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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대통령 선거와 콘텐츠 그리고 유권자

by 수레바퀴 2007. 10. 16.

올해 12월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현재까지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청계천을 개발하고 경부대운하 공약을 앞세운 서울시장 출신의 이 후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노무현 지지층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 후보 독주에는 범여권 후보가 이제서야 가닥이 잡혀지고 있는 측면도 거든다.

물론 이 후보가 '경제'라는 가치를 선점하고 유권자들의 심리에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발전' 이슈는 이 후보가 경제인 출신이라는 접점을 형성하면서 난공불락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뾰족하게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지표상의 특징들이 있지만 이 부분이 유권자들의 우울한 경제난을 채워주지는 못하고 있어서이다.

당연히 한나라당 이 후보 측은 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다른 후보자들을 앞서고 있다.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 사장의 등장은 경제 이슈와 관련 마땅히 대항마를 찾을 수 없던 범여권에겐 유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15일 대선후보로 확정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의 경우 20대 80의 대결논리로 '경제'라는 가치를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나 '참여정부 책임론'에서 비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점 때문에 범여권 후보 그 누구도 이명박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경제 이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제'로 모아지는 것은 당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 경제는 긍정적 힘과 부정적 난관들이 함께 포함돼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즉, 경제개발, 성장이라는 긍정적 가치 못지 않게 양극화나 환경파괴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누가 먼저 경제의 긍정적 가치를 선점하는 한편 부정적 측면들을 보완, 재정의할 것인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명박 후보는 '경제'의 부정적 측면들을 껴안기에는 역부족인 이미지가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경제'에만 집중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은 분석일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바닥을 기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상승했던 것은 단적인 예이다.

현재 김대중, 노무현을 떠받치는 전통적 지지층은 일시적으로 파편화 돼 있을 뿐 언제든 결속할 수 있는 저변은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반칙과 특권 불용과 분권하겠다는 것처럼 적어도 미래지향적 가치를 제시하는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을 감동시킬만한 유의미한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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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느냐는 점에서 범여권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서 빠질 수 없는 문국현 후보는 다소 앞서 있다고 보인다. 문 후보의 '사람 경제'는 이명박 후보의 '개발 경제'를 낡은 것으로 몰아 붙이면서 일정한 호소력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 역시 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여러가지 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정책을 취하고 있어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기엔 취약한 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정책 위주의 즉 콘텐츠 위주의 경쟁구도가 펼쳐지게 된다면 가장 앞서 있는 후보도 안심할 수 없고 가장 떨어진 후보도 낙담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통상적인 지역지지 기반이 엷게 포진하고 있고 정당과 후보자들의 아킬레스건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권이나 후보자 개인의 부정의혹을 둘러싼 게이트 건, 종교, 언론,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잠복하고 있는 쟁점들도 여럿 있다.

결국 안정적이고 품격 있는 콘텐츠 경쟁력을 다량으로 확보한 후보자가 선거를 유리하게 마무리할 공산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는 막판에 몰려 있는 TV토론과 중앙집중적 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인터넷 등에 따라 총선이나 지방선거보다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후보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둘 수 없거나, 여론조사를 반신반의하는 유권자들이라면 누가 '경제'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는 적임자인지, 누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제시한 새로운 가치가 적정한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 십여년간 한국사회에서 대통령의 권위는 약화됐다. 대통령 스스로 탈권위주의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시대정신이 그러한 가치를 지지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둘러싼 많은 담론과 공방전들이 펼쳐진 지난 5년간은 피로와 고통, 탄식과 절망이 있었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시계는 대통령 선거일을 약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지난 몇 년에 비해 후보자를 검증할 소통장치들을 많이 점유한 새로운 유권자들이다.

정치냉소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그들은 어떤 정당과 후보자보다 위대하다. 콘텐츠 하나로 소통하고 네트워크하는 그들이 없다면 이 선거는 사실상 일말의 기대도 하기 어렵다.

그들 앞에는 (이 시각 현재) 12월19일까지 무려 60일, 1,400시간, 84,000분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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