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 유료화를 검토한 뉴욕타임스. 최상의 저널리즘을 인정받은 올드미디어의 선택은 언제나 시장을 주도할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건강성을 의문받는 기자와 뉴스룸의 선택은 항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를 비롯 유력 신문사들이 뉴스 유료화를 다시 검토하고 있어 국내외 언론사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광고모델을 고수하면서 미국내 신문사 사이트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뉴욕타임스 그룹 아서 슐츠버거 쥬니어 회장은 최근 주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유료화를 재시도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30여개가 넘는 부서가 제안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최적의 온라인 수익모델을 발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다양한 구독 프로그램 및 유료 결제 방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외 주요신문들 중 유료화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곳은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소수이며 뉴욕타임스를 비롯 대부분의 신문사 웹 사이트는 무료 서비스를 통한 방문자 확보를 배경으로 한 광고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수년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기관들에 의해 신용등급을 의문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려 왔다. 오너인 슐츠버그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피곤해질 정도가 됐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 뉴욕타임스 웹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유료화가 과연 현실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완성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때 해외 이용자들에 한해 결제를 하도록 했고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칼럼이 포함된 '타임스실렉트' 프로그램을 유료로 운영한 뉴욕타임스는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왔다-지난해 기준 뉴욕타임스 그룹의 총 수익중 디지털 부문의 비중은 12%로 2004년의 4%에 비하면 3배나 성장했다.
이러한 뉴욕타임스가 꺼내든 웹 사이트의 뉴스 유료화 흐름은 "뉴스를 도둑질해가는 구글"과의 신경전이 계속된 미국, 유럽의 올드미디어의 감정이 격해진 지난해 말부터 감지돼왔다.
지난 14일엔 미국 올드미디어 관계자들이 인쇄 출판 매체의 인터넷 콘텐츠를 유료화시키기 위해 '저널리즘 온라인'의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모양새다.
코트TV 설립자 스티븐 브릴, 월스트리트저널 전 발행인 고든 크로비츠, AT&T 전 CEO 레오 힌더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사 뉴스 유료화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상품 구성과 요금제를 구성 구독료를 낸 이용자에게 한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구글 등 검색엔진의 수집 차단을 비롯 무분별한 링크도 사실상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내 신문, 매거진 등 주요 매체사들이 이미 강력하고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의 상당수 신문사들이 포털 뉴스 공급 중단과 유료화 모델을 시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 여건과 이용자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 저널리즘 온라인 등의 유료화 결정이 전면적으로 이행될 경우 한국 시장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오래도록 포털 업계에 일방적으로 시장을 빼앗기면서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잃은 국내 신문업계는 더 획기적인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부터 공동포털 구축을 본격 검토한 한국신문협회의 경우 현재 복수의 인터넷기업들과 접촉 중이다. 일부 메이저 신문은 포털을 배제한 뉴스 유통도 심각히 다루고 있다.
전자종이리더기, 스마트폰 등 계속 확장되는 시장을 고려 총체적인 뉴스 유통 플랜을 설계할 시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전통적인 종이신문 유통구조는 생산자인 신문사의 몫을 더욱 줄여가고 있다. 고비용 구조로 정착된 유통총판격인 지국의 몫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인 펄프값은 최근 몇 년간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신문산업은 언제부터인가 반환경적 사업이 됐다. 일반적으로 연 180,000원의 신문 구독료 중 100,000원이 종이 값으로 나가는 등 신문을 찍으면 찍을수록 적자가 나는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여기에다 포털에 값싸게 뉴스를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 뿐만 아니라 영향력까지 잠식당한 뉴미디어 부문은 신문사에게 천추의 한이 된지 오래다. 올해초 공식 론칭한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를 네이버의 수족(手足)으로 전락시켰다.
사실 신문산업은 출발할 때부터 ‘유료모델’이었다. 독자와 기업 등 모든 고객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선 신문의 콘텐츠를 볼 수 없었다. 21세기 들어 포털이 뉴스유통을 주도하면서 모든 것은 사실상 무료로 돌아갔다-휴대폰 뉴스의 경우도 독과점적 이동통신사의 몫이었을 뿐이다.
다양한 플랫폼 상에서 무료 뉴스 소비가 확대되면서-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저가 또는 무료로 뉴스를 보고 있다-신문산업은 종이신문만(only newspaper) 유료로 파는 형국이 됐다.
그나마도 지하철 출퇴근길에 무가지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결과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무료라는 형틀에 묶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투명도, 개방도, 참여도가 고조된 웹2.0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집단지성에 의해 한국언론이 비판받고 있는 대목은 심각하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정치권력과의 밀월관계, 광고주와의 친밀성은 언론산업의 도덕성에 중대한 의문을 가져왔다.
뉴스 콘텐츠의 심층성, 차별성이 떨어지는 등 뉴스수준에 대한 의문과 성찰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슐츠버그 회장의 일관된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퀄리티 저널리즘이란 최고도의 직업적 양심과 윤리를 기초로 객관성, 공공성, 다양성이 구현된 뉴스 서비스를 의미한다.
오늘날 '뉴스'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상호 검증되고 공유, 재해석되며 살아서 숨쉬는 생명체가 바로 뉴스다.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뉴스-저널리즘은 웹2.0 시대의 집단지성에게 쓰레기나 오물 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유력매체들이-비록 글로벌 마켓이라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장을 배경으로 한 것이지만-유료와 무료모델을 믹싱(mixing)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내 다수의 소비자들로부터 퀄리티 저널리즘을 인정받은 결과는 아니었을까?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충성도를 높이는-시장의 보편적 신뢰를 획득한-퀄리티 저널리즘의 정착 없이 뉴스 유료화 그리고 올드미디어의 미래를 상정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自己欺瞞)이 아닐까 한다. 유독 한국에서는 말이다.
덧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 미국 주요신문들이 아이폰 단말기에 뉴스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이용자들을 유인, 아이폰을 경유한 웹 사이트의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는 6월말 아이폰 새 버전이 출시되고 애플 스토어 서비스 정책이 바뀌게 될 경우 월정액으로 뉴스 유료 서비스 전환이 가능해지면 무료 전략을 다시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퀄리티 저널리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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