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의 불공정 거래 행위 논란이 정부의 감시체계 안에서 다뤄질 모양이다.
포털사이트가 인터넷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광고매출, 트래픽 등 계량화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에서 포털 우위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런데 이 '독점 현상'은 산업구조적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 소비를 포함한 미디어 문화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아주 복합적인 부분이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가 포털의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은 포털사이트가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전제가 있다.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시장지배력(market controlling power)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로 시장의 형태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업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일정한 거래분야의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 수량, 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가진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근거로는 시장 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와 경쟁사업자간의 공동행위의 가능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시장 봉쇄력, 자금력 등이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흔한 판단요소가 된다. 시장점유율은 특정 시장에서 기업의 상대적인 매출성과를 의미하는데, 지난 2005년 포털 3사(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매출액 합계가 전체 포털업계의 87%에 이르고 있다. 특히 검색광고를 통한 콘텐츠 유통단계에서 시장 지배력도 인정된다.
그러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라도 훌륭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경쟁에서 이긴 경우도 있고, 자금력을 통해 경쟁기업을 인수하면서 파이를 키운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고, 그 지위 남용이 있는가, 또 그것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에 따라 특히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는 거래 또는 행위를 강제하는 경우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진수희 의원실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정해덕 변호사는 "포털업체의 중소콘텐츠제작업체와의 콘텐츠공급계약에서 콘텐츠공급업체의 콘텐츠의 무료제공의 요구와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수익비율의 일방적으로 책정하는 행위가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포털업체의 부당공동행위'로 '검색등록심사료'를 예로 들면서 "주요 포털사들이 함께 유료화하였을 뿐 아니라, 그 등록심사료가 획일적이라는 것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제1호에 해당하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는 "본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첨부사항에 일방적으로 추가한다든지, 중소콘텐츠공급업체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는 것은 명백히 포털업체들의 우월적지위의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리적으로 포털사이트는 공정거래법의 적용가능성이 높으며 현실적으로도 중소콘텐츠공급업체의 '분노'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포털업체는 기존 사업체와는 다른 시장에서 특정한 사업행위를 하는 사업자인만큼 세부 기준을 새로 고시할 필요가 있다. 신문업자들의 무가지 배포행위와 경품제공행위, 신문구독 강요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 그 예이다.
새로운 고시에는 포털 3사가 어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도 정교하게 짚어봐야 한다. 포털사이트는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공급업자인 기업과의 관계도 복합적이다.
포털사이트를 카테고리별로 시장과 연결지어서 시장지배력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용시에는 복잡해질 수 있다. 또 이용자와의 관계, 콘텐츠공급업자와의 관계가 '경쟁'시장인지, 아니면 상호보완적인 것인지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물론 포털사업자들이 개별 콘텐츠공급업자들에 비해 월등한 협상력을 갖고 있으며, 차별적인 가격과 서비스 영역이 부재한 조건을 직간접적으로, 의도성 여부를 떠나 지지하고 있는 것은 '불공정거래행위' 개연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경우 콘텐츠공급업자와 포털사이트간의 관계, 즉 콘텐츠 시장으로 시장을 규정할 때에는 포털3사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사)인터넷기업협회 최정혜 씨는 "이 경우 콘텐츠업체를 중심으로 획정돼야 하므로 포털시장이 아니라 콘텐츠시장으로 획정되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콘텐츠를 제공받는 시장에서 즉 전체 콘텐츠 거래액중 포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중심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간 콘텐츠공급업자들과 대포털간의 관계모델, 상생관계를 향한 소통의 신뢰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개방적 웹 플랫폼 환경을 역행하는 '가두기식' 포털사이트 서비스, 저작권 침해, 검색결과 조작 의혹 등이 겹치면서 불신의 벽이 높아진 것이다. 포털뉴스에 종속돼온 기성 언론도 포털사이트의 독점 현상을 일갈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포털사업자가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저작권 침해를 비롯 그간의 포털행태 일반에 대해 콘텐츠공급업자들이 '분노'를 쏟아내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이 "콘텐츠의 합리적 가격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거나 "지위 남용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털사이트는 최근 뉴스검색시 아웃링크 등 보다 유연한 자세로 콘텐츠공급업자를 만나고 있다. 콘텐츠공급업자들은 좀 더 열린 내용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1인 미디어 등 UCC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이용자들은 포털사업자에게 많은 개선점을 요구하고 있다.
포털의 불공정거래행위 논란과 법제도 도입 공방 사이에는 이처럼 포털사업자의 '변화'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내재한다. 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는 포털사업자의 몫이다. 동시에 기성 언론을 포함 콘텐츠공급업자와 이용자들도 미디어 문명의 진보를 위한 제 역할 찾기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변호사 정해덕 '포털업체의 공정거래법 적용가능성' 자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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