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역사드라마,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역사적 사실을 따지면서 보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그냥 재밌는 이야기로 보고 계신가요? 그리고 혹시 같이 보던 자녀가 저게 사실이냐고 물어본 적은 없으세요? 시대극을 보다 보면 가끔 이런 혼란을 경험하게 되죠? 현재 MBC에서는 동이, 로드 넘버 원, 김수로.. 이렇게 세 편의 시대극이 방송되고 있는데요, 과연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 살펴보고요, 시대극은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은지, 또 시대극이 방송될 때마다 대두되는 역사적 고증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TV로 보는 세상>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Q. 역사(현대사 포함)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A.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것을 익혀 새롭게 한다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아는 역사는 사실 그만큼 깊은 인식과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이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십이나 흥미 위주로 보는 경향도 있고요. 민족적인 자긍심이 강한 나머지 국수적으로 보기도 하고요. 영웅중심적 사관도 있는 것같습니다.
Q. 사람들의 역사의식(지식포함)에 사극, 시대극이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A. 일단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극, 역사극이 하나 나오면 역사는 물론이고 인물에 대한 새롭게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장금, 선덕여왕처럼 기존의 역사에선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인물들이 드라마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고요. 인물과 시대상황에 대한 재조명이 확대되면서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가 뒤바뀌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Q. 현재 방송되고 있는 ‘동이’, ‘김수로’, ‘로드 넘버 원’에 대한 각각의 평가를 부탁드립니다.(역사적인 면과 드라마(허구)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숙빈 최씨와 숙종을 다루고 있습니다. 숙빈 최씨의 자료가 많은 것은 아니나 <동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니죠. 또 숙종이 바람둥이거나, 철혈 독재자로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약간은 어리석하게 묘사되는 것도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것입니다. 명성왕후 김씨가 살아 있다는 것도 논란이 됐죠.
<김수로>는 가야 건국의 주역인 김수로를 다루고 있으나 신화속에서 만났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드라마적 캐릭터로 창조됐습니다. 가령 김수로가 신라 공주 아효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설정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 신녀로 나오는 나찰녀도 허구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로드 넘버 원>은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전투신이 늘면서 전투모습이 실제 전투상황과 다르게 느슨하고 사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늘고 있습니다. 전차 고증이 안됐다거나 당시 군복색깔이 국방색이라고 불리는 짙은 청색계열이었는데 지금까지 입고 나온 군복의 색상은 베이지색이라는 점도 논란이 일었고요.
Q.(‘사료’를 중심으로) 과거 사극과 요즘 사극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A. 과거에는 정통 사료 중심의 고증이나 완벽한 재현에 초점을 뒀습니다. 요즘 사극은 상상력이 더 작용합니다. 실존 인물도 있지만 최소한의 장치만 빌려 와서 다른 것들은 모두 창조해내기도 하고요.
현대적 분위기와 화법, 복식까지 차용하는 퓨전 드라마도 많이 늘고 있지요.
Q. 한 줄 사료에서 꺼내온 이야기,
A1. 장점은?
그간 역사에서 부각받지 못하는 인물이나 사건, 새로운 관점들이 볼 거리 위주로 만들어지면서 감각적인 것들도 많고, 재미도 줍니다. 공전의 인기를 올린 <대장금>도 단 몇 줄의 사료에서 시작됐었죠.
A2. 우려되는 점은?
재미를 위주로 시대상황과 인물을 재구성하면서 사실보다는 허구가 더 늘어날 수 있지요. 자연히 중요한 인물과 사건의 연대기도 바뀌져서 역사 자체가 왜곡되는 문제가 일어나지요.
Q. 사극(시대극 포함)은 일반 드라마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고증’, ‘왜곡’과 같은 부분인데요, 사극(시대극)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런 점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사극(시대극)은 객관적인 사실 즉, 역사라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역사지식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지나치게 허구적일 경우 지적인, 문화적인 혼란을 갖게 됩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속의 인물이나 정확히 알고 있는 시대상황이 다르게 묘사된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지요.
Q. 하지만 사극(시대극)은 분명 ‘드라마(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시청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시청하면 좋을까요?
A. 드라마를 사실에만 충실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적인 다큐멘터리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드라마의 허구가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허구가 지나쳐 객관성을 훼손하고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데 대한 비판적 관점은 지켜야겠지만 말입니다.
Q. 최근 사극과 관련해서 시청자들 스스로 드라마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를 찾아보고 비교하거나,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과 이런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드라마는 역사적 인물과 시대상황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줍니다. 최근 시청자들은 과거와 다르게 드라마가 다루는 정보에 대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령 인터넷을 통해 지식정보를 찾고 토론하는 능동적 참여자로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사의 해석과 비평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점과 교훈을 찾는 기회도 늘게 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Q. 역사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대두되는 고증문제(왜곡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A. 역사 드라마가 안고 있는 숙명이 바로 역사적 사실에 근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역사적 고증에는 다양한 사료, 문헌, 전문가들을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복식, 건축, 인물들의 행적 같은 것은 최소한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존인물의 경우에도 극단적인 관점으로 그려가기 보다는 중립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렇게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밴 드라마의 전개는 다소의 허구가 있더라도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MBC TV <TV속의 TV> 인터뷰를 위해 작성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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