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언론사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뉴스를 상품화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준 있는 콘텐츠라면 시장에 얼마든 팔 수 있다는 기대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언론사가 가진 이 기대감은 단지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간직한 희망어린 신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양하고 지속적인 실험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강정수 박사는 그 실험에 대해 첫째, 외부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팀 둘째, 독자관계를 전담하는 팀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들이 현재의 저널리즘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는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적어도 1~2년 내에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또 투자여력이 있는 언론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따라서 혁신의 진행방향과 내용은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인력 재배치 정도에서 머물거나 소규모의 새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 아예 외부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해외 뉴스미디어기업이 후자의 방향으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국내 언론사는 대부분 낮은 형태의 투자를 선택한다. 전문인력 영입도 1~2명 정도이고 기존 뉴스룸의 10%도 되지 않는 뉴미디어 조직에 기대는 양상이다. 온라인 부문을 맡는 닷컴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닷컴사는 본사와 거리감을 좁히는 데만 지난 10여년을 허비했다. 뉴스의 질을 끌어 올리는 데는 협업의 경험이 부족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뉴스를 양산하는데 능한 조직을 소통과 마케팅에 적응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시아권 언론사들이 겪는 문제들은 대부분 문화적인 맥락에서 비롯한다. 뉴스룸의 혁신은 실제로 좌절의 사례가 더 많다.
물론 독자들은 언론사 내부의 변화상을 잘 헤아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웹 사이트나 모바일에서 볼 수 있는 뉴스는 아닐로그의 변화라고 받아들여질 뿐 특별한 것을 알아내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뉴스를 상품화하는 시도 즉, 뉴스 유료화에 나서는 것은 심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불의사라는 새로운 경험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웹 사이트에서 언론사 뉴스를 제한없이 소비하면서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뉴스룸의 어지간한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이같은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국내의 경우에는 시장규모의 한계, 신뢰도 추락 등이 겹치면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스를 상품처럼 거래하는 시절이 오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내외 언론사들이 다양한 뉴스 상품화를 시도해왔다. 뉴스의 상품성은 뉴스가 거래할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뉴스의 가치는 첫째, 뉴스에 깊이(depth)를 더할 때(심층성) 발생한다. 깊이란 정보의 설계를 보다 심층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이퍼링크나 부가적인 정보를 뉴스와 함께 구성한다.
둘째, 뉴스에 예술성(artwork)을 더한다. 예술성이란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보태 평면적인 뉴스를 입체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인터랙티브뉴스, 인포그래픽뉴스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디지털스토리텔링 기법은 뉴스와 게임, 교육, 커머스(commerce, 상거래) 등을 결합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는 부분과도 연결된다.
셋째,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피드백하는(상호성) 것까지 담보한다. 뉴스룸을 떠난 뉴스는 독자들을 통해 완전히 재정의되고 있어서다. 뉴스의 내용에 담긴 사실관계를 심사받고 평판이 보태져 ‘그들만의 무대’로 던져진다. 뉴스룸과 기자는 발가벗겨진 채로 독자들의 수중에서 요리됐다. 뉴스룸도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뉴스의 상품화 과정은 특히 국내의 경우 조용하고 외롭게(?) 진행돼 왔다.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는 과정이 없었다. 뉴스를 좀 더 가치있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인 뉴스룸의 종사자들이 호평을 받는 기회도 좀처럼 없었다. 정치와 이념 과잉의 언론계가 뉴스룸 안팎에서 추진한 뉴스의 혁신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언론사들이 뉴스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 언론사는 아직 여러 면에서 초보적인 단계이나 해외 언론사는 탄탄한 정보 설계를 밑단에 보유하고 있어 예술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깃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언론사들이 기울인 뉴스의 상품화 사례들은 비록 시장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획득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언론계 스스로의 불찰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독자들도 뉴스가 상품성을 갖는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상품의 품질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술적 견해가 있다.
먼저 파라슈라만, 자이타믈, 그리고 베리(Parasuraman, Zeithaml, & Berry, 1985)는 소비자의 지각 품질을 바탕으로 서비스 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서비스 품질 척도를 개발한 바 있다.
