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글은 문화일보 기자 사직 이후 기성매체에서 더 이상은 실리지 않고 있다. 도올은 지난 26일 오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올린 첫 글에서 "헌재의 위헌결정이 위헌이고, 헌재 재판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의 글을 읽은 네티즌들이 "원고료를 주라"며 지갑을 열어 28일 오후 2시 15분 현재 2075명이 1017만4천원을 기부했다. 오마이뉴스는 '좋은기사 원고료주기'를 마련한 이후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언론사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다.
현재 한국의 신문시장은 참담하다. 신규 구독자는 늘지 않고 제한된 시장에 독과점 매체가 기득권을 움켜 쥐고 있다. 일부 매체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신문 기사의 질은 또 어떤가? 보통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는 매일 32면 기준으로 160개 기사를 쓴다. 여기에 편집기자를 포함 약 200여명 내외의 기자가 매달린다. 그러나 투입되는 비용만큼 신문장사가 되지 않는다. 인건비도 뽑아낼 수 없는 신문들이 대부분이다.
또 신문사의 경영구조로 볼 때 광고수입은 신문구독비보다 월등히 높다. 정작 '콘텐츠'-기사만으로는 신문사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시장 사멸의 시대에 일개 사상가의 글이 한 편당 500만원(앞으로도 더 올라갈지 모른다)으로 시장에서 평가된 것이다. 순전히 도올의 글에 감동한 독자들이 평균적으로 한달 구독비의 절반인 5천원 이상을 하루에 냈다.
도올의 외침은 극좌도 극우도 아니다. 그저 도올의 콘텐츠는 탈권위, 탈중앙, 즉 민본주의를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기득권들에겐 비수와 같다. 너무도 쉽게 쓰는 데다가 해박한 인문지식을 동원한 도올의 논리는, 서로를 해치고 망치며 저주하는 언어만 판을 치는 한국신문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한 사회의 지성을 집약해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한국신문은 뒤로는 영원한 권력을 차지하고자 '정당'과 다름없는 '이분법'을 써댄다.
여기에 도올의 가라사대가 어찌 네티즌들을 감읍시키지 않으랴. 조선-중앙-동아와 같은 똑같은 풍월에 지긋지긋해진 새로운 네트워크의 맹아들이 어찌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상가 도올은 때로는 노대통령과 집권당을 비판하였지만 지방분권, 특권과 반칙을 거세하는 대의에 동감해왔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에 반대하는 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한국신문은 도올의 주장을 앞장서 게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대신 특정 정파의 견해만 앵무새처럼 읊는 지식인에겐 지면을 할애한다. 한국신문은 어찌하여 사상가 도올은 거부하는가? 도올이 단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올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차치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한국신문과 언론인들의 용렬함은 이루 말해서 뭣하랴. 황색저널리즘, 따옴표저널리즘 등 한국신문들의 진부한 아집들은 언제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쓰이고 있다.
기성매체들은 도올이 "타락했다"며 시큰둥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낡고 진부한 수구냉전의 언어들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특히 오늘날의 독자들은 기득권을 사수하는 모든 저의를 낱낱이 알아낼만한 지식대중으로 성장해 있다. 세상을 깔보는 기성매체의 오만이 사상가 도올의 글을 오마이뉴스로 가게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만개하고 있다. 기사가 독자들로부터 참으로 대접받는 광경에 전율한다. 그러나 어느 누가 기성매체의 1개 기사(article)에 수천여명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며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한국신문은 참회해야 한다. 지금까지 천착한 언어를 버려야 한다. 자신들의 치명적 약점을 인정하고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도올 김용옥, 오마이뉴스에 당한다. 아니 수천만원의 원고료를 기부한 네티즌들에게 파멸당하고야 만다. 아, 한국의 기자들이여, 반성하라! 지금의 수백만 구독자가 영원하리라 교만하지 말라. 당신들의 글에 매료돼 신문 사보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아, 한국의 기득권을 업은 기자들이여, 반성하라! 더 이상 그대의 시대가 아님을 통렬히 자각하라.
2004.10.28.
출처 데일리서프라이즈
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8000/0000007620.htm
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s10300&no=194111&rel_no=1&back_url
덧글 11월9일 오후 23시25분 현재 총 65명의 오마이뉴스 네티즌 독자들이 원고료 주기를 통해 입금한 고료의 총액은 19만9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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