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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손학규 승부수 "산을 넘으마"

by 수레바퀴 2005. 3. 29.


한나라당 내 차기 대선 주자 ‘빅3’로 꼽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해외 마케팅의 행보를 접고, 3월부터 ‘대권 가도’를 향한 날갯짓을 본격화하고 있다.

 

손 지사는 3월 초 “한나라당이 지역적 갈등 구도를 넘지 않는다면 기존 지지층의 결속만으로는 집권하기 힘들다”면서 “영남에서 소백산을 넘어 호남 등 다른 지역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차기집권을 위해 ‘3개의 산(山)’론을 설파했다.

 

이에 따르면 영남 중심의 지역주의 산, 보수 꼴통으로 비친 이념의 산, 노인당 이미지로 굳어진 세대의 산 등 3개의 산을 넘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것. 손 지사는 “남북 화해 및 평화 구축을 통해 통일 기반을 마련한다는 철학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또 다른 당내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에 비해 지지도가 낮은 것을 고려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 ‘반(反) 이명박’을 통해 충청권 등 중부권의 호감을 사는 한편 보수적인 박 대표보다는 상대적으로 개혁성을 과시하는 등 수도권 재야 출신으로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뉴 라이트’의 젊은 기수로 자리 매김하려는 이중 포석이 깔린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예비 대권 후보간 경쟁은 어차피 영남권을 대표하는 박 대표, 서울 및 수도권 일부를 포괄하는 이 시장 측과 가파른 세 대결을 해야 하는 손 지사 측은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복합적인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인사화 연쇄접촉, 외연 넓히기

 

손 지사는 최근 당내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이하 수투위) 소속 의원들의 비판적 시각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여권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접촉하는 등 정면 승부를 거는 분위기다. 박 대표의 방미 기간 중인 18일엔 행정도시법 통과에 따른 수도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해찬 국무총리,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을 만났다.

 

이는 손 지사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이명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운 직후의 일로, 자천타천 여권내 잠재적 차기 주자로 손꼽히는 이 총리를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치밀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손 지사가 여권 깊숙이 들어오는 데 대해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손 지사의 뜻이 광범위하게 수용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행정 도시 추진 전략에 따른 지역간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은 참여 정부로서도 원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의 입지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 수투위 소속 한 의원은 “당 내홍이 일부 인사들의 대권 야욕 때문에 빚어진 것을 잊었느냐?”면서 “먼저 치고 나간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비난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트 손학규’를 노리는 경기도 출신 지역구 의원들의 ‘선명성’ 경쟁도 잇따를 조짐이다.

 

특히 김문수ㆍ안창수ㆍ전재희ㆍ남경필 의원 등은 손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유력한 자치 단체장 후보 주자군에 속한다. 대권 주자들을 비롯한 당내 역학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손 지사의 최근 ‘파격 행보’의 배경에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 수투위 소속 의원은 “손 지사가 우리당 의원을 만나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인 처지에서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행동”이라면서, “친여적인 행동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손 지사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지켜 본 뒤 대응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시장은 그간 신행정 수도 결사 반대로 서울 및 수도권 일부의 ‘표심’을 틀어 쥐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손 지사는 박 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여권과도 대화를 진행하는 등 합리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내 지지기반 취약, 험로 예상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인 손 지사는 “2%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손 지사의 이미지 메이킹은 “지금 치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최근 내부의 의사 소통 과정에서 “합리적인 관점도 중요하지만 대중적 호감을 끌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곁들여졌다”고 밝혔다.

 

손 지사는 최근까지 경기도 내 해외 기업의 외자 유치를 추진해 파주 LG 필립스 단지를 활성화하고, 지난 1월 경기 - 충남간 상생 협약을 도출해 내는 등 당 외곽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또 박 대표와 행정 도시 건설 문제를 논의하는 등 당내 입지도 느리지만 키워가고 있다.

 

특히 충청권을 텃밭으로 해 온 자민련 소속 의원들이 최근 심대평 충남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 탈당 이후 가파른 동요를 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심 지사는 경기와 충청권을 주축으로 한 신당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손 지사와의 연대 수위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권형 정당제 형태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중부권 신당’이 내년 지방 선거, 대선, 총선 등 연이은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은 “손 지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념적 스탠스도 좀더 유연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깃발이 필요로 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많다”며 당내 일각의 우호적인 관심을 전했다.

 

그러나 손 지사의 대권 레이스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해 다른 대권 예비 주자들에 비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한현규, 정성운, 이철규, 정승우 등 ‘손학규 사단’이 경기도 지역구에서 줄줄이 낙선하면서 당내 발언권이 전무하고, 일관되게 행정도시법 반대를 한 이 시장에 동조하는 수도권 의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역학 구도는 비주류와 완전히 결별한 박 대표에 대해 기존 친박 세력이던 박세일, 심재철, 임태희, 안상수 의원 등이 ‘친 이명박’ 그룹으로 결집하는 양상이다. 또 손 지사 계보이던 전재희 의원도 돌아서고 있다. 특히 신당 창당설을 시사한 수투위의 좌장격인 김문수 의원도 박대표와 손지사를 향해 날선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지사는 “자치 단체장 선거에 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포스트 손학규를 노리는 수도권 의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때에 따라선 아직 갈 길이 정해지지 않은 중부권 정치 세력과 연대하는 것도 구상할 수 있다. 손 지사 측은 일련의 여권 인사 면담, 수도권 개발 정책 강조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4.30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손 지사의 중부권 신당 창당인지, 범여권 정계 개편 구도에로의 진입인지가 결정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seoul.co.kr

출처 : 주간한국 20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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