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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펌] 악플러만 잘못? 지상파 연예정보가 더 문제

by 수레바퀴 2007.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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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만 잘못? 지상파 연예정보가 더 문제
‘거침없이 시시콜콜 중계’ 지상파3사의 공공성 망각

날마다 연예인 관련한 소소한 소식이 ‘뉴스’가 되어 일상을 쉼없이 파고든다. 행복한 소식도 있지만, 거론된 이들중 상당수는 이른바 ‘악플’ 때문에 ‘심대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기도 하다. 왜일까? 단지 그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최근 불행을 당한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에 대해,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남의 불행 뒤에서 숨어서 재미로 ‘악플’을 날린 얼굴없는 치사한 누리꾼을 향해, ‘키보드 워리어’ ‘악플러’라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조가 줄지어 일간지 지면을 장식했다.

남의 불행을 조롱한 얼굴없는 ‘악플러’만이 잘못일까? 이 악플러들은 왜 이렇게 무더기로 생겨났고, ‘인격살인’이라는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일거수일투족’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해온 거대한 메카니즘이 존재한다.

‘이달의 나쁜 방송’ 최다 수상 오명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이 달의 나쁜 방송’을 선정해왔다. 방송 3사의 연예프로그램은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민언련이 선정한 ‘이 달의 나쁜 방송’의 단골 수상자다.

△ 인격모욕 △ 진행자의 잦은 실수 △ 시청자를 ‘파파라치’로 만듦△ 가치있는 정보 없음 △ 방송의 사회적 책임 무시 △ 시청자를 구경꾼으로 전락시킴 △ 개선의 기미 없음… 등이 그 이유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들 방송은 형식적으로, 내용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공공성이 강한 지방파 3사에 대해 ‘좀더 건강한 방송’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시청자의 관심사”라는 시청률 지상주의 논리에 묻혀버렸다.

녹화방송이던 것이 생방송으로 바뀌었고, 밤 11시대이던 방송시간도 저녁뉴스 직후로 옮겨왔다(‘섹션TV연예통신’ 밤 11시 → 9시55분, ‘TV연예’ 밤 11시 → 밤 8시55분).

최고인기의 진행자 김제동씨가 엠씨를 맡는 등 진행자의 중량감도 더 높아졌다. 현재 방송3사는 경쟁적으로 연예인 정보 중계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연예가중계’(연출 김진홍), 〈문화방송〉(MBC)의 ‘섹션TV 연예통신’(연출 조희진), 〈서울방송〉(SBS)의 ‘생방송 TV연예’(연출 박상욱)는 여전히 인기리에 방송중이다.

민언련 “아무리 문제 지적해도 그대로…몇년간 모니터링과 감시 포기”

언론과 시민사회의 질타에도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송을 해왔다. 이들 프로의 ‘철면피’에 급기야 시민단체마저 ‘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 1~2년간 시민단체에서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민언련의 방송모니터위원회의 김언경 간사는 “계속되는 문제 제기에도 도무지 해당 방송들이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다”며 “하지만 최근 오지호, 유니 사건 등을 보도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을 볼 때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돼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감시는 성명서로 시작했다. 지난 24일 민언련은 ‘연예인 인격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하다’라는 성명을 내고, 탤런트 오지호의 옛 애인에 대한 소식을 다룬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을 비판했다.

민언련은 “그동안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은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핑계로 그들의 인격권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각색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취재관행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았지만, 전혀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연예인에 대한 흥미 위주의 선정적이고 상업적 방송행태가 계속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3사가 연예인 관련 보도에 있어 인격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러’의 행위가 비판받아야 한다면, 대중의 관심을 이유로 인격권 고려 없이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과잉 중계해온 지상파도 마찬가지로 지적받아야 한다.

방송의 연예인 인권침해가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2002년 임병국 언론중재위 중재심위실장이 쓴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사례분석’ 보고서는 <섹션TV 연예통신>(MBC), <한밤의 TV연예>(SBS) 등의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의 프라이버시, 초상권, 익명권의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빨리 더 생생하게’? 연예정보프로 꼭 생방송해야 하나?

