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이 직접 영상물이나 사진 등 디지털 콘텐츠(Contents, 정보)를 제작하여 인터넷에 제공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이용자 생산 콘텐츠)가 정착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타임지가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것을 정점으로 UCC는 산업계는 물론이고 전사회적인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하룻밤 사이에 잘 모르고 지내던 이웃이 일약 ‘스타’가 되는 일이다. 미국의 UCC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닷컴에 등록된 ‘캐논 변주곡 록버전 동영상’은 연주자 임정현 씨를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얼마전 서울역에서 노숙자에게 목도리를 돌려준 김지은 씨의 훈훈한 미담 동영상도 ‘목도리녀’라는 애칭을 탄생시키면서 유명인으로 둔갑시켰다.
특히 UCC가 스타 등용문으로 인식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비롯 콘텐츠 산업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자신의 연기력이나 노래 실력을 동영상으로 직접 촬영해 인터넷으로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인장닷컴’처럼 1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스포츠나 게임방송을 틀어 놓고 해설을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연출되고 있다.
UCC는 스타 탄생 등용문
그런데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게시판이나 토론실, 홈페이지 중심으로 활용되면서 소수의 이용자 참여와 콘텐츠들이 유통되는 곳에 불과했고 유희 공간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퍼스널 디바이스(device, 단말기)와 네트워크 발달로 누구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UCC는 일상 용어로 자리매김되기에 이른다.
블로그 포털인 올블로그(www.allblog.net)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개인 블로그의 수가 66,931개, 전체 글 개수도 260만개를 넘어섰다. 이러한 글들-정보의 내용과 주제를 표시하는 태그(tag) 수는 53만개가 넘는다. 즉, 블로거 사이에서 50만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를 담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셈이다. 1인 미디어 블로그가 UCC의 가장 든든한 후원 세력이 된 것이다.
이렇게 UCC가 확산되는 것을 사회문화적 관점, 경제적 관점, 정치적 관점, 기술적 관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디지털 세대의 표현욕구가 높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로 80년대 컴퓨터 대중화와 90년대 인터넷 및 휴대전화의 보편화 속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 유통하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기술적인 진화속도도 빨라지면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관심과 취미를 토대로 한 상호소통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또 사무, 학습, 일상 등 모든 영역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고가 장비이던 콘텐츠 관련 장비들이 저렴하게 보급되는 시점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은 새로운 콘텐츠 대안을 찾고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 시장을 좌우해온 포털사이트를 비롯 틈새 시장을 찾던 벤처형 기업들이 하나둘 UCC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적인 요구가 UCC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오마이뉴스가 ‘대안매체’로 자리잡으면서 UCC의 저널리즘적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특히 국내외 선거에서 넷심(Net心)이 여론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평가가 곁들여지면서 UCC의 정치적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UCC는 폭발적인 사회의제 설정과 그 흡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장 잠재력 높은 UCC 시장
여기에 유비쿼터스 미디어 도래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점도 UCC의 잠재력을 높이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휴대폰, PMP, DMB 등 모바일 미디어에서 영상물이 자유자재로 유통되고 있고,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 환경이 쌍방향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보의 접근권과 선택권을 가진 이용자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콘텐츠 시장을 주도해던 전통적인 기업들은 이용자를 단순한 소비자, 수용자로서가 아니라 대등한 생산자, 참여자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이용자들이 올리는 동영상만을 모아서 서비스하는 전문 동영상 포털이 우후죽순처럼 번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전후만 해도 판도라TV가 유일무이한 UCC 업체였지만 그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와 동영상 UCC 전문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산업규모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와 대기업 군도 UCC 서비스를 킬러 서비스로 판단하고 IPTV, DMB 등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 본격적인 공급을 서두르면서 UCC기반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용자들 스스로도 사회적 이슈나 개인적 관심에 따라 보다 전문적인 블로그 커뮤니티를 형성,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인 PCC(Proteur Created Contents)의 경우는 UCC의 진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UCC가 사소한 일상이나 오락성을 추구했다면 전문성으로 고급화와 부가가치화를 꾀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 업계의 경우 UCC 확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근거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아마추어 기자들이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뉴스 콘텐츠 생산 패러다임에 이미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도 UCC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리고 이것들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정착돼 제품홍보에 사활을 건 기업 처지에서는 이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교육, 비즈니스, 정보 등 전 방면에서 학생, 소비자 등의 피드백 과정이 유무형의 부가가치를 형성해내는 근간으로 다뤄지고 있다.
