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터넷 토론실 운영에서의 애로점은 첫째, 익명의 우산 아래 토론자들이 주제를 벗어난 욕설 등 인신공격으로 흐를 여지가 높고 둘째, 조직적인 글 게재로 여론조작의 가능성이 있고 셋째, 합리적인 결론 내지 상식선의 타협에 이르기보다는 찬반 양론의 나열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점입니다.
시사 토론은 특히 특정 집단이나 개인과의 이해관계에 의해 정상적인 토론이 가장 힘듭니다. 그럼에도 더 큰 문제는 운영자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것도 역시 허점이 있습니다.
또 논리정연한 글을 게재하는 등 건전한 토론문화를 주도하는 이른바 논객들은 신문사의 사이버 토론실에 머무르지 않는 경향이 많고, 그리고 이들중 대부분은 특정 신문, 특정 정당과 비우호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운영자들이 이들을 퇴치하거나 의도적으로 불러오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러다보니 신문사 사이트의 경우 민감한 현안은 되도록 피하는 것을 요청받는 일이 잦습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의 게시판 운영은 전통적인 매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베일 뒤에 가린 여론 '선별'이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인터넷 게시판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의 여론 형성 공간과는 다르게 데스크 키핑이 일정하게 허락되지 않거나 유의미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이용자 중심의 의견 전달이 가능합니다. 그 결과 상당히 엄격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르면 전통적인 매체의 인터넷 공간 가운데 여론 게시판은 불간섭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견해까지 있습니다.
이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은 미리 차단되거나 걸러지는 장치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낮은 문턱으로 자유롭게 이용자들이 왕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용자들에게 '인증'을 하는 등 '실명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만 이는 CRM 도입 등에서 다뤄지는 것인만큼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인터넷 게시판 등 사이버공간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상호 평등성과 즉시적 쌍방향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장막을 치는 것은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부가가치 생성의 방편인데 이는 담론형성의 공간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것과는 적잖이 배치됩니다.
물론 사이버 공간의 단점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폐해는 역시 익명성을 빙자한 이전투구 양상입니다. 또 상업적 게시물 등 토론과 상관없는 콘텐트들이 생성되고 관리 자체를 무력화하는 등의 사이버테러도 상존합니다.
이 경우 전통적인 매체의 담론 생성과 전달 통로와는 다르게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고, 또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부작용이 계속 쌓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매체에서 새롭게 여론형성의 공간으로 부상한 인터넷 토론 게시판 등을 전문화시키고 육성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합니다.
기존에 인터넷 공간의 부작용 및 폐해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온라인저널리즘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젊은 세대가 전통적인 매체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기존 매체의 여론, 담론 형성 기능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오마이뉴스의 트래픽은 일부 제도권 신문의 사이트 트래픽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안 매체에 대한 관심과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사이트의 비약적인 전진과 성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를 수 있지만, 기존 매체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당했다는 점에서 평가돼야 할 것입니다.
즉 인터넷 여론 형성 기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의 기저에는 기존 제도권 언론의 권위, 영역을 침범하는 데 따른 불안과 경계가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운용의 측면이며, 이들을 더욱 독려하고 생산적으로 이끌어야 할 기존 매체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안과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기존의 매체가 여론 형성을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정치사회적으로 통제 관리하는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환경임을 재인식해야 합니다.
디지털 콘텐트의 부가가치, 생산적 공공적 기능의 부여에 대한 정책적, 학제적 접근과 시도를 확대하고 사회적으로 심화하는 노력이 경주돼야 합니다.
온라인매체와 관련된 법제도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것만 보더라도 시대적 변화에 기존 기득권과 그들을 유지하고 있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제도적 난센스는 시정돼야 할 것입니다.
그 점에서 우선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최근 디지털콘텐트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저작권 등 산업적 측면에서 보완, 강화된 것입니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또 미래지향적 담론, 생산적 여론 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의 의견 참여 공간은 가능한한 자유롭게 보장되는 방향에서 설정돼야 합니다.
특히 기존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이 부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루고 공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2002.11.5.
중앙일보 iwee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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