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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스스로 변해야 한다. 뉴스룸이 탈바꿈하기 전에 기자가 새로운 역할에 눈떠야 한다. 많은 과제와 주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한 것들이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 시민, 기업, 정부에 이어 이제 기술과 본격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다.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 기술에 얽매일 것인가. 독자를 멀리 둘 것인가, 함께 협업할 것인가. 그것에 기자의 경쟁력이 달렸다.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생태계도 달라졌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스포츠, 환경, 지역, 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그 영향, 부조리한 부분을 밝히는 활동은 여전히 언론의 책임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 및 시장 변화로 뉴스소비와 직무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이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온 매체와 기자는 실제로도 명성을 얻는다. JTBC, 뉴스타파, 셜록 그리고 방송사의 해직기자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JTBC의 경우 손석희 앵커 영입 이후 디지털 영토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매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뉴스타파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정직한 뉴스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마이뉴스 출신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독자들과 접점을 늘렸고 현명한 교양의 시민들에게 다가서려 분투했다.

2019년은 AI 뉴스 시대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뉴스에서 '개인화'는 대세가 된다. 네이버의 추천 뉴스 서비스(AiRs)는 그 서막이다. 독자는 이제 알고리즘의 반경에서 더 정주한다. 반면 로봇은 독자의 뉴스 선택에 필수적인 가늠자로 올라선다. 전형적인 방송조직은 나날이 프로덕션화 한다. 뉴스 스토리는 독자 위에서 군림하지 않는다는 콘셉트가 자리잡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은 스스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가령 "독자와의 관계 구축에 시간을 투자할 것" "뉴스룸에서 연결과 팀워크를 유지할 것"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근접할 것" 등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높은 호기심과 지혜가 절실하다. 

또한 독자들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에서 몇몇 기자들은 독자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답하기 시작했다. 평판이 좋은 기자일수록 독자들을 적극 옹호한다. 이들은 '독자 관계'를 다지는 일은 취재보도를 잘 하는 것에 버금갈 정도로 브랜드 구축에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첫번째 주제 : 독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라

① 좋은 독자를 찾아라 

② 커뮤니티에 관여하라

③ 독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라

먼저 좋은 독자를 찾아야 한다. 좋은 독자란 (다양한 이슈와 단체에) 참여도가 높은 시민이다. 유권자, 납세자 및 여러 지역 현안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다.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고 사건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경향의 그룹들은 정치적 지지모임에도 등장한다. 특정 문제나 정부 정책을 다루는 단체나 개인도 있다.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들은 자신들의 대변자를 절설히 원한다. 기자는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누구를 위해 보도하는가"를 넘어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제언해야 하는가"로 질문을 이동해야 한다. 

커뮤니티는 이미 만들어진 것에 합류하거나 스스로 꾸릴 수 있다. 자신의 뉴스 독자와 잠재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한 사람의 동료와 친구로서 교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민의 관심과 바람을 이해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에 합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뉴스에 반영하는 일이다. 많은 경우에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지만 그것보다 더 우위에 서야 하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의 의견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후에도 점검하고 그렇게 된 이유를 자세히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관계의 업그레이드는 독자를 좀 더 명확히 그려내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 18~34세, 여성, 10대 청소년 등에서 정당의 지지자, 탈원전을 바라는 단체, 비자림 길을 지키는 사람들 등으로 특정해야 한다. 또 시민의 이야기를 단지 뉴스로 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참여하며 토론과 중재를 이끄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두번째 주제 : 뉴스 스토리에 집중하라 

④ 최고의 품질을 고민하라

⑤ 뉴스와 뉴스 생산과정을 연결하라

⑥ 독자 관점으로 서비스하라 

15년 전 한 경제전문 인터넷신문의 서비스 기획자는 "증권사를 고객으로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를 알아봤더니 그냥 '속보'더라"고 말했다. 얼마 전 결제 앱 '페이코'의 매거진 콘텐츠 담당자는 "누가 무엇을 구매하는지를 보고 콘텐츠의 방향을 잡는다"고 했다.

서로 다른 말이지만 같은 의미다. 시장과 독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자는 뜻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최고의 디지털 뉴스는 무엇일까? 시의성, 진실성, 객관성 등 과거의 뉴스 가치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기에 통찰력과 멀티미디어 특성을 보탤 수는 있을 것이다. 모바일이나 PC 등 다양한 스크린에 적합한 뉴스 포맷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다. 대표적인 수단은 '하이퍼 링크'이다. 하나의 물리적인 뉴스 뷰 페이지로 갇힌 형태가 아니라 인터넷의 많은 관련 정보와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사의 관련 뉴스나 데이터베이스와도 무성의하게 연결돼 있다. 어떤 사안을 다루는 뉴스에서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연결'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다. 기자 교육과정에서 '하이퍼 링크'를 숙지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자사 기사입력 시스템이나 포털 등의 시장 유통구조가 애초부터 불편한 점도 거든다. 

'연결'은 뉴스 구조에 한정하는 일은 아니다. 뉴스룸 안에서 뉴스를 둘러싼 더 많은 대화가 일어나야 한다. 서로 대화를 열고 확장할수록 최고의 뉴스 스토리가 탄생한다.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기자는 동료들과 저널리즘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뉴스에서 더 중요한 것은 성의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릴 때다. 한국시각으로 새벽에 펼쳐지는 경기를 다루는 스포츠 뉴스속보가 앞다퉈 나올 때였다. 

다른 매체의 기사들이 박지성 선수의 과거 자료사진을 기사에 넣는데 비해 한 스포츠 전문 인터넷신문의 기자는 중계방송 화면을 캡쳐해서라도 당일 경기 사진을 썼다. 골 장면이나 활약상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도 가급적 기사에 넣었다. 독자를 먼저 생각한 뉴스였다. "기자님을 기억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세번째 주제 : 기술을 가까이 하라

⑦ 직접 배우고 활용하라 

⑧ 기술보유자-개발자를 존중하라 

⑨ CMS, 아카이브 등에 눈을 떠라

모바일,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저널리즘을 변화시키는 장면들은 곧 '기술 진화'로 정의된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부상한 빅데이터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이미 흔하게 다뤄지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정제, 분석, 가공(시각화)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걸쳐져 있다.

