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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저널리즘의 기본"…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 화제

by 수레바퀴 2012. 12. 11.

오마이뉴스의 '사실검증' 보도 페이지. 다섯 등급으로 진실-거짓을 판명한다. 경우에 따라선 독자도 판단하게끔 한다. 데이터 즉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는 만큼 가치 중립적인 보도다. 한국 언론은 늘 이것이 부족하다는 독자들의 평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후보자들의 공개 발언 내용이 과연 사실에 부합한지 확인하는 ‘팩트 체크(fact check, 사실 검증)’를 시행 중이어서 화제다. 


해외의 주요 언론사는 선거와 같은 빅 이벤트에 대해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에 나설 정도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초보단계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주요 신문사가 '팩트 체커'라는 직무를 도입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해서 <오마이뉴스>처럼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실 검증'에 나선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팩트 체크를 맡고 있는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사진·팀장 황방열(가운데), 기자 홍현진·박소희·구영식(사실검증 반장)·김도균(사진 왼쪽부터))’은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 기자들. '사실'이야말로 기자가 가장 중요하게 다룰 으뜸의 가치이다. 저널리즘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오마이뉴스> 편집국 상근 취재인력(펜pen 기자 기준)의 규모가 30여명 정도이니 꽤 비중있는 조직이다.   


사실검증팀은 매일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동원해 검증한다.


<오마이뉴스>의 사실 검증은 -2점(진실), -1점(대체로 진실), 0점(논란), 1점(대체로 거짓), 2점(거짓) 등 총 5단계로 점수를 부여한다. 


거짓의 사례가 많아질수록 점수가 높아지고 그래픽으로 처리된 각 후보자의 코길이가 길어진다. 그래서 '피노키오 지수'라고 부른다. 11일 현재 박근혜 후보는 26점, 문재인 후보는 17점이다. 


사안에 따라선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한다. 사실 검증 기사 끝 부분에 '바' 형태로 5 단계의 점수를 줄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다. 네티즌들이 직접 뉴스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1월1일부터 지난 12월5일까지 35일 동안 [오마이 팩트]란 머릿말을 달고 53개의 기사가 나갔다. 하루에 1건 이상의 ‘사실 검증’이 이뤄진 것이다. 


생방송 TV토론 중에 ‘실시간 검증’도 하고 있다. ‘한미동맹 폐지-주한미군 철수 합의? 박근혜의 거짓말’, ‘문 후보님, 나홀로 아동 200만명은 너무 많아요’ 등처럼 TV토론에서 발언한 내용을 바로 체크하는 것이다.


공약검증팀을 겸하고 있는 황방열 팀장은 “선거 때는 확인 안된 주장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한번 다뤄보자는 취지로 사실검증팀을 신설하게 됐다”면서 “유세 현장 등 선거 관련 보도를 다루는 ‘대선 올레’와 함께 특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오마이뉴스>의 사실 검증은 ‘걸리는대로 다 한다’고 할 정도로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는다.


황 팀장은 “실제로 사실 검증을 통해 논란이 된 보도 중엔 투표마감 시각이 저녁 6시인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대해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했다”면서 “사실 검증 그 자체에 충실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물론 독자들의 반응도 열띠다. 트위터 계정(@ohmy_fact)을 통해 들어오는 독자들의 의견 중에는 “신선하다” “선거보도를 중계하는 것도 바쁠 건데 시비를 가릴려고 하는 게 좋아 보인다” 등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팩트 체크를 처음 고민할 때는 취재기자들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왜 하냐”고 시큰둥했던 분위기도 ‘사실 검증 보도’를 하면서는 “현장에서 뛰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반전됐다. 


황 팀장은 “지금까지 (온라인) 기사는 어떤 전형적인 틀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경험하면 진정한 온라인 기사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검증’ 관련 기사의 경우 사실을 입증할만한 관련 데이터를 링크한다거나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등 정보의 입체적 구성에 주안점을 둔다. 


독자들은 어떤 기사보다 쉽고 직접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 ‘감동’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온라인 기사가 ‘정형화’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입증하는 보도는 그야말로 온라인저널리즘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황 팀장은 “<오마이뉴스>의 사실검증 보도는 기존 전통매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대선이 끝난 뒤에도 상설조직으로 둘지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새로운 기사쓰기의 가이드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19일 전날까지 ‘사실 검증’ 보도를 할 계획이다.



황방열 사실검증팀장. 2001년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 오마이뉴스 지회장을 맡았다.

<오마이뉴스> 사실 검증 보도의 과정은 이렇다. 


아침 회의 때 다양한 매체의 보도 내용, 각 후보자와 캠프 관계자의 발언 내용 등을 스크린하고 아이템을 정하게 된다. 


각 기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분야가 있다. 검증이 시작되면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추가 취재를 통해 사실 관계를 정리한다.


한국 언론에선 흔치 않은 사실검증팀을 맡은 황방열 기자는 “이 때 어떤 정당인가, 어떤 후보자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어떤 아이템은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한다. 생중계되는 TV토론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처리할 때도 있다.


독자들의 반응이 신경 쓰일 때도 많다. 그 부분만 잘라서 ‘검증’을 하지 말라는 주문이 많다. ‘맥락’을 보라는 것이다. 


황 기자도 “대선 기간 중에 후보자와 핵심 참모의 말 한마디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변수들을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사실(fact)’은 유권자가 후보와 그 후보의 세력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지표이다. 어떤 후보가 거짓말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그의 역량과 품성을 평가할 밑천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언론에 대해 신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도 ‘사실’에 부합한 보도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 


황 기자는 “기자가 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것인데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가려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2012년 한국 전통매체가 보여준 저널리즘의 신뢰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뉴스룸에 ‘팩트 체크’라는 기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정작 언론사의 가시적인 조치들은 나왔던가? 


대선의 열기가 뜨거운 이 시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 사실검증팀의 ‘오마이 팩트’ 관련 기사 묶음


(참고)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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