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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중앙일보, 김용옥 교수 영입의 의미

by 수레바퀴 2007. 4. 18.

중앙일보가 최근 철학자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교수)를 기자로 선발하고 지면을 일정하게 맡긴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본다.

우선 기존 위계적인 신문 뉴스조직이 외부 인사를 수용했다는 것은 조직문화의 재설계로 받아들여진다.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등 유명인이나 지식인 그룹 내의 명망가들을 고정 필자로 섭외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아예 뉴스조직의 구성원으로 선발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김 교수를 편집국장석 기자로 채용하면서 사진기자 1명, 스크립터 1명 등 2명의 지원팀을 구성하는 등 특별한 기자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지난 10일부터 '도올고함' 코너를 맡은 김 교수는 중앙일보의 '중앙SUNDAY'에 도마복음 시리즈를 5월초부터 연재하기 위해 중동지역으로 출장을 떠났다.

중앙일보의 김 교수 활용방침은 이미 공개가 된 바 있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김 교수가 어느 매체에 기사를 쓰게 될지, 구체적인 콘텐츠의 내용이나 고정 꼭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중인" 상태로 문화일보의 김 교수 활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지난 2002년 12월 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저널리스트'의 이력을 남긴 바 있으나 문화일보 뉴스룸과의 갈등으로 2004년 3월 완전히 결별한 바 있다. 문화일보는 김 교수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자에 '도올고성' 코너에 게재해왔지만 논조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외부 인사를 통해 신문 콘텐츠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뉴스룸의 문화는 위계적인 서열조직이기 때문에 통제와 관리가 용이하지만 외부의 유명인은 주관과 개성이 뚜렷한만큼 돌출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논조와의 정면 충돌도 예고된다.

즉, 외부 필자 또는 김 교수처럼 갑자기 채용된 특별한 기자에 의해 잠식되는 지면이 전체 뉴스조직의 문화와 제작패턴과 상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경우 불필요하게 뉴스룸 내부의 '문제점'이나 정보가 외부로 공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성, 상품성이 입증된 필자를 영입하는 것은 신문 브랜드의 로열티를 높인다는 점에서 시도해봄직한 일이다. '스타' 영입을 통해 독자층을 두텁고 다변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지면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그간 '열린 보수'라는 콘셉트를 대외적으로 천명해왔다. 조선일보와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콘텐츠 전략이다. 외부 필자를 영입하거나 외부 전문 기업들에게 지면을 개방하는 것은 뉴스룸의 외연 확대라는 점에서 중요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용옥 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앙일보의 웹 채널인 조인스닷컴은 지난해 11월 가수 조영남 씨를 내세워 대선주자(손학규)를 인터뷰하는 시도를 했었다. 조 씨의 동영상 인터뷰는 여느 기자가 진행한 사례들보다 더 자유분방하며 재담이 풍부해 '오락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부 인사를 통한 콘텐츠 제작은 기존 뉴스룸에 적지 않은 변화도 몰고 올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뉴스조직의 전반적 수준과도 연결된다. 뉴스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진의 판단, 기자들의 수용태도 등 조직문화는 결정적이다. 또 김 교수처럼 명망가 출신 기자의 지면잠식-콘텐츠제작이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파격성을 띨 경우 내부 평가의 조율도 필요하다.

즉, 이것이 단지 일과적인 실험에 그칠 것인지 지속적인 변화의 장치로서 기능할 것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다른 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환경과 개방적인 소통장치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국내 최고 수준의 디지털뉴스룸을 확보하고 있고, JMnet(중앙미디어네트워크) 내부의 뉴스통신사 역할을 하는 JES,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업으로 진화하는 일간스포츠, MPP화한 중앙방송 등 다양한 매체군을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 각 매체의 뉴스룸과 기자들의 교류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오프리인 기사 교류, 오프라인-오프라인 기사 교류처럼 다양한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이 어느 특정 매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콘텐츠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 둔 것이다.

문제는 중앙일보-김용옥 조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 여부이다. 뉴스룸과 기자들이 기자 김용옥 씨와 어떻게 동화할 것인가의 숙제도 있다. 지면 다양성과 차별성이 자칫 중앙일보의 고정 독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화일보-김용옥 조합은 열독률, 구독자수 증가 등 긍정적 기여와 뉴스룸 내 갈등 요인 등 극단적인 평가 속에서 막을 내렸다.

독자(user)들은 냉정하다. 신문이 파악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시장과 독자는 영리하다. 이제 중앙일보-김용옥 팀이 어떤 콘텐츠로서 '소통'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만 남은 독자들의 몫은 지대하다.

중앙일보의 보수적 논조의 '열림(open)'을 강화하게 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열린 보수의 '보수성'을 더 강조하는 결정적인 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룸 내 기자들의 스타성 확보의 중요성도 더욱 고민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뉴스룸과 독자들간의 소통의 장치에 대한 폭넓은 투자와 관심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기자협회보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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