이렇게 기술은 첫째, 기자의 뉴스 생산 과정 둘째, 뉴스의 내용과 형식 셋째, 뉴스룸의 구조 또는 조직체계 넷째, 언론·기자와 독자 사이의 관계 다섯째, 뉴스의 도달 범위나 추천 순위처럼 뉴스의 도달력 여섯째, 뉴스의 가치 형성 등 결정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미디어들은 보다 과학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작성하고 예측보도를 할 때 '센서'를 활용하는 언론사도 있다. 수 년 전 부상한 (드론의) 고화질 카메라는 일반적인 영역으로 올라섰다. 

콘텐츠를 쉽게 생산하고 효율을 높이는 도구들과 친해져야 한다. 가장 낯익은 장면은 스마트폰 앱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자는 다방면의 도전적 작업에서 뉴스룸의 개발자들과 친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는 웹 개발자들과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고정형 PC나 모바일 채널을 운영하는 기획자들의 고충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자 중심 조직의 허술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몇몇 언론사 기자들과 디지털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만난 사람들 중에는 텍사스의 한 지역신문사 웹 디자이너도 있었다. 마침 교포였기에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 명함에는 '웹 디자이너/저널리스트'라고 돼 있었다. "독자에게 전달되는 뉴스 콘텐츠를 매만지는 모든 사람은 기자나 다름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뉴스룸의 개발자들은 귀중한 존재다. 이들은  뉴스가 웹 사이트에 표출되고 포털사이트로 유통되며 동시에 다양한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만드는데 공헌하고 있다. 그들이 없으면 기자의 뉴스는 시장에서 오래 가지 못하고 죽는다.

개발자들이 만드는 다양한 도구와 시스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텍스트를 입력하고 태그를 넣으며 사진과 다른 형식의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둔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이나 보도사진을 모아둔 포토아카이브, 더 나아가 뉴스의 구독자들의 정보를 체계화하는 고객관리시스템(CRM) 같은 것들의 의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구글 미디어 도구나 기자들을 위한 페이스북의 가이드 숙지도 마찬가지다. 고급 검색 기능과 분석을 위해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알고리즘이 뉴스와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도 그렇다. 기술을 가까이 하는 것은 기자의 경쟁력과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활용 능력도 중요하다. 로라 비커 BBC 특파원의 트윗들은 한국발 뉴스의 모든 것이다. 경쟁매체의 뉴스라고 공유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의 뉴스, '우리 신문'의 뉴스의 전달자가 아니라 '독자를 위한' 뉴스 전달자, 독자를 떠올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절실하다.

다만 놀라운 영상미나 몰입도를 보장하는 기술은 사생활 침해를 비롯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문제는 규칙을 세우고 규정을 지키는 일이다. 기술을 둘러싼 안팎의 윤리적 문제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네번째 주제 : 문화적 역량을 갖춰라 

⑩ 공감능력을 길러라

⑪ 낡은 관점은 덮고 다양성을 키워라 

⑫ 정보권력자가 아니라 정보공여자다

저널리즘의 신뢰는 한국 언론이 직면한 최대 난관이다. 기술로써 또 실험으로써 해결할 수 없다.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화적 역량은 지역, 성별, 나이, 종교, 사회경제적 지위 등 모든 유형의 변수를 파악하는 힘이다. 

성공하는 저널리즘은 뉴스의 생산과 배포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독자의 삶과 관점을 살피는 유연함을 수반해야 한다. 뉴스룸의 다양성은 지적인 개방성과 공감의 크기와 밀도에 달려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른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느냐는 뉴스룸의 미래에 중요한 주춧돌이다. 

20세기의 프레임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쓰는 언론이 한국에는 많다. 더욱이 맹렬하게 디지털 전환을 전개하는 언론에서 냉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모습도 있다. 세계관과 톤(tone)을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는 새로운 앵글이나 새로운 지식의 플랫폼을 멀리 두고 '혁신'과 '전환'을 주문하는 것은 희극적이다. 

기자는 자신의 생각과 시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몰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투명성을 밑천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서비스 직업이다.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그런 변화를 이루는데 중요한 무대이다. 기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전달되는 행사나 낯선 '친구들'로부터 오는 초대장을 거절하기보다는 적극 응하는 편이 낫다. 

정치부 기자의 경우 독자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많은 뉴스조직은 명백한 당파적 명성을 갖고 있고 때로는 기자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확실하게 해 둬야 할 것은 갇힌 지평을 벗어나야 자신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더욱이 기자들은 이제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일정한 권력을 지킬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냉정한 현실인식으로 기자가 수집한 사실, 데이터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 취재과정과 보도의 이면까지도 드러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게 필요하다. 국내의 많은 언론사들이 '취재 뒷얘기'를 서비스한 것은 '매체 호감'에 도움을 줬다. 

기자는 정보를 점유하고 재단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중개하는 공여자가 돼야 한다. 독자가 갖는 의문과 관점을 경청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확인된 정보들을 제공해 '공론'을 이끄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

오늘도 우리 모두는 나날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새로운 문명을 열고 있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라디오는 다른 형태로 전성기(?)를 맞았다. TV는 잘게 쪼개져 무수한 스크린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시대건만 편향의 시대이기도 하다. 

독자와의 소통, 기술의 활용으로 뉴스의 질을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성 있는 기자여야 한다. 세상의 문제를 다양한 처지에서 인식하는 지성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허위정보의 폐해로부터, 신뢰의 위기로부터 저널리즘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다.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기자 선발 구조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 수습기자 제도는 낡았다. 많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생동의 감각을 지닌 독자들-교양의 시민들에서 기자를 찾아야 한다. 취재 관행도 쇄신해야 한다. 취재현장에는 20년차 이상의 준비된 기자들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자들이 독자의 더 많은 일상에서 포착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독자의 편에서 이해하는 뉴스 스토리 생산에 나서야 한다. 개발자, 기획자와 협업을 할 때에도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대등하게 협력해야 한다. 