연예인의 인권침해뿐만이 아니다. 현재 방송중인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생방송’을 하고 있다. 현재 방송국에서 생방송을 하는 프로는 뉴스와 현장 모금과 같은 ‘공익성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밴드 카우치 노출 파동’의 여파로 그동안 생방송이었던 쇼프로도 녹화·지연 방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독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생방송이다. 3사의 간판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주부 대상 아침프로에서도 유독 연예뉴스를 전달하는 날에는 생방송을 하고 있다.

방송3사의 편성관계자들은 “신속한 연예정보를 보도하기 위해 생방송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중파 방송의 편성 관계자는 “녹화를 하게 되면 일주일 동안 일어난 연예가 소식 가운데 절반밖에 소화를 하지 못한다”며 “녹화를 할 경우 전체적으로 활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생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이들 방송이 내보내는 내용들이 ‘신속하고 생생한 보도’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민언련 “뉴스 가치도 없는것을 뉴스로 포장…실수 유도위해 생방송”
“공공재산인 공중파를 연예인의 CF, 영화 홍보 사용…시청자 분노해야”

위의 방송 세부목록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빠뜨려서는 안되는 공익성 보도라고 할 것을 찾기 쉽지 않다. 또 굳이 여러가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방송’을 고집해야 할, ‘긴급성’을 찾기란 거의 힘들다.

민언련의 김경언 간사는 “뉴스의 가치도 없는 것을 뉴스라고 포장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보도라고 포장은 하지만 예능국에서 오락을 위해 만들고 있고 오히려 생방송 도중 나오는 실수를 유도하여 시청자들을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생방송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김 간사는 “공공재인 공중파를 연예인의 CF촬영 현장, 영화 홍보, 자사의 드라마 홍보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분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확성기 ‘포털’의 등장

연예정보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증폭하고 있는 배경에는 ‘포털 저널리즘’도 있다. 예전 같으면 1회 방송분에 그칠 연예인 관련 가십성 보도들이 줄기차게 ‘리플레이’되고 ‘퍼날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포털에선 메인화면에 연예뉴스를 주요하게 ‘편집’하고 있다. 이미 전날 방송에서 나간 내용을 댓글과 주요기사를 한꺼번에 묶어 보여주는 포털의 편집전략은 방송 이상의 파급효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가수 유니의 자살사건을 보더라도, 일부 포털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온갖 기사들을 ‘핫이슈’로 묶어 문제를 확대시켰다. 미디어 평론가 변희재씨는 “클릭수에 의해 돈이 왔다 갔다하는 포털과 인터넷 언론과의 구조가 이같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과 포털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뉴스 아닌 뉴스’를 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언 간사는 “방송 토크쇼에 한 연예인이 개인담을 얘기하면 그것이 다음날 포털의 주요 뉴스가 되는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유니 자살사건으로 악플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악플러의 배경에는 저질 기사를 주요하게 편집해 사용자를 자극했던 포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예인 보도에서 방송과 포털의 공생관계에 대해 한경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방송에서 연예인 보도를 마치 경마장 장내 방송처럼 어수선하게 보도하면 그 다음날 포털은 이를 취합해 확대 재생산하는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송·포털 모두 공공성의 측면을 생각해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포털의 홍보팀장은 “현재 포털이 갖는 공익적인 측면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연예인 위주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연예 뉴스를 지나치게 노출한다는 사회 안팎의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의식하고 있고 일정 부분 비율을 넘지 않도록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출처 : 한겨레 인터넷판 2007.1.26. 이정국 기자

덧글 : 이 포스트에 나오는 기사는 24일 이정국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것입니다. 악플 댓글류를 양산하는 포털뉴스 댓글 구조의 청산 못지 않게 지상파 및 기성 미디어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예저널리즘의 재정립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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