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시행된 네이버 뉴스스탠드. 기사 제목에서 언론사별 구독으로 뉴스 소비 방식이 바뀐 이후 여전히 이용자들의 호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트래픽 감소폭이 커지자 검색어 기사남발 등 구태를 벗지 못하는 양상이다. 네이버가 보완책을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스스탠드 기본형 언론사에서 탈락할 곳이 선정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 4월1일 ‘뉴스스탠드’를 전면 시행했다.
지난해 10월 뉴스캐스트 개편 설명회 이후 근 반 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올해 1월1일부터 이용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를 병행하는 시범 서비스를 적용한지 3개월만이다.
뉴스스탠드는 이용자가 1차적으로 매체를 선택한 뒤 2차적으로 뉴스 콘텐츠 소비를 하는 방식으로 뉴스 제목만 보고 클릭하는 뉴스캐스트보다 한 가지 절차가 더 필요하다.
뉴스스탠드를 이용하려면 네이버 메인 페이지 뉴스박스에 신문 가판대처럼 각 언론사 아이콘들을 클릭해야 한다. 아이콘을 클릭하면 팝업창(뉴스스탠드 와이드뷰어)이 뜬다. 이 팝업창은 언론사가 뉴스를 배치한 편집판으로 언론사 사이트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편집판에서 보고 싶은 뉴스를 클릭하면 그때 언론사 페이지로 넘어간다.
뉴스스탠드는 뉴스캐스트에서 편집 가능한 뉴스 수인 9개 보다 훨씬 많은 20여 개의 뉴스를 노출한다. 언론사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편집판에 구성할 수 있다. 뉴스 콘텐츠의 배열과 구성을 적용하는 편집판은 단순히 제목 편집을 하는 뉴스캐스트와 비교할 때 언론사 뉴스룸의 관여도가 훨씬 높다.
그 동안 뉴스캐스트에 노출되는 언론사 뉴스는 모두 아웃링크에 의해 트래픽을 일으켰다. 하지만 언론사 간 과도한 경쟁으로 선정성, 낚시성 제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제한적이나마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게 넘겼던 네이버는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했다.
네이버는 개별 뉴스 단위 소비에서 저널리즘 파행이 유발된다고 보고 언론사 단위의 소비 구조인 뉴스스탠드로 개편했다. ‘충격’ ‘경악’ 등의 뉴스 제목에 언론사 브랜드를 숨길 수 있는 뉴스캐스트와는 다르게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브랜드가 크게 부각되는 만큼 맹목적인 트래픽 지상주의를 벗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언론사와 이용자 관계 중요한 뉴스스탠드
언론사들의 정책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이뤄지느냐는 것과 함께 이용자의 뉴스 소비 경험 변화도 관전 포인트다. 뉴스캐스트가 뉴스 제목 중심의 즉시적이고 소극적인 소비라면 뉴스스탠드는 전략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이용자들이 원하는 언론사를 구독하는 형식인 ‘마이 뉴스 설정’은 52개 기본형 언론사 선정 지표로 활용된다.
제휴 언론사 선정 절차도 바뀐다. 뉴스캐스트일 때는 언론학자들이 중심이 된 네이버 제휴평가위원회가 주도했다. 뉴스스탠드에서 신규 매체 결정은 종전대로 네이버 제휴평가위원회가 맡지만 6개월마다 바뀌는 기본형 언론사는 이용자의 언론사 설정에 따라 정리된다.
이는 포털이 주도하는 국내 온라인 뉴스 미디어 시장에서 뉴스기업의 브랜드 영향력이 이용자 즉 독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될 것이란 점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저작권료 외에 트래픽이라는 덤을 손쉽게 얹어 준 뉴스캐스트와 다르게 뉴스스탠드 환경은 브랜드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를 언론사에게 각인시킨 셈이다.
이와 별도로 네이버는 13개 언론사의 종이신문 PDF 유료 서비스인 ‘오늘의 신문 PDF 서비스’를 편집판에 적용했다. 옛날 신문을 디지타이징한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이은 조치로 한 달 단위 구독 뿐 아니라 개별 뉴스 단위, 하루 단위 구매를 적용한 유료 서비스다.
