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위한 인터넷신문 <미스핏츠>. 성공 가능성을 떠나 미디어의 혁신을 지지하는 사회적 통로가 확대돼야 한국저널리즘의 미래가 밝다는 의견이 많다. 전통매체 내부의 동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체가 저널리즘을 다루는 형식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저널리즘의 혁신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인터넷신문 열풍 속에서 국내에서도 10대나 20대 등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뉴스 미디어는 적지 않게 출현했다. 대학생인 20대가 가장 활발한데 '학보사' 경험이나 '취업준비 중'에 인터넷신문 창간을 시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흐름도 있다. '동아리'나 '팀 블로그' 수준에서 '창업'으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20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8월 초 오픈한 <미스핏츠>도 그런 경우다. 3명의 학보사 출신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했고 복수의 필진이 결합했다. 지금까지는 7명이다.
편집장은 없는 상태지만 '편집위원'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 그룹 게시판을 통해 아이템 등을 함께 논의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모은 <슬로우뉴스>가 도움을 주고 있다.
`부적응자`를 뜻하는 매체명(misfits)은 "반항하고 날카롭고 개방적이고 뻔뻔함"을 담았다. 당연히 <미스핏츠>는 자유로운 스토리 형식을 추구한다. 창간을 주도했던 박진영 씨는 "기성언론 따라쓰기는 지양한다"면서 "'내'가 보고 관심있어 하는 것들을 '내'가 만족할 정도로 취재해서 발언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이 대학에 재학 중인 <미스핏츠>의 창간 멤버들은 그래서 창간 이후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으로 스토리를 공유한 뒤 그 확산 속도를 체감하면서 놀란다"고 할 정도다. 좋은 스토리는 많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욕심이 생긴단다. 박 씨는 "어떤 스토리가 인기를 끌고 반응이 뜨거운지를 바로바로 알게 된다"면서 "결국 콘텐츠 고민인데 학보사 경험이 있는 멤버들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 차례 회의도 한다"고 말했다.
20대의 관점에서 현실정치, 연애, 대중문화, 대학사회를 진단하는 <미스핏츠>는 정치-대학사회-붕가붕가-문화-사회-기타 등의 카테고리를 갖고 있다. 20대의 관점이란 무엇일까? 집단지성의 의견으로 스토리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박 씨는 "20대를 지향하는 <고함20>도 지켜보고 있다"면서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다양한 형식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스핏츠>의 실험은 아주 색다른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둔탁할 수 있다. 여러 티셔츠가 걸려 있는 곳에 하나가 더 올라오는 정도인 셈이다. 스토리의 수준을 평가하기도 이르다. 특히 인터넷 미디어가 특정 세대를 겨냥할 때 일반적으로 그 성공 가능성은 낮다. 연령대를 한정하는 것은 폐쇄형 서비스에서나 역동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다만 <미스핏츠>가 세상에 '미디어'란 이름으로, 조직화한 형태로 나오게 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대학 전공자들도 인터넷신문을 만드는 일에 맞닥뜨리면 거의 '멘붕'에 빠지게 된다.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미스핏츠>의 창간 멤버들은 <슬로우뉴스>의 도움을 받는 중이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박사의 물심양면 지원도 보탰다.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를 구축하거나 스토리를 단정하게 만드는 작업 모두가 생소한 대학생들에겐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구체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반자는 대학 밖에 있었던 것이다.
<연세춘추> 편집국장을 역임한 박 씨는 "(대학생들은) 정말 몰라서 미디어 실험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데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이런 실험을 '욕망'하고 있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봤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강정수 박사는 "청년들의 미디어 실험에 대해 대학이나 우리 사회는 관심도 없다"면서 "창업은 돈되는 것만 하려는 풍조가 안타깝다. 내부에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두고 경쟁하는 해외 언론사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언론사 아카데미 재학생들은 뉴스 사이트를 직접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디오 작품을 만드는 건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조용하다 못해 황량하다. 사회적 공기인 저널리즘의 숙성을 고민하지 않는 전통 매체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혁신 저널리즘을 다루는 사회적 분위기가 드물다보니 기성언론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는 신진 세대-20대들만 양산되고 있다.
사실 <미스핏츠>가 20대를 위한 인터넷신문을 표방하면서 창간하기까지의 과정은 어찌 보면 '기적'에 가깝다. 한 시간강사가 의지를 불어 넣었고 관심을 갖고 있던 학생들이 동참했다. 마침 팀 블로그 형태로 운영되던 매체가 손을 맞잡았다.
이 과정에서 합심했던 조력자들은 "제2, 제3의 <미스핏츠>가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갖추는 것이 한 매체의 성공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스토리의 형식을 실험하는, 독자와 소통하는 <미스핏츠> 같은 매체가 계속 나오는 것이 한국 저널리즘의 밝은 미래일 수 있어서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미디어의 출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사회적 통로-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대를 위한 미디어' <미스핏츠>가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인 셈이다.
박진영 씨는 <연세춘추> 편집국장 경험에 대해 한마디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학 곳곳에 쌓여가는 학보를 볼 때마다 온라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결국 글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쪽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종이신문과 똑같았다"면서 "기자들은 마인드도 여전히 공급자 중심이고 타깃 서비스도 변변한 것이 없었다"고 전통 매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씨는 "미국 <버즈피드>처럼 전통매체가 메꾸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가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스핏츠>가 창간한지 나흘 째인 8월 9일 박진영 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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