더 늦으면 안 된다. 기자 스스로 변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기레기'의 모욕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기자 스스로 디지털 전환의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혁신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

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2018.12.11 15:54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12월 6일 서울 상암동 JTBC서 열린 '2019 중앙일보 내일컨퍼런스'. 해마다 중앙일보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내 행사로 올해는 디지털 부문의 업그레이드에 머리를 맞댔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가운데 가장 뜨거운 조직을 꼽으라면 JTBC와 중앙일보다. 이 매체들은 최근 2~3년 사이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고 다른 언론사과 비교 불가 수준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 두 매체 구성원들은 한때 '디지털화'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디지털 리더가 일찍 회사를 떠나는 일도 겪었다. 일선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업무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 독자들에게 친화적인 플랫폼에 주력하는 매체의 진화 방향은 굳건하게 흘러왔다. 10일자로 단행된 중앙일보 인사는 이 신문의 미래 청사진을 몇 가지 보여준다. 

첫째, 제작본부는 종이신문만 담당한다. 분석, 해설 위주로 차별화·고급화 한다. 기사를 매만지는데는 탁월한 논설위원실(20여명)이 담당한다. 콘텐츠제작에디터는 편집국의 주니어급 취재기자들이 쓴 기사 중 반응이 좋은 것들을 '리라이팅'(Re-writing)해 지면 기사의 퀄리티를 높인다.   

둘째, 편집국은 취재본부 기능을 한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이슈대응'과 그 '속도'에 치우친다면 이들은 '스토리텔링'과 '연결'을 고려한다. 전자의 경우가 뉴스의 배포와 도달에 무게중심이 있다면 후자는 '독자관계'와 '브랜드화'에 둔다.  

셋째, '뉴스서비스국'(구 디지털국)은 '타깃 독자 확보' 등에 선택·집중한다.  '썰리' 채널,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 등도 '독자 개발'의 초기 기획이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투자에 성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대답'을 내놓는 셈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그간 편집국 기자들은 신문, 디지털 모두 신경써야 했다. 이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편집국장 역시 이제 신문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부문은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지금까지는 고만고만한 온라인 속보 양산과 알맹이가 없는 밤 사이 일어난 뉴스의 정리 등으로 냉소적인 비판을 받았다. 스토리텔링을 모색해온 '디지털 스페셜' 정도가 눈길을 끄는 정도였다.  

사실 중앙일보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뉴스'가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나 3년여 많은 경험을 쌓았다. 최근 '우리 동네 다자녀 혜택 페이지'처럼 취재기자들이 디지털 부문과 협업해 독자의 니즈에 다가선 기획을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개편으로 기자들의 이같은 디지털 참여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디지털 부문의 한 관계자는 "한때 기자들은 디지털 형식을 빌어 뉴스를 근사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오헤한 경우가 잦았다"면서도 "점차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적응'은 크게 첫째, 독자와 플랫폼을 먼저 생각하는 뉴스 스토리 둘째,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접근 셋째, 조직 내 다른 구성원과 협업하는 태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중장기 매체 전략-플랫폼 구축과 대응도 만만찮은 이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신문 기자가 새로운 업무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와 의미있는 성과 달성을 위한 우선 순위 정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이 최종적인 혁신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디지털 중심조직으로 체질개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매체 디자인'을 탈바꿈하는 것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 등 디지털 고객 확보, 안정적인 비즈니스모델 도출 등을 포함해 직무의 핵심성과지표(KPI)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조직개편이 잦아서 동력이 없다"라거나 "JTBC 등 <중앙그룹> 내 미디어 간 (또는 디지털 부문 간) 융합도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디지털부서 중 일부 조직은 곧 상암동 JTBC로 옮겨 독립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당분간 맡는다. 

당장에는 종이신문 기자의 디지털 부문 이동이 확대되면서 불만도 나온다. 전사적인 디지털화는 고전적인 직무에 불안정성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일도, 규모도 커지며 복잡해졌다. 또 그만큼 역할과 책임(R&R)도 늘었다"고 밝혔다. 당분간 '각자도생'의 묵중한 메시지도 읽히는 대목이다.

한 미디어 연구자는 "적재적소에 인력과 조직을 배치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라면 뉴미디어 실험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작더라도 성과를 내는 분야나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파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거시 미디어를 비롯 여러 협업을 진행해온 한 연구자는 "디지털 부문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구조의 정점에 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은 곧 리더십의 교체라는 이야기다. 조직문화의 쇄신과 성과목표의 정리 등 신문중심 매체가 디지털중심으로 변화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돈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투명성과 다양성 등 디지털 철학과 리더십의 정착, 저널리즘의 신뢰 확보 등 중앙일보의 평판 개선도 두루 걸려 있다. 한국 언론의 경쟁질서나 문화, 첨예한 사회적 갈등구조를 고려할 때는 더욱 그렇다. 

언론계는 중앙일보 혁신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아주 높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전체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수준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2020년 초 상암동 시대를 연다. 

 


"가장 강력한 혁신은 독자들을 만나는 것"

Online_journalism 2018.08.09 10:35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전통매체의 혁신은 갈림길에 서 있다. 그것은 독자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느냐 계속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기자들이 지역사회의 모임에 더 많이 나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언론사 '조직의 융합'을 강조해왔다. 그것은 디지털 퍼스트와 어울렸다. 그리고 지금 대다수 혁신가들이 이야기하는 뉴스 포맷의 혁신을 내세웠다.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큰 범주에서 데이터 저널리즘까지 이어졌다. 최근 5년 사이에는 '커뮤니티 구축'에 열을 올렸다. 콘텐츠 생산-배포 등 모든 혁신에 선행하는 최소한 병행하는 소통 혁신 말이다. 독자를 발굴하는 노력 없이는, 신뢰회복 없이는, 애착관계로 진화하지 않고서는 혁신의 변죽만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고색창연하게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반복했다. 또 독자와 만날 것을 주문했다.

어제 국내 메이저신문사에 다니는  A 기자가 찾아왔다. "1년 사이 10여명의 훈련된 기자가 편집국을 떠났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 신문은 건조하지만 성장을 이어가는 다른 서울 소재 중견 신문사처럼 괜찮게 보이는 곳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모든 시도를 해봤습니다. 속보도 빠르게 썼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가 무엇인지 배웠고 적용도 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도, 영상 뉴스도, 소셜 전용 콘텐츠도 만들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도 했어요." 

