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정보와 데이터가 당신을 따라간다. 당신이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했다면 더 이상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브라우저 하나로 모든 환경, 내용과 정보가 당신 앞에 펼쳐진다. PC 뿐만 아니라 핸드폰, TV 및 기타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이용, 재구성할 수 있다. 오로지 브라우저 하나로 가능하다”
올해 IT 분야의 핫 이슈로 예고된 바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이해 관계자들의 ‘부밍 업’ 속에 빠르게 미디어 업계를 고무시키는 양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프로그램이나 문서를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는 대형 컴퓨터에 저장하고, 개인 PC는 물론이고 모바일 등 다양한 단말기로 원격에서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컴퓨터 환경을 말한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집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저금해 두고, 신용카드, 직불카드,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필요할 때에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제 개인이 소유한 데이터가 더 이상 자신의 데스크톱 컴퓨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패스워드로 보호된 채 대형 컴퓨터에 존재하게 된다. 이용자들은 웹 브라우저 등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 데이터들에 접속하게 된다.
진정한 유비쿼터스 실현
이때 소프트웨어가 몇몇 회사의 서버에 저장돼 있어 웹 사이트를 서핑하는 창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스크립트를 PC 또는 단말기로 내려 받으면 클라우드 즉 메인 서버에 미리 저장돼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데이터를 가공,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웹 메일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암시한 첫 애플리케이션에 해당한다. 여러 포털사업자가 제공하는 웹 메일 프로그램의 성능 향상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클라우딩 컴퓨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어오르게 할만하다. 미국 야후는 무제한 저장용량을 제공하고 있고, AOL과 구글도 5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 컴퓨팅은 웹 브라우저를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용자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는 환경은 웹 브라우저 뿐만 아니라 모든 디바이스로 확대돼 네트워크 컴퓨팅,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념과 비슷하다.
장소를 불문하고 인터넷 접속과 기본적인 연산 기능만 갖춘 단말기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즉, 이용자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접속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등 완벽한 기술구현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말기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한 기존의 씬 클라이언트(Thin Clinet) 혹은 메인프레임 환경과 흡사하지만 네트워크 활용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의 컴퓨팅으로 불특정 다수의 개인 PC를 이용, 슈퍼 컴퓨터의 기능을 하는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가장 상업적으로 정착한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마존(Amazon) ‘S3’의 경우 웹 호스팅과 웹 서비스 사업에서도 이미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 사업 부분은 전 세계 아마존닷컴 사이트들을 합한 사용률보다 높은 이용도를 나타내며 효자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탁월한 경제성, 효율성 격찬
쇼핑전문포털 (주)베스트바이어 고재갑 이사는 “서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가 있고, 직원 개개인이 쓰는 수많은 PC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여기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해킹, 서버나 PC의 고장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서 거의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올해 초 에릭 슈미츠 구글 CEO는 미래 인터넷 경제의 최대 화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속화라면서 대규모의 투자를 공언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도 국제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에서 “제2의 디지털 시대가 오고 있으며 MS플랫폼이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인터넷을 휩쓴 트렌드인 웹 2.0과 나란히 서 있을만한 화두가 된 것이다. 웹 2.0이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기댄 소통 문화와 디지털 민주주의를 상징한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효율성과 확장성을 지향하는 비즈니스적 관점을 충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조합은 기업의 정체성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상거래 업체에 머물던 아마존은 웹 호스팅과 웹 서비스, 데이터베이스(Simple DB) 상용화로 나아가면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메일과 메시징 서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익스체인지 온라인’을 클라우딩 컴퓨팅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보고 있는 MS는 구글을 의식하고 있다. MS는 우선 윈도우즈 OS를 플랫폼, 디바이스, OS에 구애받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비스 플랫폼 제공과 소프트웨어 플러스 서비스(Software Plus Service) 모델이 그것이다. 서비스 플랫폼 제공의 경우 윈도우즈 라이브 메신저·메일·포토 갤러리·서치·메시(mesh) 등을 추가하면서 윈도우즈 라이브 서비스 자체를 서비스 플랫폼으로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MS는 오픈소스 분산 컴퓨팅 프로젝트 ‘아파치 하둡(Apache Hadoop)’ 등을 포함, 구글 인프라에 필적할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는 야후에 대한 인수 추진을 접지 않고 있다. 미래의 컴퓨팅 플랫폼 우열이 결국 더 많은 응용 애플리케이션의 제공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는 지켜볼만하다.
현재 구글과 MS의 인수전이 진행형인 야후는 클라우딩 컴퓨팅 계획을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해 ‘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린 조직 통합을 통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7월 HP, 인텔과 함께 가상의 연구 센터를 구축해 1단계로 6개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해외 미디어 기업 앞다퉈 실험
구글은 애플리케이션 엔진, 구글 기어, 안드로이드 연계 등을 포괄하는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압권이다. ‘구글 캘린더(Calendar)’의 경우 이용자들의 일정은 개인 PC가 아니라 구글 서버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필요할 때마다 웹 브라우저에서 일정을 생성, 수정, 삭제, 공유 등 관리가 이뤄진다.