그들은 ‘유형성’(tangibles), ‘신뢰성’(reliability), ‘응답성’(responsiveness),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능력’(competency), ‘예절’(courtesy), ‘신용도’(credibility), ‘안정성’(security), ‘접근가능성’(access), ‘고객 이해’(understanding the customer) 등을 꼽았다.
논의를 좁혀서 웹 사이트에 대한 사용자의 품질지각을 측정하는 도구는 WebQual 모형이 있다. 반스와 비드겐(Barnes & Vidgen, 2001)이 만들어 계속 발전시킨 WebQual 4.0은 웹사이트의 서비스 품질 차원을 ‘유용성’과 ‘정보성’, ‘상호작용성’ 등 세 가지로 구성했다.
인터넷상의 품질요인에 대해서는 클리랜드(Cleland, 2000)의 연구도 볼만하다. 콘텐츠, 편리성, 커뮤니케이션, 맞춤성, 커뮤니티, 연결성, 고객관리(customer care) 등 7C의 요인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린과 우(Lin & Wu, 2002)의 연구가 있다.
뉴스에 대한 연구케이스는 이브랜드(Eveland 2003)가 눈에 띄인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가 지각하는 주요한 품질요인으로 그가 제시한 '미디어 특성'을 대체해보면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구조’(structure), ‘통제권’(control), ‘채널’(channel), ‘원문’(textuality), ‘콘텐츠’(content) 등 여섯 가지가 나온다.
뉴하겐과 라파엘리(Newhagen & Rafaeli, 1996)는 뭐니뭐니해도 상호작용성을 들었다. 특히 그들은 뉴스는 ‘하이퍼텍스트성’(hypertextuality)란 설명 구조-스토리 전개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서비스 품질에도 관련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외 연구자들은 다양한 서베이를 통해 그들만의 품질요인들을 뽑아냈다. 대표적으로 살린, 개리슨 그리고 드리스콜(Salwen, Garrison & Driscoll, 2005)에 의해 ‘편리성’(convenience), ‘뉴스의 양과 질’(quantity and quality of news), ‘차별성’(difference), ‘뜻밖의 재미’(serendipity) 등이 정리된 바 있다.
뉴스의 예술성이란 분야는 학제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뉴스에 대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의의와 개념 등은 노라 폴 교수가 독보적이다.
▲ 국내 언론사
▪ 중앙일보
- 뉴스 하단에 관련 인물 정보 제공 / 뉴스의 심층성
▪ 코리아타임스
- 영문기사, 번역과 오디오 서비스 / 뉴스의 심층성
▪ SBS
- 온라인 기사에 기자 사진과 프로필 공개 / 뉴스의 상호성(개방성)
▲ 해외 언론사
▪ 뉴욕타임스
- 김연아 점프 분석 / 뉴스의 예술성
▪ (글로벌) 메트로
- 위치정보와 결합한 뉴스 제공. 메트로에서 생산하는 맛집 관련 뉴스 정보와 일치하는 공간에 포스퀘어(Foursquare) 사용자가 들어오면 모바일 기기에 알림창이 뜨면서 관련 내용을 전달함. 단 포스퀘어 메트로를 팔로우 한 사람에 한함. 메트로는 하이퍼 로컬 뉴스를 제공하고 포스퀘어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 독자는 특정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할 수 있어 매력적임. 이같은 서비스를 ‘지역이해 뉴스(location-aware news)’라고도 함 / 뉴스의 상호성
▪ 뉴욕타임스
- 월드컵 기간중 페이스북에서 유명 축구선수의 언급 빈도 / 뉴스의 상호성
▪ 가디언
- 정치인의 433개 공약의 약속이행 현황 추적 / 뉴스의 심층성
▪ 뉴욕타임스
- 크레인 사고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인터랙티브 뉴스 / 뉴스의 예술성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도래 이후 전통매체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국내 시장은 종편탄생, 미디어렙과 같은 전혀 다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불변하는 진실은 언론산업의 미래가 뉴스를 중심으로 확보된다는 점이다. 보다 품격 있는-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타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뉴스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기자협회 온&오프(63회)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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