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 서비스가 인터넷 전반을 통제하려는 일부 정치권의 시도 속에서 어떤 제도적 장치로 결론을 맺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포털뉴스의 사회적 영향력과 폐해가 적지 않다면서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 언론관계법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존 포털뉴스 서비스가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여론에 혼쭐이 난 이명박 정부는 소수의 '악플러'들을 문제삼으면서 해외에서는 용도 폐기 처분된 '모욕죄'까지 들고 나올 조짐이다.
이미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사실상의 전면적 실명제로 분위기를 띄우며 중무장할 태세다. 여기에 포털의 대표적 미끼 상품인 '뉴스'를 붕괴시키는 쪽으로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 여당의 포털 규제 입법은 이용자의 뉴스 소비와 표현 자유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언론 관계법에 포털뉴스를 포함시키는 것은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급하다. 포털과 경쟁하면서 곤경을 겪고 있는 한국신문협회는 포털을 신문법에 등재한다는 것은 뉴스 재매개에 대해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의 진흥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내 이해관계자의 한 축인 신문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포털의 뉴스편집 행위는 사실상의 언론행위라면서 포털의 언론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쪽도 있지만, 포털뉴스 서비스의 영향력과 신문법과는 무관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포털의 뉴스 재매개와 관련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제3의 법률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포털뉴스를 둘러싼 개념화 논의는 수 년 전부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무작정 법제화를 늦추자는 것은 아니다.
포털뉴스의 영향력과 역기능을 고려할 때 당장에는 피해구제 부분만을 언론중재법에 담아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만큼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숙의과정을 거쳐 포털의 언론화 논의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현재 포털사업자는 기존 뉴스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오픈 캐스트 시행 방침을 밝혔고 일부 포털사업자는 전면적인 아웃링크를 고려하고 있다.
신문기업도 벌크방식의 뉴스공급을 멈춰야 한다는 자성론이 무르익고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뉴스의 언론화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포털뉴스에 대한 법제화가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이버 모욕죄, 제한적 본인 확인제, 포털의 임시 조치 등 인터넷 이용자의 여론 수집과 형성 전반에 걸쳐 '차단막'이 길게 드리우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벗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포털은 이제 정치공방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털뉴스를 둘러싼 법안 심의 과정은 객관적인 토론보다는 정치적 갈등으로 점철돼 최악의 누더기 법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포털 법제화는 결과적으로 이용자를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네티즌간의 오랜 불화 관계가 복원할 수 없는 결별 수순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덧글. 서울신문 기자와 6일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오늘 기사를 본 뒤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어 포스트한다.(이미지는 서울신문 10월7일자)
포털뉴스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언론 대부분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한 언론의 위기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신문업계가 뉴스 유통에 대한 전면적 변화를 더 이상은 늦춰서는 안된다. 그러나 언론 신뢰도, 만족도가 낮은 상황에서 포털을 배제하고 인터넷 뉴스 유통의 홀로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단 하나의 열쇠는 올드미디어가 성찰적 혁신의 장도에 오르는 것이다.
인터넷, 그리고 이용자와 포털 등을 싸잡아 공격하는 것으로 이미 황혼에 들어선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만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대가 애용하는 인터넷을 단지 수동적인 소비와 순응하는 여론 공간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에 편승하는 것은 (혁신없는) 올드미디어가 마지막 남은 지위를 남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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