‘구글 독스(Docs)’도 PC에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문서 작업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브라우저 기능이 탑재된, 즉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특히 구글은 약 1백만대 정도의 서버를 운영 중이고 파일 시스템, 빅테이블(Big Table), 맵(Map&Reduce) 등으로 인프라 구성도 마무리한 상태로 경쟁력이 한발 앞선 상황이다. 여기에 자사 서비스를 다른 응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맵, 안드로이드 등 서비스 API 공개도 꾸준히 펼쳐왔다.
‘세계개발자 컨퍼런스(WWDC) 2008‘ 행사에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모바일미(MobileMe)'를 공개한 애플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메일, 연락처, 사진, 문서 등을 아이폰과 PC, 매킨토시(Mac)에서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미는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2004년 온라인 사진 공유 커뮤니티로 출범한 플리커(Flickr)는 웹 2.0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 서비스는 개인 사진을 교환하는 목적 이외에도 블로거들이 사진을 올려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클라우드 컴퓨팅의 사례다. MP3Tunes도 어떤 컴퓨터나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부터 문서 편집기를 포함 응용 프로그램 6,000가지를 인터넷으로 제공 중이다. 페이스북 역시 확대 일로에 있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딩 컴퓨팅 도입에 의지를 갖고 있다.
이밖에 IBM, 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하드웨어 벤더들도 준비에 여념이 없다. IMB은 지난해 수퍼 컴퓨터에 모든 자료와 소프트웨어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각종 단말기로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인 '블루 클라우드(Blue Cloud)'를 공개하며 구글과 손을 잡았다.
전통매체가 클라우딩 컴퓨팅을 껴안는 사례도 생겼다. 구글과 저널리즘 도구 개발을 위해 협약을 맺은 영국 텔레그래프미디어그룹(TMG)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6개월간의 사전 테스트를 거쳐 구글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사내 주요 애플리케이션으로 도입하기로 확정하고 기자들이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일차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텔레그래프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확대하려는 구글이 서로 이해를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1851년부터 1922년 사이의 기사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해당 기간 내 기사 1,100만 개를 PDF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무려 4테라바이트(TB)의 저장공간을 비롯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필요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과 야후의 하둡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과거 기사 PDF 파일은 아마존 S3에 저장돼 서비스 중이다.
국내는 발아 단계…포털사업자 움직임 없어
지난 6월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위즈솔루션(wizsolution)의 경우 차세대 CDN(Contents Delivery Network)으로 불리는 CCN(Cloud Computing Network)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CCN 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상의 분산된 자원을 하나로 통합, 가상의 슈퍼 컴퓨터와 대형 네트워크 대역폭을 만들어 이를 고속 콘텐츠 전송에 활용하는 형태다. 기존보다 절반의 비용으로 최소 3배 이상의 전송속도 향상이 기대된다.
이를 위해 위즈솔루션은 일단 클라우드 멤버 1,000여명의 PC자원을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곧 PC 3,000대에 이르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2페타바이트급 가상 스토리지 서버를 구축할 계획이다.
위즈솔루션 황승익 본부장은 “CPU 회선을 1기가바이트 기준으로 시중 가의 절반 가량인 6백만원대부터 제공 중”으로 “웹 하드업체, 스트리밍 중계를 하는 인터넷 미디어 기업 등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BSi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 장면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위즈솔루션측의 CCN을 활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글, MS, IBM 등이 앞다퉈 클라우딩 컴퓨딩 기술을 통한 다양한 응용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것과 다르게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미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포털사업자조차 기존 IDC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정도다.
그러나 이미지, 논문, 책, 심지어 지도와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중앙 집중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포털사업자도 이용자 중심의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시도할만한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오픈소스 진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은 새롭지 않은 것이며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선 특히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호스팅 서비스가 관련 기술 도입에 적극성을 띨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클라우딩 컴퓨팅의 과제
현재 시장은 애플리케이션, 스토리지, 네트워크 대역폭(Bandwidth) 등 클라우드 컴퓨팅을 응용한 비즈니스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SaaS를 넘어선 PasS(Platform as a Service)로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구글 차이나(China) 카이푸 리(Kai-Fu Lee)는 이러한 모델들을 ‘웹 3.0’으로 묘사하며 구글이 그 단계에 뛰어 들었다고 진단한다.
웹 3.0은 첫째, 모든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클라우드(서버)에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더 이상 컴퓨터에서 구동하지 않는 것 둘째, 임의의 컴퓨터나 단말기로 원하는 데이터에 접속,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중앙집중식 통제, 관리에 따라는 리스크 부담은 클라우딩 컴퓨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수많은 이용자가 보유했던 데이터의 관리 및 가공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관리자의 컴퓨터에 저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정보를 외부에 저장한다는 점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안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이뤄져야 서비스 확산 및 사용 저변의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서비스 안정성도 관건이다. 아마존 S3 서비스가 지난 2월 잠시나마 중단된 것은 반면교사로 받아들여진다. “시스템에 연동된 수많은 사이트의 불안요소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시장내 솔루션 기업과 서비스들-써드파티(3rd party)의 플랫폼을 아우를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필요하다. 자사의 데이터를 단말마다 싱크하는 정도로 폐쇄적인 월 가든(walled garden)을 구축하는 것은 기존의 웹 스토리지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각 서비스 업체들도 표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당연한 수순이다.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온 구글은 9월 2일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 베타판을 발표했다.
덧글. 이 글은 미디어퓨처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작성 시점이 8월 초이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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