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대선 관련 취재기를 올리고 있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이례적으로 공을 들인 기사를 작성했다. 이전에 등록한 '오연호 리포트:선택 2007대선]물과는 다를 만큼 '역작'에 가깝다.
오마이뉴스의 대표로서 취재 일선을 떠나 있던 그가 최근 대선 관련 보도를 도맡으면서 '기자'로 사실상 복귀한 이래 내놓는 '역전모의' 비슷한 느낌마저 준다.
물론 오 기자의 취재역량과 글품이라면 더 나은 아름다운 역작이 나오겠지만, 이번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취재기는 꿈틀거리는 뭔가가 있다.
오 기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을 직접 취재하는 대신 여론조사 분야에서는 나름 전도가 유망하던 김 씨를 홀로 찾았다. 갓 불혹을 넘긴 김씨를 22일밤 그리고 오늘 양일간에 걸쳐 만났다.
김 씨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을 전망한 몇 안되는 여론조사 전문가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여론조사기관을 거쳤다.
그런 그가 여론조사 전문가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아니 여론조사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1% 미만의 지지도를 가진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의 캠프 전략가로 아예 가버린 것이다.
전도가 유망한 한 지식인의 '도박'을 김 씨 스스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평했고, 그것을 "도박장에 구경하러 가는 기분"으로 등치시킨 오 기자의 묘사는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신승하며 범여권 지지자들에게 더욱 난공불락으로 닥쳐온 '이명박 경제패러다임'을 오 기자의 리포트는 가차없이 잠재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 기자가 인용한 김씨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성장을 위해서는 뭐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패러다임의 상징적 구심이 이명박이다. 그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부정해, 최종적으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문국현이다"라고 했다.
경제인 활동 이력만 있는 문국현 씨는 유한양행 내부에서의 기업민주화 싸움, 매년 연봉 30-40%의 기부, 환경운동을 한 '귀감'이 되는 기업대표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콘텐츠를 가진 후보가 현재의 범여권에는 없기 때문에 대중의 경제 패러다임을 극복, 새로운 대안을 내기 위해서는 문국현 씨 외엔 없다는 김 씨의 말은 오 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속도감 있고 격정적으로 정리됐다.
오 기자의 김헌태 리포트는 오후 6시50분 현재 제4막 후반부를 남기고 있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한 독자의 지적처럼 이 리포트는 오마이뉴스 아니 오연호 기자의 문국현 올인처럼 비쳐진다. 그랬다. 오 기자의 리포트는 A, B, C 등 유수한 신문의 이명박 올인과도 흡사해 보였다.
41세의 김씨의 입과 이틀간의 행적을 따라간 것일 뿐이지만, 오 기자도 '도박'을 한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그리고 나조차도-지난 수년간의 현실정치를 관전하면서 더욱 정치를 외면해버린- '도박장'에 앉혀 버리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은근히 2007 대선 드라마가 기다려졌다.
덧글. 비록 주류언론에선 완벽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권주자들, 그리고 오늘 대권출마를 공식화한 문국현 씨이지만 선거를 박진감 있게 즐길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하며 적어본 개인적 정치 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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