A 기자는 '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투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가장 아끼는 후배가 사표를 쓰면서 말하더군요. 형, 나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독자를 만난 적이 없어요."

사실 뉴스 시장에서 올해도 시장의 추세변화를 가늠할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비평지 한 기자는 지난주 초에 "디지털 영역에서 올해처럼 쓸 게 없는 경우도 처음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2018년 미국 주류언론도 매수, 정리해고, 합병 및 폐쇄로 더 요란해졌다. 

진지한 연구자와 기자들은 이 칠흑의 어둠을 끝내기 위해 단지 묵묵히 기다리기보다는 '퀄리티 저널리즘'-탐사보도를 제언했다. 결과적으로는 한두 건의 선명한 기사를 위해 매일 200여명의 기자가 엇비슷한 역량을 투입하는 지면 중심 업무를, 누구인지 모르는 독자의 눈동자에 단지 흘러다니게 하는 반복적인 온라인 속보 업무를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때 대규모의 디지털 뉴스조직을 운영했고 지금도 그 규모의 인력을 유지하는 한 대형 신문사의 B 기자는 얼마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사무실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서 포털 검색어에 오른 OOO 기사만 6건을 썼어요. 퇴근 시간이 오는데 데스크가 전화를 해서는 왜 더 안 쓰느냐고 닦달을 했어요. 일을 마치고 오는데 10시간 수면내시경을 받은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허위에 살고 있는 뉴스조직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뉴스 통신사에서 취재경력을 늘린 중견 기자 C가 어제 찾아왔다. "뉴스조직에서 입 바른 소리를 하거나 기사를 엿바꿔 먹는 것을 거절한 선배들이 타의로 나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뉴스조직에 이골이 날 법 하지만 이 기자는 "지독한 환멸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런 우울한 대화들을 기록하면서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뉴스시장이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를 앞으로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들 중에는 좋은 기자와 뉴스에 관심을 갖고 다가서는 '우리의 독자'를 더 마주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그리고 앞으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전에 없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젊은 기자들로부터 역설적이게 터널의 끝을 본 덕분이다.

직업기자 출신으로 오래도록 미국 뉴욕에서 정치, 치안, 교육을 담당해온 프리랜서 기자 제니퍼(Jennifer Swift)는 개인 기부자들의 관심으로 꾸려가는 비영리 언론단체를 소개하는 최신 글을 통해 더 많은 시민과 교류하기 위해 이벤트와 포럼 개최를 흔들림없는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그러한 노력이 '새로운 저널리즘'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첫째, 독자들이 뉴스에 확신을 갖게 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보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견실한 심층의 저널리즘이다. 둘째, 그리고 하이퍼 로컬 저널리즘처럼 독자와 밀착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반짝이게 해야 한다. 그것은 독자의 열성적인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독자가 원하는 것을 넘어서 독자가 진정으로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편견없이 통찰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뉴스조직이 스스로 갇혀서는 진실한 독자를 만나기 어렵다.   

C 기자는 "기자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놓치고 있고 또 건져올려야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뜻이 맞는 기자들과 새로운 뉴스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나는 근 몇 년 사이 이 업계에서 이토록 절실하고 훌륭한 희망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의 생각은 "많은 혁신의 아우성이 들렸지만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뉴스조직 데스크들의 메시지는 여전히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따지고보면 C 기자의 말은 그 많은 혁신의 성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저널리즘은 세상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강력한 혁신은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BBC 뉴스 전략. 경성 뉴스에서 연성 뉴스까지 두루 아우른다.


"언론사 뉴스조직을 나무에 비유하고 싶다. 열정적인 혁신가는 가지치기도 하고 나무를 접붙이기도 하면서 품종을 개량하는데 몰두한다. 현실적이다. 저같은 기자는 근원을 돌아봐야 한다. 밑둥의 뿌리를 봐야 한다. 저널리즘 신뢰나 명성 같은 것들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미래 연구자는 땅을 보고 숲을 살핀 뒤 나무의 위치를 바꾸려고 한다. 정체성을 개조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런데 오늘날 뉴스조직의 혁신은 판을 바꾸는 혁신에 나설지 아니면 그저 그런 혁신에 매달릴지의 갈림길에 있다. 전자의 경우는 구조적인 승부수다. 새로운 길을 여는 혁신이다. 그런 류의 혁신은 지난 20여년 사이 국내 언론계에도 등장한 바 있다.

시민기자를 내건 <오마이뉴스>, 라디오 기자도 온라인 뉴스에 관여케 한 '노컷뉴스'의 CBS, 본판보다 주목을 높인 '비디오머그'의 SBS, 명성과 포맷 그리고 온라인을 잘 활용한 '손석희'의 JTBC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런 혁신도 오래 갈수록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져야 성과를 낸다. 판을 바꾸는 혁신이 계속 필요한 셈이다. 그래서 각 매체의 고민도 나날이 커지고 쌓인다. 더구나 레거시 미디어의 조직혁신은 쉽지도 않다.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숱한 변수와 장벽들도 있다. 대체로 그것은 내부에 있다. 그래서 내부를 잘 모르는 접근은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방송 뉴스의 온라인 이용행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방송사의 공식채널(앱, 웹)을 통한 뉴스 시청이다. 대다수 매체가 이 비중이 낮다. 둘째,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가 있다. 중요한 채널이 된 만큼 핵심역량이 집중돼 있다. 셋째, 방송뉴스를 실시간으로 재전송하는 포털이 있다. 여전히 주목도가 높은 채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넷째, '다시 보기'가 이뤄지는 형태다. 방송뉴스를 꼭지별로 쪼개고 텍스트 기사에 영상클립을 임베드한 것이다. 방송뉴스는 '다시보기'를 할만한 매력적인 장르는 아니지만 이 경우 포털검색이나 포털 뉴스채널 안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방송뉴스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은 녹록치가 않다. 우선 전례없는 영상뉴스의 공급증가다. 청년층은 이미 고정형TV를 떠났지만 소비는 늘고 있다. 방송사들의 세컨드 스크린 전략이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즉, 뉴스공급자 측면에서 수요증가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는 홀로 성과를 독식하기 어렵다는 것도 자명하다.