양질의 UCC 확보가 숙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인들의 동참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자나 과학자, 건축가, 스포츠 선수, 기자 등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부류의 UCC 대열 동참은 불법복제 등 저작권 침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서이다. 또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음란 동영상이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유통도 줄일 수 있어 이들의 합류를 문제해결의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UCC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좋은 UCC가 없다면 UCC인기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 블로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 수익을 나눠 갖는 ‘애드클릭스(AdClix)’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블로그가 광고를 블로그에 게재하면 클릭수 등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판도라TV, 다모임,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 대부분의 UCC 사이트가 이용자들과 수익분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시행에 나섰다. 그 이유는 이제 이용자들이 단순히 모여서 콘텐츠를 퍼가거나 공유하는 상태로서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수한 ‘나’의 손수 제작물이 돈을 버는 밑천이 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UCC매력은 앞으로 UCC 산업의 큰 폭발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지나친 상업성 등 악용 가능성을 표상한다. 우리 모두가 UCC를 어떻게 가꿔나가느냐에 따라서 콘텐츠 산업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의 성숙함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팁tip]
UCC의 배경이 되는 용어
SNS(Social Network Service) : 싸이월드, 지식검색, 블로그와 같이 인터넷에서 이용자들이 취미, 관심분야 등으로 연결된 인맥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
프로슈머(Prosumer) : 프로듀서(producer, 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로 수동적 소비자인 동시에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지칭
웹2.0(Web 2.0) : 개방과 참여, 공유 등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말로 이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의미
RSS(Rich Site Summary) : 자신이 원하는 뉴스나 정보를 특정한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하는 간단한 배급 프로그램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아니라 다수의 지식대중이 더 지혜롭다는 개념
롱테일(long-tail) : 제품군 상위 20%가 전체 매출 80%를 차지한다는 20:80의 법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마존닷컴의 경우 하위 80%가 전체 매출의 57%를 올림
국내외 주요 UCC 사이트
판도라TV(www.pandora.tv) : 이용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등록,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영상 포털 사이트로 일 평균 방문자수 150만명, 일일 재생수 500만회. 2004년 첫 서비스.
유튜브닷컴(www.youtube.com) : 매일 1억개가 넘는 비디오 클립과 6만5천 건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UCC 동영상 사이트로 월 방문자수는 2,000만명에 이름. 2005년 첫 서비스.
마이스페이스닷컴(www.myspace.com) : ‘마이스페이스 세대’라는 신조어를 낳은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로 개인화와 개방적인 이용자 환경이 장점. 2003년 첫 서비스.
페이스북(www.facebook.com) :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연결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현재 가입자수가 750만명을 넘고 있으며 매일 업데이트되는 사진 수만 해도 150만장. 2004년 첫 서비스.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 ‘우리가 만드는 백과사전’이란 콘셉트로 이용자들이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백과사전을 제작, 수정하는 사이트. 2002년부터 서비스.
덧글. 이 글은 신한생명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사외보(2007.5.)에 기고된 글입니다. 이 사외보를 받는 독자의 연령대를 고려, UCC에 대한 원론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었습니다. 일부 통계는 지난 4월 기준입니다.
'Online_jour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털뉴스,안이한 뉴스룸 극복해야" (0) | 2007.05.29 |
---|---|
[up] `1인 기자` 그 한계와 전망 (0) | 2007.05.23 |
이용자 댓글과 커뮤니케이션의 책임 (0) | 2007.05.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