지, 참여를 주장한 실무자로서는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의 구독 생태계 조성을 필연적이고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구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과연 한국 뉴스시장에서 유료구독모델이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네이버가 움직이면 그러한 우려를 삭제시킬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시장을 지배했던 '광고모델'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서 콘텐츠 품질 기반의 '신뢰경쟁'으로 전환되는 계기라는 의미다.
이성규 대표는 특히 언론사가 쌓게 될 구독모델의 '경험치'를 강조했다. "네이버 구독생태계에 참여하는 언론사들 가운데 '잘 되는' 매체가 나올 것이고, 좋은 콘텐츠에는 이용자가 반응한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되는 경험을 맛본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용자의 구독(결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등 '학습한다'는 사실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이다.
손재권 대표도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모델을 네이버의 서비스 중 하나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사 홈페이지 유료화의 계기로 다뤄야 한다. 네이버 사례를 통해 확보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언론사 유료화 고민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의견도 보탰다. "DBR, HBR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전문 콘텐츠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콘텐츠에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네이버 (앱) 뉴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구독모델이 안정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도 했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뉴스 및 콘텐츠 영역에서 무료 이용습관이 형성돼 있다. 네이버 프로모션이 이어지더라도 유료구독 전환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결국 지불의사를 갖는 고객을 만들려면 언론사가 '콘텐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구글에서는 구독해지분을 빼고 월간 활성이용자(MAU) 대비 구독전환자가 3%면 '괜찮은' 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정도 전환율에 도달하려면 최소 1~2년 정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유료 구독모델은 절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구애없이 더 많은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 구독모델 실험은 이어저야 한다"며 "현재 카툰 음원 영상 등 콘텐츠 영역에서 구독모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뉴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이란 고객이 누구인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차별적인 것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충성고객 또는 타깃고객 설정-사업자 간 경쟁요소 가운데 차별성 즉, 수요에 조응하는 콘텐츠 기획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황 교수는 특히 "'저널리즘 신뢰라는 위기'에 갇혀서 '신뢰'로 구독모델을 풀어가려고 한다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상품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 구독모델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려면 결국 매일 비슷한 수준의 기사를 찍어내는 관행화된 제작구조를 깨야 한다. 새로운 주제와 형식, 깊이 등의 품질에 기초한 콘텐츠 및 패키지 상품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혹은 언론사 구독모델의 출발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다.
한편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으로 정식 플랫폼을 출시한다. 또 콘텐츠 구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오픈 플랫폼'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네이버가 쏘아올린 '유료구독'이 어디로 향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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