둘째, 오디언스 측면에서 영상뉴스 소비가 늘고 있다. 가짜뉴스가 늘고 있다. 큰 이벤트가 많이 발생한 1~2년 사이 미디어 수용자의 일차적 행동 가운데 하나는 방송뉴스를 찾는 것이다. 쟁점을 확인할 때는 큰 매체의 방송뉴스를 살핀다.

셋째, 공급과 수요가 늘었지만 오디언스가 원하는 형식과 내용이 달라졌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예능형 뉴스, 해설형 뉴스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썰전 강적들 스트레이트 등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유도현 닐슨코리안클릭 미디어부문 대표는 "이 프로그램들을 방송뉴스의 범주에 넣는다면 그 오디언스는 결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다시 본질로 돌아가고자 한다. 방송뉴스가 처해 있는 이 생태계는 도대체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퓨리서치(PEW)에서 낸 '2025년의 인터넷' 보고서'는 인터넷의 극적인 진화를 기대와 우려의 시선으로 정리했다.

이를 재구성하면 긍정적인 측면은 여덟 가지 정도다. 첫째, 인터넷이 삶 그 자체가 된다. 콘텐츠가 커머스가 되고 커머스가 커뮤니티가 되고 다시 콘텐츠가 된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인터넷에 들어오면 일상이 움직이고 그 자체가 배경이 된다.

둘째, 여전히 TV로 지구 곳곳을 볼 수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면 그곳 사람들과 '이웃'이 된다.

셋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는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이끌 것이 확실하다.

넷째, 증강현실 그리고 휴대형/착용형/체내삽입형(portable/wearable/implatable) 장비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니터링한다.

뉴스조직은 어떤 정보를 만들 것인가 또 뉴스조직은 우리의 재능있고 재담있는 오디언스와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 우리가 판을 바꾸는 혁신을 잊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면 말이다.

다섯째, 차별, 불평등, 억압 등 사회적인 갈등요소들을 폭발적으로 드러내고 새로운 전기를 이끈다.

여섯째, 기존 국가와 규범을 벗어난 사람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 체제 혹은 문화가 형성된다.

일곱째, 글로벌로 확장되는 보편적인 서비스 한편으로 보안을 강화한 개인화한 채널이 주목받는다.

여덟째, 더 많은 정보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지식 범람이 일어난다.

뉴스조직은 훌륭한 구성원을 확보하면서 더 똑똑해지고 더 유연하며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중재하거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가?

워싱턴포스트지의 구사옥 로비의 게시물. 관내 커뮤니티와 만나는 이벤트를 담은 월간 일정을 기록했다. 이 신문은 제프 베저스 인수 이후 코럴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통해 오디언스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디지털 문명은 우리를 불편하고 힘든 과제 앞에 몰아갈 수 있다.

우선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분열과 폭발이 빈번히 발생하고 저항과 처벌이 반복된다. 또 집단적 사고-군중심리가 두드러지며 거짓정보가 폭증한다. 국가와 기득권은 이에 맞서 규제와 감시를 내세운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약점을 간파한 알고리즘은 확증편향을 가속화한다. 고도화하는 기술은 인간의 지혜를 시험한다. 불성실한 태도, 불확실한 예측들이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뉴스조직은 인터넷과 함께 고유한 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면서 혁신했다. 탐사저널리즘, 서비스저널리즘, 데이터저널리즘, 로봇저널리즘 등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뉴스조직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인터넷 이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도 있다. 첫째, 전통적인 정보 생산자 언론과 출판 즉, 레거시 미디어는 뉴스(정보)의 질과 양, 형식에 일정한 변화를 주도했다. 더 나아가 공급자 숫자도 증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뉴스와 조직의 차이는 없어지고 있다.

둘째, 그대신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가 힘이 세졌다. 혹시 어느 한곳에 힘이 빠지더라도 또다른 기술기업이 그 힘을 메꾸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기술기업이 독점한 '기술 통제권'은 앞으로도 공급자를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오디언스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더욱 주도적인 위치에 서고 있다. 특히 공개된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다. 그들은 더 많은 정보에 효율적으로 다가서고 더 많은 정보를 만들고 있다. 그 정보의 가치도 정의하고 있다.

넷째, 거대한 네트워크의 강력한 영향력은 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오디언스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열쇠이다. 제프 자비스 교수는 2020년 미디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거대한 커뮤니티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 디지털 혁신의 품격을 높이는 세계의 유력언론은 오디언스를 파악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헌신한다. 불과 몇 년 뒤의 뒤엉킨 전망과 사실에서조차 더 분명해지는 것은 뉴스조직의 디지털 투자 즉, 혁신은 오디언스를 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저널리즘의 신뢰와 명성을 높이고 그 가치를 확장할 수 있으려면 훌륭한 오디언스와 상호작용하는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판을 바꾸는 혁신이다.

BBC의 오디언스팀. 오디언스의 이용행태는 물론이고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시 묻는다.

● 우리의 오디언스는 누구인가? 뉴스를 이해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논쟁의 살을 붙이는 오디언스를 찾는 과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가?

● 그 오디언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기대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을 교환하고 있는가?

● 우리의 잠재적인 고객은 어디에 있는가? 새로운 오디언스를 찾는 계획과 투자는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BBC의 오디언스팀은 100여명이 넘는다. 매년 수백억원을 지출한다. 오디언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대응하는 모든 활동에 그들은 '미래'와 '경영'의 화두를 붙인다. 2017~2020년 BBC의 전략적 목표 가운데에는 오디언스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첨부되었다.

2013년 시작된 예산 7,600만 파운드 규모의 'myBBC' 프로젝트는 쉽게 말하면 오디언스가 자신의 정보를 BBC에게 건네고 로그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BBC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분별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느린 뉴스'와 세로형 영상 같은 '모바일 최적화' 포맷에 주력한다. 분석의 깊이를 더하는 데이터저널리즘도, 뉴스앱을 통한 푸시 알림 기능, 건강-환경 등 삶에 밀착한 뉴스 등등도 모두 자사의 훌륭한 오디언스를 연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략이다.

