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매체는 631개. 2005년 7월 신문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으로도 어엿한 언론 매체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미디어 업계의 트렌드가 된 시민기자제를 내건 오마이뉴스가 2000년 2월 공식 창간한 이래 5년만의 일이다.
국내 인터넷신문의 대표 주자인 오마이뉴스는 수년간 영향력 있는 매체 톱 10에 선정되는 등 약진을 거듭했다. 멀티미디어성, 속보성, 상호작용성 등 인터넷 특성을 십분 발휘한 데 따른 결과다.
초기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신문의 성장세는 대안매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요구가 중요한 동력이 됐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전후 과정에서 오마이뉴스가 본격적으로 제공한 실시간 동영상 중계 등 차별적인 뉴스 콘텐츠는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졌다.
또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쌍방향 플랫폼인 인터넷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 학생운동 진영에 의해 네트워크화하면서 진보적 콘텐츠의 텃밭이 됐다. ‘민중의 소리’(2000), ‘프레시안’(2001) 등 신생 인터넷 매체들은 각각 소외계층과 심층성을 내세우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4년 대통령 탄핵사태 등 큰 이슈를 거치면서 인터넷신문은 격동기를 맞는다. 이 변화는 첫째,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의 강화 둘째, ‘풀뿌리 저널리즘’ 흐름 속에 지역 인터넷매체 확산 셋째, 보수계열 신문 창간 러시 넷째, 연예∙스포츠 콘텐츠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포털사이트 기생매체 범람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도∙보수를 표방한 ‘업코리아’(2003), ‘데일리안’(2004)은 ‘데일리서프라이즈’(2004)처럼 진보 일색이던 인터넷신문 지형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또 2004년 파란닷컴이 스포츠신문의 뉴스 콘텐츠 독점 서비스를 고비로 ‘마이데일리’, ‘고뉴스’, ‘오센’, ‘홀로스’, ‘조이뉴스24’(이상 2004), ‘스포탈코리아’(2005) 등 엔터테인먼트 중심 인터넷신문이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성 매체들도 오락성 뉴스 생산에 관심을 보이면서 연성 뉴스 서비스를 추진, ‘맞불’을 지폈다. 속보성∙시사성이 강한 CBS 노컷뉴스(2003)를 필두로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국민일보 쿠키뉴스(이상 2004)에 이어 헤럴드미디어 헤럴드생생뉴스(2005)는 대표적인 인터넷 뉴스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중소형 인터넷신문 및 뉴스 브랜드의 홍수와 이용자들의 포털 중심 뉴스 소비패턴은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등 기존 신문사의 인터넷 뉴스 강화로 이어졌다. 기성매체가 멀티미디어 뉴스 생산 등 차별적인 콘텐츠를 주도하면서 인터넷신문 독주 환경은 이미 깨진 상태다.
이에 따라 한정된 규모의 인터넷신문 시장에 수많은 매체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저널리즘 추락, 경영난 등 심중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제대로 된 기자교육도 없이 뉴스 생산을 하는 인터넷신문 기자들에 대한 전문성 시비 공방은 콘텐츠의 수준과 신뢰도 저하는 물론이고 인터넷신문의 경쟁력 전반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확인되지 않은 성급한 보도로 사생활 침해 등 명예훼손 시비가 잇따르는가 하면 자극적인고 흥미 본위의 뉴스 생산에 몰두하면서 온라인저널리즘을 퇴보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광고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터넷신문 특성상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생산, 편집하는 상업적인 경향은 대표적인 사례다.
더구나 창간이 용이한 인터넷신문 탄생은 정치적 측면과도 무관하지 않아 ‘객관성’,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친노’ 신문에서 ‘친한나라당’ 신문까지 ‘이념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연일 편향적인 뉴스가 양산되는 실정이다. 선거 국면에는 더욱 노골화하면서 인터넷신문의 당파성 논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신문 시장은 참여와 공유, 개방과 분산 등 획기적인 미디어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시장의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포털사이트의 변신은 물론이고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간의 세계(Blogosphere)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도 RSS 등에 의존하면서 개인화(Customizing)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미디어 환경 급변은 인터넷신문의 기존 입지를 흔들면서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는 “인터넷신문에 대한 호의적인 시장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M&A를 기대하기 어려워져 자금 조달 등 경영 전반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2006 한국의 인터넷신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경영성과가 적자였다고 응답한 인터넷신문사가 조사 대상사의 70%인 141개사나 됐다. 흑자는 30개사에 불과했다.
건국대학교 신방과 황용석 교수는 “이제 인터넷신문의 고성장 단계가 마감되고 저성장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신문 업계도 열정적인 참여에 기댄 아마추어 저널리즘으로서는 구조적인 전환이 어려운 상황인만큼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인터넷신문의 위기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블로그와 시민저널리즘의 결합, ‘웹 2.0형’ 서비스 등 전략적 투자가 이어지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즉, 인터넷신문을 등지는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 퍼스널 미디어 디바이스 산업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정면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는 개별 매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뉴스 콘텐츠 유통 및 시설∙장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양한 틈새 영역으로 신선한 콘텐츠와 문화로 각광받았던 인터넷신문의 내실 성장을 위해선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제 인터넷신문은 대안매체, 시민저널리즘으로 존재감을 알린 성장기를 지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를 맞고 있다. ‘인터넷’을 넘어서 이용자와 더욱 교감하는 유비쿼터스형 미디어로 진화할 필요성과 함께 ‘저널리즘’과 ‘콘텐츠’ 등 그동안 제대로 다독거리지 못했던 근본적인 과제들을 해소해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쌓여 있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생존 및 향후 진로가 결정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인터넷신문의 발걸음이 분주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지난 1월초 한 시사주간지의 청탁에 따라 작성된 글로 해당 매체의 사정으로 기사화하지는 못한 글입니다. 시기는 좀 늦었지만 시의성보다는 분석적인 글이므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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