또 편집판 좌우 상단에 걸리는 배너 광고 수익도 분배한다. 네이버는 유료 PDF 서비스와 광고 모델 적용으로 종이신문의 수익모델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유의미한 ‘상생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고 뉴스를 탐색하다 클릭하는 뉴스스탠드의 모든 과정에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경쟁의 패러다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신문 위기로 지연되는 온라인저널리즘 투자
하지만 주요 언론사들이 뉴스스탠드를 대하는 태도는 뉴스캐스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 언론사 간 온라인 뉴스의 차별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속보를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정도다. 최근에는 줄어든 트래픽을 만회하기 위해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연관된 뉴스를 남발하고 있다.
둘째,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뉴스스탠드에서 언론사가 찾아야 하는 ‘우리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관점의 뉴스를 생산해야 하는지 등의 과학적인 논의가 생략된 상태다. 당연히 뉴스스탠드 이용자에게는 공장에서 매일 찍는 제품 같은 무미건조한 뉴스가 전달되고 있다.
셋째, 경쟁력 있는 뉴스를 생산, 편집, 유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저널리즘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터넷 뉴스를 종속적이고 보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다루는 형태다. 다만 신문산업의 위기구조가 심화하면서 여전히 뉴스룸의 혁신은 부분적이고 국소적으로 그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네이버 뉴스스탠드 이후 1개월간 대부분 언론사에서 트래픽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4월말 기준 뉴스스탠드 회원사 42개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뉴스캐스트 체제이던 3월 대비 각각 평균 59.6%와 37.9%씩 감소했다.
온라인 트래픽 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뉴스스탠드 서비스 도입 이후 3주 동안 뉴스스탠드 이용자 수는 과거 뉴스캐스트 이용자 수의 22.8% 수준에 그쳤다. 네이버 메인(프론트) 페이지 방문자 100명 가운데 55명이 이용했지만 뉴스스탠드 이용 규모는 네이버 메인 페이지 방문자 100명 중 13명 수준에 불과하다.
온라인 뉴스미디어 환경 변화는 미지수
‘마이뉴스’ 설정 비율도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뉴스 설정을 통해 뉴스스탠드를 방문하는 방문자의 비중은 고작 8.1% 수준에 머물렀다. 그 대신 네이버 뉴스섹션의 트래픽이 130% 가까이 증가했다. 많은 이용자들이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뉴스 페이지로 이동한 것이다. 한 마디로 이용자들은 뉴스스탠드는 외면하지만 네이버 뉴스섹션은 떠나지 않은 것이다.
코리안클릭은 한 보고서에서 “뉴스스탠드 시행 이후 이용자들은 네이버 메인 페이지 내 뉴스 소비에서 네이버 뉴스섹션에서 뉴스 소비로 행태를 전환했다”면서 “주제별로 정리된 큐레이션 형태의 뉴스 소비에 익숙한 이용자의 행태에 반하는 구조,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뉴스스탠드 주간 평균 방문자 중 약 40%는 뉴스 소비를 위해 언론사로 이동하기보다는 편집판의 제목만 빠르게 훑어보는(skimming)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최대한 인지적 처리비용을 줄이려 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뉴스스탠드에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서 언론사 간 트래픽 변동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언론사는 낮은 감소폭을 보였지만 포털과의 검색 제휴 등이 미진했던 곳은 높은 하락폭을 겪는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사의 뉴스캐스트 의존도와 관련성이 깊다. 뉴스캐스트를 통해 검색어 뉴스나 낚시성 제목 장사로 들어오는 방문자에 안주했던 언론사들은 뉴스스탠드 이후 상대적으로 많은 트래픽 감소폭을 보였다. 절반 가까운 온라인 뉴스 이용자가 탈매체적 뉴스 소비를 하는 만큼 뉴스캐스트에 의존해왔던 언론사를 인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상하는 언론사 충성 독자 확보 경쟁
뉴스캐스트는 각 언론사 뉴스가 골고루 노출돼 트래픽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반면 뉴스스탠드는 이용자들의 사용성이 불편해 트래픽 유입량이 자연 감소해 결국 의존도 자체가 약화하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뉴스스탠드는 상대적으로 작은 트래픽 규모와 이용자 호응으로 개별 언론사의 방문자 규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뉴스스탠드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언론사가 트래픽을 만회할 방법이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뉴스스탠드 시행 한달이 지난 5월초 현재 기준으로 네이버 검색은 방문자 규모의 등락폭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트래픽 감소에 빠진 언론사로서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할 때 또 다시 검색어 뉴스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목할 부분은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찾는 이용자 비중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스탠드에 만족할 수 없는 이용자들 중에 네이버 뉴스 섹션 못지 않게 언론사 사이트를 찾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는 “뉴스스탠드 이후 방문자 수 대비 페이지뷰가 덜 줄어든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면서 “그만큼 언론사 사이트를 찾는 고정 방문자와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방문자당 평균 페이지뷰가 높은 언론사 사이트들이 뉴스스탠드에서 트래픽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방문자당 평균 페이지뷰가 높다는 것은 이용자가 언론사 사이트를 ‘열독’한다는 의미다.