만약 지상파방송사가 판을 바꾸고 새 길을 여는 혁신을 고민한다면 먼저 오디언스로 향해야 한다. 2012년 페이스북 임원은 "지능적인 화면을 탑재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운전자와 그들의 친구 사이를 연결하고 사회적 맥락을 활용할 수 있는 화면을 만들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한 간부는 "우리는 20세기에 넘볼 수 없는 명성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그들과 손을 맞잡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든 디지털 플랫폼은 연결된 개인을 향해 지속적으로 설계된다.

많은 방송뉴스 조직은 톱다운 방식을 택했다. 일부는 그 이후 독립적인 문화를 갖춘 조직을 일궜다. 그 어떤 혁신이든 기술, 경험을 내재화하고 시스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용역조직을 갖추고 비용 주판만 튕기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뉴스조직은 이런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

특히 훌륭한 오디언스를 찾고 서로 연결하는 것은 오로지 뉴스조직의 핵심 미션이 돼야 한다. 매일 당신들의 뉴스에 말을 거는 사람들, 의지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연거푸 만들어야 한다.

카드뉴스, 짤방, 말랑말랑한 뉴스 등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트렌디한 뉴스형식을 만드는 노력을 멈추라는 말이 아니다. 오디언스 접점을 늘리고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은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서 판을 바꾸는 혁신에 비하면 손쉽고 보잘것 없는 혁신이다. 방송뉴스의 경쟁구도를 바꾼 태블릿 PC 이슈 같은 기적은 더 이상 재현되기 어렵다.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오디언스를 확보하는 노력만이 혁신의 전부이며 핵심이다. 당신의 뉴스조직에서 그것을 해낼 수 있기 바란다."


덧글. 이 포스트는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강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민감한 내용과 해당 방송사 만의 사안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독자 퍼스트'는 완전히 다른 '문화 퍼스트'

Online_journalism 2018.01.03 14:33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독자 퍼스트'는 최우선의, 최고의, 최후의 혁신이다. 독자를 모르면 언론의 미래는 없다. 언론사의 모든 구성원이 '독자를 이해하는 과정'은 곧 '저널리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과제와 닿아 있다. '독자 퍼스트'는 기존에 고수하던 뉴스생산 과정을 독자의 반응과 관심사로 바꾸는 '문화 퍼스트'이기도 하다.


'독자 퍼스트(Audience First)'란 뉴스기획, 생산, 유통, 2차생산(피드백),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반에 독자의 의견과 바람을 최우선적으로 수렴하는 업무 활동 전반의 원칙을 말한다. '독자 퍼스트'는 어제오늘의 이슈는 아니다. 독자가 디지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고 독자의 뉴스소비 행태에 따라 매체의 영향력이 좌우되는 생태계가 펼쳐진 것은 꽤 지난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독자 퍼스트'는 없었다. 뉴스의 포맷과 대응속도, 유통방식에 대한 고민은 난무했지만 정작 거기에 '독자'는 없었다. '독자 퍼스트' 전략은 계층별, 연령대별, 성별 '맞춤뉴스'와 같은 '타깃 콘텐츠' 생산에 국한하는 일은 아니다. 기자가 독자를 바라보는 태도에서부터 어젠다 세팅(뉴스 아이템 선정), 멤버십 프로그램, 유료 가입 판촉활동까지 이어져 있다. 기자 업무 중심의 뉴스조직을 독자에 기반한 업무로 재설계하는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만드는 일이다.

독자에 기반한 업무를 꾸릴 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의 독자는 누구인가"이다. 하지만 독자가 서로 연결돼 있는 네트워크에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언론사의 플랫폼이나 채널에 들어오거나 말을 걸고 뉴스를 퍼뜨리는 활동을 하는 독자처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증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리네 카플란(Renée Kaplan) <파이낸셜타임스> '오디언스 참여' 팀장은 2년 전 "앞으로는 단순한 디지털 퍼스트는 소용이 없고 독자 퍼스트여야 한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모바일 포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느냐도 살펴야겠지만 독자가 각각의 뉴스(스토리)에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측정하는 것으로 뉴스조직의 관심사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6년 랜턴(Lantern)이라는 도구로 내부의 다양한 조직에서 수집한 잠재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실시간 그리고 장기간 독자들이 뉴스(스토리)에 관여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내의 언론사들도 '구글 애널리틱스'로 트래픽을 살피는 곳들이 늘었다. 아예 도구를 자체 개발한 <중앙일보>의 JA(중앙 애널리틱스)도 있다. JA는 모든 기자들이 열람할 수 있다. 서비스 전체의 PV, UV를 파악하던 데서 개별 뉴스 분석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뉴스가 어떤 독자에게 어떤 시간대에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A라는 뉴스가 B C 등 다른 뉴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이럴 것이라는 직감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독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것도 도입취지"라고 전했다. 안팎의 채널을 통해 독자의 반응과 행태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뉴스의 질적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속도나 양에 치우친 '디지털 퍼스트'가 아니라 습관과 소통을 고려하는 '독자 퍼스트'로 향하려면 만만찮은 뉴스 생산 업무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독자의 뉴스소비 데이터에서 확보하는 통찰력을 뉴스 생산-편집 등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균형', '중립'은 한국언론의 해묵은 화두였다. '독자 퍼스트'를 받아들이면 반응하고 참여하는 디지털 독자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반영해야 한다.  

'독자 퍼스트'는 뉴스를 업그레이드하는 혁신과 닿아 있다. 뉴스의 개선 없이 '독자 관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뉴스 신뢰의 문제이다. 신뢰도가 낮게 평가된 매체는 객관성, 다양성을 확장함으로써 독자의 저변을 넓혀가야 한다. 기존의 뉴스 생산 방향을 고수하고 뉴스의 형식만 바꾸는 것은 '독자 퍼스트'로 진전될 수 없다. 

'독자 퍼스트'는 기존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을 흡수하는 접근이다. 가령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독자가 '로그인'을 하면 별도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설계를 포함한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뉴스 공유를 하거나 의견을 남기는 독자에게 '말을 거는' 소통 활동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명확해지는 과제는 매체를 위해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독자를 규정하고 발견하는 일이다. 

