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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왜 14개 언론사를?

by 수레바퀴 2008.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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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4란 숫자는 13보다 크고 15보다 작은 자연수. 규소(Si)의 원자번호. 쥐며느리의 다리 수. 일본에서는 행운의 수로 여기지만 중국에서는 불행한 수로 생각한다.
 
이 14가 난데없이 등장해 신문업계를 고통스럽게 압박하고 있다.

14는 네이버가 지난 10일 '뉴스캐스트' 설명회에서 톱 14개 언론사를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뉴스캐스트는 초기화면 뉴스(편집)박스의 편집권을 포기하는 대신 이용자가 선택하는 언론사로 뉴스박스를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현재 언론사별 뉴스박스를 운영하는 43개 언론사 중에서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면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는 그 언론사가 편집하는 뉴스가 노출된다.

문제는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기 이전에 첫 화면에 자동 노출되는 언론사를 14개사로 제한한 것이다.

이를 이용자들이 언론사를 선택하는데 편이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하필 왜 14개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일단 네이버는 ‘언론사별 뉴스박스’를 제공한 200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이용자들이 뉴스박스에서 언론사를 설정한 수치를 기준으로 14위 내에 든 매체를 노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5일 베타서비스를 앞두고 열린 뉴스캐스트 설명회에서 네이버 윤영찬 정책담당 이사는 "14개사로 정한 것은 초기화면 로딩속도에 부하가 걸리는 등 기술적 문제가 있고 (너무 많으면) 이용자 선택이 불편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분기별 순익을 수천억대로 내는 회사가 그러한 이유를 내세우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2년간의 이용자 선택자료를 근거로 우선 노출하겠다는 14개사가 뉴스캐스트 개편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네이버는 14개사 선정 근거로 순전히 이용자의 '데이터'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를 믿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특히 이용자들이 지금까지 언론사별 뉴스박스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설명회에서 윤 이사는 이용자의 언론사별 뉴스박스 이용률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이라는 상식적 추정도 거들고 있다. 

이용자들이 그동안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를 그대로 이용하는데 익숙하고, 설혹 언론사별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네이버가 편집한 뉴스박스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무작위 이용자들의 선택 그 자체를 불신하는 부분이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신문독자도 (마케팅 차원에서) 연령별, 지역별, 소득별, 학력별 가중치가 있는데, 인터넷 이용자 선택을 근거로 14개를 뽑아내 서열화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여기에는 언론사와 그 뉴스를 순위를 매길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닷컴 관계자는 "뉴스캐스트는 지금은 폐지된 방송프로그램 가요톱10을 연상시킨다"면서 "매일 언론사들이 톱14에 들기 위해 뼈빠지게 노동하는 코미디가 연출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상위 14개사에 들기 위해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개입, 포털뉴스 자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 인기검색어 기사남발(기사 어뷰징)에 이어 선정적 저널리즘이 예상되는 대목이다(새 언론사별 뉴스박스에는 이미지 편집도 포함됐다).

또 14개 언론사가 과연 이용자의 선택치로만 구성될 것이랴는 의혹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신문을 비롯, 경제지, 스포츠지, 인터넷신문 등 분야별로 '황금분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는 그러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14개 언론사를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윤 이사는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이용자들의 선택 상황을 보면서 14개사를 다시 정하게 돼 자연스럽게 합리적 운영임이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사들의 동요는 심상찮다. 14개사 제한이 이미 출발선상을 달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언론사간 편 가르기, 줄 세우기 등은 물론이고 오히려 더 종속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왜 14개 언론사를 내세워 분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언론-포털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마당에 도대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장에 한국신문협회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동포털 등 신문사들의 유례없는 결속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에도 숫자 '14'는 돌발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메이저 신문사들의 움직임보다는 14개 언론사에 들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는 서울 소재 일간지들을 중심으로 뉴스캐스트 보이코트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14'를 막아야 한다는 현안이 급부상할 지는 오늘과 다음주 예정된 신문협회 모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도 비판여론이 일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행동이 예상된다.

내일 대표자 모임을 갖는 온신협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를 갖고 노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네이버의 하청조직으로 연명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메이저신문은 트래픽 효과는 별로 없고 '인정하지 않는' 일부 인터넷신문과 14개로 지정된 뉴스박스 속에서 원오브댐(one of them)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마이너신문은 실시간 편집을 위해 추가적인 전담인원 투입 등 만만찮은 부담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개 언론사' 우선 노출은 경기침체와 광고매출 격감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신문업계를 더 자극해 포털을 맹공하는 단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포털뉴스 서비스의 개선이 아니라 네이버의 '14'는 광고주를 비롯 다양한 시장내 이해관계자들이 신문을 보는 태도를 변화시킬 만한 파괴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도 마뜩찮을 수 있다. 네이버가 초기화면 뉴스박스 편집권을 포기하는데 따라 전체 언론사의 뉴스를 볼 수 있던 '뉴스박스'를 떠나는 등 새로운 소비패턴을 보여줄 여지가 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상당수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스캐스트의 안착 정도에 따라선 국내 포털뉴스 지형의 변화까지 점쳐지는 대목이다.

물론 '14' 논란을 어떻게 수렴하느냐에 따라 부상할 부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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