뉴스캐스트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뉴스를 클릭해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온 뒤 다시 포털사이트로 돌아가는 ‘휘발성 소비’가 일반적인 양상이었다. 언론사 단위의 소비 구조인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사이트를 찾은 이용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체 전략의 전환적 사고와 실행의 전제 조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바일과 SNS 등 콘텐츠 유통채널을 다각화하고 뉴스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저널리즘 수준을 높여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스탠드가 모바일 플랫폼처럼 브랜드 경쟁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혁신 전략이 요구된다. 기존 뉴스 유통 모델 더 나아가 뉴스 콘텐츠의 기획과 생산 및 서비스 과정에 대해 전환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첫째, 지난 10년 이상의 포털 중심적 뉴스 유통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포털에 얽매이면서 모든 언론사 뉴스룸은 통신사처럼 속보를 생산하는 곳이 됐다. 종합지도, 경제지도 연예매체가 되는 등 인터넷에서는 특색 없는 언론사 브랜드만 경쟁하는 상황이다.
과연 포털에 뉴스 공급을 지속해야 하는지, 한다면 생산 뉴스의 전부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SNS도 더 이상 방치 상태로 둬서는 안 된다.
둘째, 언론사 뉴스 콘텐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물과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영향력을 갖는 스토리는 다른 점이 많다. 가령 주장이 강한 사설보다는 정보를 많이 담은 콘텐츠가 가장 효율적인 뉴스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보다 사진, 비디오, 오디오 같은 멀티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정보 유통 시장을 주도하게 될 모바일은 섬리(summly) 앱의 등장처럼 진보적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고전적인 뉴스의 문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안팎의 역량과 여건을 고려해 뉴스 생산 전략이 새롭게 짜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뉴스룸이 전면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최종 목적은 뉴스 콘텐츠와 기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먼저 온라인 뉴스룸이 강화돼야 한다. 오프라인 뉴스룸에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대등하고 독립적일 수 있도록 위상도 달라져야 한다.
뉴스룸 통합이 필요하다면 공간적인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출입처 기반 소통에서 이용자 관계 소통으로 기자의 업무도 변화해야 한다.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의 관행과 제도도 뜯어 고쳐야 한다.
오늘날 온라인 독자를 합산하는 통합 오디언스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스탠드는 포털이 나서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뉴스 산업 즉, 저널리즘 비즈니스는 매체의 사장 내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뉴스스탠드는 이용자의 역할에 주목한 대표적인 유통 환경이다.
유익하고 신뢰도 높은 뉴스, 활발한 이용자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는 데 집중과 선택을 하지 않으면 언론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이다. 그것이 트래픽 버블 붕괴의 손익 계산서를 내미는 뉴스스탠드의 진정한 메시지다.
덧글. 관훈클럽 <관훈저널> 2013 여름호에 게재됐습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2013년 4월말입니다.
미디어오늘 2013년 6월12일자.
덧글. <미디어오늘> 2013년 6월12일자 '뉴스캐스트로 복귀? 네이버가 선택할 수 있는 다섯가지 방안'에서 제가 뉴스캐스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국내 언론사의 인식과 대응수준을 감안한 것이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포털, 언론사,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적정한 편익을 주려면 결국 뉴스캐스트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다른 방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언론사의 온라인저널리즘 강화(유통전략 전면 수정-유료화) 없이 네이버 뉴스 서비스 방식만 바꾸는 건 지금 뉴스스탠드에서도 보다시피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뉴스스탠드의 메시지는 언론사가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저널리즘 혁신을 하라는 건데요.
깨달은 곳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Online_jour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기자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0) | 2013.06.23 |
---|---|
뉴스와 지식노동을 재정의하는 기술 (0) | 2013.05.21 |
고독한 `프레시안`의 도전..."믿을 건 독자뿐" (2) | 2013.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