'모든' 독자를 상대하는 것은 '독자 퍼스트'가 아니다. 모든 독자 가운데에서 유익한 독자를 찾는 일이다. 예를 들면 로그인 댓글 공유 제보 등 디지털 환경에서 물리적인 행동을 할 때, 유료 구독자로 가입하는 경제적 활동을 할 때, 매체가 진행하는 포럼에 참석할 때를 상정할 수 있다. 이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디지털과 연결하고(소셜네트워크 계정이나 가입자 정보) 적절한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디지털 부문으로 통합된 <아사히신문>의 '아스파라(aspara)' 멤버십은 인구통계학적 특성(demographic characteristics)을 어느 정도 수집한 독자 데이터에서 '취학 아동' 유무를 찾아 14~18세 여고생 대상의 정보를 제공했다. 구독자에게 이사비 10% 할인 적용 같은 천편일률적-기계적인 적용이 아니라 개별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돌려주는 사랑스런 일이다.

물론 '독자 퍼스트'는 마케팅업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뉴스조직과 긴밀히 연결돼 있을 때 성과를 거돌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애정을 보여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된 멤버십이 현대 뉴스조직에겐 중요한 목표다. 이를 위해 뉴스조직과 마케팅 조직의 구분도 점점 긴밀해져야 한다. 독자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에 기자도 참여해야 한다. 기자가 주관하는 토크쇼나 견학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가급적이면 이를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기자들은 데이터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비기자직군의 구성원들도 데이터와 기술 활용은 더 중요할 수 있다. 누구나 독자와 상시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뉴스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중요하게 참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진실하고 겸손한 디지털 리더십이 자리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생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리더십은 그저 오지 않는다. 지식 카르텔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엘리트 의식은 접어야 한다. 그래서 '독자 퍼스트'는 '문화 퍼스트(Culture First)'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여론을 이끌었고 세상의 버팀목이라는 언론(인)의 교만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문명에 걸맞는 인식과 철학을 다듬는 일이기 때문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2017년 12월말 <기자협회보> 기자와 '독자 퍼스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재구성했다.(이 이야기의 일부는 <기자협회보> 신년 첫호(이미지)에 실렸다.) 




`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 <미디어스> 보도 사진 캡쳐.

최근 일부 언론과 독자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첨예화, 장기화 조짐이 있습니다. 이 갈등은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진보언론 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자들로 한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진보언론'은 과연 어떤 역할이 필요한가? 현대의 진보는 무엇인가. 주권자인 시민이 진보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진지한 질문에 해답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사단의 배경은 진보언론의 불확실한 정체성에 있습니다. 진보언론과 독자 간의 관계는 가족관계, 결연관계, 동지관계가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원초적 고리인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애착구조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양측 사이에 제대로 된 `연결`과 '관계'가 존재했느냐는 것입니다. 있었다면 그 관계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으로 구체화했느냐는 점입니다. 가족관계나 결연관계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뿌리 깊은 교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얽매이면 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관계의 진척이란 것이 딱히 있을 수 없습니다. 꿈이나 희망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자들에게 명료한 관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장하려는 미디어라면 독자와 전략적 관계를 상정해야 합니다. 항상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독자가 `말 걸기`를 하면 여기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독자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변화한 일상에 다가서는 콘텐츠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에서 전략적 관계의 경쟁력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들은 진보언론을 통해 이런 관계를 체험했는지 불명확합니다. 진보언론은 독자들을 여전히 가족, 결연 같은 낡은 관계구조로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반면 독자들은 이미 기존 언론의 영역을 떠나 스스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의 발제문에 나온대로) 네트워크에서 '제3의 공간'-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을 하는 독자들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입니다.

현재 진보언론은 자신들에게 항의하고 압박하는 독자들을 '문빠'로, 반지성주의 그룹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이 갈등의 생산적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프레임 처방전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저널리즘을 진지하게 소비하는 열혈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진보언론과 시민 즉, 공중 간에는 정신적 심리적 유대감이 존재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진보언론이 대리로 표현해준다고 판단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언론의 보도는 '나'의 의지나 신념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더라도 진보언론은 공동체의 번영을 지키는 등대이며 버팀목이라고 안심했습니다. '가족'에서나 가능한 절대적인 신임과 의존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이 이끈 에너지는 진보언론에 대한 그림을 전통적인 결합의 수준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연대하는 전략적인 관계로 이끌었습니다. 한때 결코 끊을 수 없는 가족 같은 관계였지만 이제는 관점의 차이에도 갈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진보언론, 독자를 새롭게 인식해야 

진보언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오기를 부리고, 우리가 함께 성취한 것에 대해 흠집을 내는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심리적, 경제적 모든 후원을 접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판단이 가능해진 것은 달리진 미디어 생태계입니다. 압도적 시장팽창 환경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지난 수년 사이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안적 독립적 미디어는 종전의 언론이 견지하는 엘리트적 태도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준비와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보언론은 독자를, 특히 말을 걸어오는 독자를 전략적인 협업관계로 전환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진보언론은 종편을 보유한 보수언론처럼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독자만 보고 가야하는 매체입니다.

독자와 언론 간의 전략적 관계란 독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제언하고 뉴스조직이 이를 수렴하여 함께 뉴스 생산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협업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결과물을 만들거나 결과를 향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커뮤니티 관계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어떤 시기에 종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결과를 갖고 다른 논의와 다른 커뮤니티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축적합니다. 

토론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지적대로 '비판적 담론공중'으로서 독자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제한적 정보이지만 이를 신뢰하는 반지성주의가 네트워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멍청한 언론과 똑똑한 독자 간의 대립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의 마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진화하고 있는 독자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응입니다. 

독자와 언론의 '전략적 협업관계'

우리 공동체는 이제 '투명성'의 가치경쟁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나아가야 합니다.

언론인의 잦은 스캔들, 보도의 오류, 옐로우저널리즘의 확산 등 내부의 오류는 물론 다양성의 확산, 전문성의 경계붕괴, 정치과잉 등 외부적 충격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 국면에서 독자는 언론에 비해 더 많은 선택과 질문을 할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에게 일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독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저널리즘 투명성에 대한 주문입니다.

