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원하는 스타기자의 시대다. 폐쇄적이고 일방향적인 저널리즘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먼저 각성하고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스타기자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이 시대 ‘스타기자’는 어떤 의미일까? 한 마디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자다. 스타기자는 SNS 계정을 갖고 공공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거나 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에 능하다.
대체로 스타기자는 기득권에 대한 날선 비판,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또 개성(personality)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일상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가족 공개 등 사변적 스토리를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다.
특히 이들은 기자 본연의 속성을 곧잘 드러낸다. SNS의 속성을 잘 활용하는 경우다. 가령 독자와 함께 보도를 하거나 제보를 받는다. 또 공동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이어진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기자는 비로소 ‘저명성’을 획득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성 언론의 기자란 ‘보도’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직업인이었다. 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취재경력을 쌓은 기자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이들은 기자생활이 오래된 시니어급 기자들이다. 뉴스룸에 대기자-전문기자제가 도입되면서 부상한 기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입처나 기자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면 최근에는 방송-출판-인터넷(SNS)-강연 등으로 경계를 확장하며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독자의 요구도 바뀌고 있다. 1세대가 보도의 전문성이나 타고난 배경, 성실성을 중심으로 존재감이 형성됐다면 2세대는 독자와 직간접 소통하면서 경쟁력과 인지도를 쌓아가는 추세다.
이는 독자들이 기자의 역할을 보도 행위 그 자체에 한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양방향 플랫폼인 미디어 환경은 기자의 자질, 사견은 물론 성품을 확인하는데 안성맞춤이다. 기자가 쓴 기사 댓글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 경제 이슈에 대한 인식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기자들 스스로도 ‘브랜딩’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원)를 먼저 SNS로 알린다거나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드러내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2005년 전후부터는 언론사 차원에서 기자들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고 있다. 기자 브랜드가 언론사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자들은 언론사의 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기자들은 언론사의 지원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한 경우다.
관록과 연륜으로 전문성을 무기로 하는 전문기자. 온라인에서 대중성을 획득한 스타기자. 그 두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전문성과 스타성 두 마리 토끼가 요구되는 양방향 매체 환경이기 때문이다.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은 팬을 얻기 위해서는 언론사 뉴스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기자와 스타기자를 나누는 경계는 쌍방향성이다. 얼마나 독자들과 열린 소통을 하고 있는가, 의견을 나누고 있는가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속 매체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문기자와 소속 매체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스타기자의 경계가 따로 없다. 온라인 활동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상파방송사를 포함 메이저 신문사 출신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유리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활동만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다. 스타성이 있는 기자들 역시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정보수집이나 독자와의 소통으로 전문성을 만회하고 있다.
오늘날 가치가 커지는 스타기자의 특성을 요약하면 첫째, 독자와의 소통에 뛰어나다. ‘단 한 명의 독자’에게도 반응한다. ‘휴머니스트’에 가깝다. 둘째, 독자에게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한다. 공백기간이 없다. 특히 자신의 보도물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스토리를 게재한다. 셋째,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팟캐스터 같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다수 운영한다. 기자의 활동 근거지를 사실상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다.
스타기자들은 전문 분야를 지속적으로 파고들면서 그 분야 독자들과 소통을 확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방 분야 하나만으로 커뮤니티를 일군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 해외IT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경제 김광현 기자, 온라인저널리즘의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가 대표적이다.
공공 이슈에 의견을 피력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한 경우도 있다. 현장소식을 발빠르게 공유하는 스킬도 남다르다. 대표적으로는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 춘천MBC 박대용 기자 등이다. 독자들을 상대로 저널리즘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는 시사IN 고재열 기자가 독보적이다.
스타기자는 취재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에게 전략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소식을 전하거나 의견을 공표하면서 ‘브랜드’라는 덤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계와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지나친 ‘정치적’ 발언은 저널리즘의 중립성, 객관성을 위협한다. 대중에게 선입견을 갖게 함으로써 기자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독자들과 소통과정에서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예기치 않은 문제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특히 대부분의 기자들이 소통보다는 일방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편이다. 브랜딩은 소통으로 진척되지 포스팅만으로는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무엇보다 ‘일관성’과 ‘지속성’도 미흡하다. 한 사안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늘어 놓거나 한 달이나 1년 만에 소셜네트워크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매체와는 분리 혹은 결별한 채 온라인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매체 입장에서는 스타기자와의 연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손실’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매체가 스타기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스타기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재교육 프로그램 등 관련 정책을 확대 도입해야 한다. 인센티브 카드도 만지작거려야 한다.
지면(방송)-인터넷-모바일 등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서비스 전략도 도출해야 한다. 단순히 기자 개인의 소통에만 맡기지 말고 전사적으로 독자 소통을 수렴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저널리즘 과정에 독자의 직간접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기자는 궁극적으로 커뮤니티라는 협력적 저널리즘의 장을 여는 견인차여야 한다. 맞춤 콘텐츠나 고객 충성도를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가이드라인 제정도 요구된다. 기자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개성과 전문성을 표출하면서 곤란한 부분도 만나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자의 윤리성, 양심이 강화돼야 한다.
스타기자는 언론산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아직까지도 기자 개개인의 분투에 의지하는 것은 애석한 대목이다. 물론 기자가 전문성 못지 않은 스타성을 겸비하기까지에는 기자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뉴스룸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은 전적으로 매체의 몫이다.
어떻게 하면 스타기자의 보유 규모를 늘리고 그 역량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각 사의 여건에 맞게 업무의 재정의를 비롯한 뉴스룸의 혁신이 중요하다.
1백만부 발행, 3천만명에 도달하는 커버리지 등 수치로만 인정되는 양적 경쟁은 이제 무의미한 시대다. 단, 1백 명이라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독자를 가진 스타 기자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기자협회보 2013년 6월19일자 '스타기자' 관련 인터뷰를 위해 메모로 작성한 것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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