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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낡은 언론은 어떻게 되는가?

by 수레바퀴 2004. 8. 24.

4.15 총선이 중반을 넘기면서 선거전이 혼탁해지고 있다. 이를 제어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일부 언론은 정책선거, 미래형 정치문화를 위한 제언은 고사하고 한 술 더 떠서 특정 정파의 선거운동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양 아예 거드는 형국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간 한국 언론의 이같은 정치과잉은 언론학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받아왔다.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사에서 '권언유착'은 언론계 전반의 명예를 자해한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등 소수정파가 집권하면서 일방적으로 편식되던 이념-세대-지역같은 사회를 조립하고 묶는 단서들이 하나하나 해체, 재편되는 과정을 겪었고, 마침내 그 파장은 언론계에도 미치게 됐다.

이 결과 한국의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는 '안티조선'으로 독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고, 조중동과 같은 거대 언론 내부에서도 자신들의 잣대가 시대상황에 조응하지 못하자 자성과 비판이 개진되고 있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독과점 형태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집권기 동안 구조적으로 체계화하면서 이같은 시스템을 완만하게 개혁하는 일도 사사건건 언론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혀 전개되지 못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특정 신문과의 불편한 관계를 공공연히 화두로 삼으면서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 집권 1년간은 소수 정부와 거대 언론간의 갈등 과정만이 노정됐었고, 이것은 결국 탄핵정국을 낳는 씨앗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집권 초반에 이렇게 언론환경이 경직된 데에는 첫째, 노무현 정부의 대언론 정책이 과거 정부에 비해 둔탁하고 둘째, 이때문에 권력과 보호와 위무를 주고받던 언론계(종사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계속되면서도 이에 대한 유무형의 보상관계가 설정되지 못하고 셋째, 뉴미디어 환경으로 경쟁과 경영의 위기국면이 가중되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21세기적 정치사회적 지형의 변화도 내재하고 있다.

즉 첫째, 정치적으로 집중된 권력시스템으로는 네트워크 환경으로 변화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제어하지 못하며 둘째, 급속한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시공간이 세팅되면서 직업과 여가의 새로운 창출과 분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셋째, 이념-세대-지역의 사회적 단서들이 과거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양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종전의 분석틀로는 더 이상 공정하게 규명할 수 없게 됐다.

이때문에 언론계의 자기 혁신과 고민도 잇따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한국의 지식토대 역시 과거의 낡은 것들을 고수하는 세력, 부분적으로 변화시키는 세력, 전면적으로 교체하려는 세력간 긴장과 조정으로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 역시 '탄핵'이라는 내재적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있어 성격 규정이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개혁 세력(보수세력)간 조정과 전면적인 개혁 세력의 등장으로 한국 정치를 획기적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언론의 비루한 자세다.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을 물고 늘어지고 있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향수'를 '바람'으로 강변하는가 하면,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휄체어', '3보 일배'를 키우는 수준낮은 보도에 매몰돼 있다.

거대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네티즌의 정보 수집 능력, 창의력을 무시한 선정적인 보도 행태는 오프라인 신문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8일자 동아닷컴(www.donga.com)이 톱 기사와 중요기사로 배치한 '박근혜 면전 정동영 수난'(재향군인회에서 있은 해프닝) 류의 보도야말로 참을 수 없이 가볍고 구태한 관전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중동은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특정 정파를 지나치게 우대하는 고의적인 편식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그 대답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됐다.

그대신 다수의 젊은 독자들은 스스로 분석하고 정의내리면서, 정확하고 미래적인 정보를 제시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고 있다. 또 네티즌들은 스스로 '정치적 소신'을 공표하고 '참여'와 '주역'의 시대문화를 학습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넘나들고 있다.

총선 결과가 그러한 유권자들의 바람, 즉 '정치개혁, 사회통합'이라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거대 언론이 행사하는 교묘하고 악의적인 지적 테러를 더 이상은 시장에서 우대하게 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리하여 언론(지식권력)과 독자(지식대중)간의 대치선이 보다 명쾌하게 드러나서 결국에는 퇴행적인 지식권력은 수치와 모멸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번 4.15 총선 이후 계속 한국의 신인류를 북돋우는 동선(動線)으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해본다.

http://www.seoul.co.kr/board/board.php?job=view&no=620&user=soon69&user=soon69&bid=journalist&cat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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