언론은 이제 투명성을 통한 신뢰성과 책임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접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옴부즈맨 (공개 편집자, 독자 편집자)

• 내부 윤리 규정

• 독자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

• (투명성 제고의 상징성인) 보도 정정, 사과

• 기자의 스캔들에 대한 처벌

아래처럼 디지털적인 접근도 내실을 기해야 합니다.

 뉴스의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링크는 확인 가능성,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적 요소)

 경우에 따라서 보도에 수반된 합리적인 판단 기준 특히 편집상의 결정은 추후에라도 설명되는가?

 뉴스에 대한 독자의 질문을 기자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답하는가?

 댓글과 대화는 권장되고 있고 뉴스에 활용되는가?

영국의 진지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가디언>의 오픈저널리즘 가이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의 논의를 권장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것을 웹 사이트에 공개합니다.

 기자만이 권위, 전문성, 관심의 우위에 서는 당사자가 아님을 인식합니다. 

 다양성을 달성하고 반영하며 공유 가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널리즘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안과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협력과 큐레이션을 합니다.

진보 언론은 뉴스의 가치를 인식하는 현명한 독자, 뉴스를 확산시키는 독자, 또 토론하고 참여하는 용기의 독자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뉴스 독자를 넘어선 '시민 미디어'입니다. 이들과의 연결에서 진보언론은 더 값진 영향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별히 디지털에서 독자와의 관계 증진은 진실성, 책임성, 일관성을 높이는데서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일반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파악해 건강, 라이프스타일. 취업 등 보다 연성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또 이메일, 댓글, 독자가 많이 본 기사 랭킹 등도 초보적인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욕망, 기대, 흥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독자 관계를 향한 기본 과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기울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노력에 대해 에드워드 러셀 <데일리 텔레그래프> 디지털 에디터는 "우리의 업무는 고객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신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합니다. 즉, 우리는 누구도 제대로 보지 않는 기존의 플랫폼-지면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파트너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에너지는 상호작용성•공감성•신뢰성으로 생성됩니다. 이것은 네트워크 시대에 뉴스 미디어가 키워야 하는 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의 업력과 저명성은 잊어야 합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 저널리즘 협업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적인 경쟁이 아니라 질(quality)에 초점을 두는 가치 경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존중, 배려 등 독자에 대한 관계의 원칙을 앞세워야 합니다. 또한 독자가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보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작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퀄리티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지난 6월 21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에서 주최한 <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참조로 <미디어스>는 이 세미나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새로운 뉴스 생태계란

뉴스미디어의 미래 2017.06.25 13:49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한국언론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이제 커뮤니티와 저널리즘의 연결이란 생태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커뮤니티는 스토리텔러, 밀레니얼 세대, 예술가-전문가 등이 저널리즘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저널리즘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외부와의 협업을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업무와 문화를 정비하는 조직의 업무를 대표합니다.

시민주도의 뉴스, 뉴스조직의 유연한 업무가 결합하는 곳이 바로 새로운 뉴스 생태계입니다.

저는 오늘 네 가지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우리는 미래지향적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해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2.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저널리즘 생태계는 어떤 것인가?
3.그러나 현장은 어떤가?
4.어떤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가?

먼저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인식해야 하는가입니다.

미래지향적 뉴스 생태계로 향하기 위해 우리는 최근 일어난 언론과 독자 간 마찰과 갈등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두 가지 정반대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 이들은 누구인가입니다. 공중의 진화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반지성적인 사람들인지입니다. 둘째, 언론의 태도입니다.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지 아니면 일상적이고 상호적인 동력으로 봐야 하는지입니다.

우리가 지금 공유할 수 있는 사실은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독자의 미디어 사용능력이 아주 우수하며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뉴스조직은 가치를 잃고 조직은 퇴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시스템이나 명령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책임 하에 대응하는 독자의 지혜로움은 낯선 현상이 아닙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자의 정보는 언론의 해명보다 앞선 수준있는 자료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여론 조작을 위해서 동원되거나 감정적인 독자들이 더러 있지만 그것이 오늘날 언론과 독자 간 갈등의 전모는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 기성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저하게 기능 부전에 빠져 있습니다. 독자를 확장하는 것도, 붙잡는 것도 모두 어렵습니다. 광고의 효용성은 추락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신호가 있다면 오래된 종이신문의 지면에 광고를 끊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방송 환경도 더욱 분산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10년 간 구조조정이 없었던 언론은 한국 뿐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자의 영향력과 매력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을 지켜보는 미래 전문가들은 "저널리즘의 미래는 업계를 선도하는 몇몇 언론사 대신 집단지성과 자기 조직화된 지식 노동자에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러한 징후는 세계의 신생 미디어에서 그 활약상을 찾을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블로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역동적인 장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반에서는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더 많은 저널리즘이 가능합니다. 허핑턴포스트든, 오마이뉴스든 새로운 생산 에코 시스템은 콘텐츠 네트워크에 의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 확장돼 왔습니다.

정치적 블로그에서 비즈니스, 여행, 교육, 페미니즘 등 무엇이든 다루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신생 미디어와 디지털뉴스매개자 간 협력은 이미 시작됐고 지금도 역사적인 기록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콘텐츠 생산은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 조직화된 지식 노동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습니다. 높게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새로운 미디어일수록 이것이 저널리즘에 부합한 활동인지 아니면 상업적인 활동인지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대체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새로운 모델은 장기적으로는 직업기자 또는 비언론인의 경계, 언론 산업의 경제적 현실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힘,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참여자들이 네트워크에서 획득하는 평판, 명성과는 별개로 보상은 낮습니다. 하지만 한때 미디어 수용자였던 독자들이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언론은 자신들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함께 하려는 동력을 가지면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향하는 저널리즘 생태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독자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구조화하는 생태계는, 공동체의 공정성, 개방성, 다양성을 구축하고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목표를 최우선적으로 앞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연결돼 있습니다.

여기서 명백해지는 것은 '미디어 시민의 탄생'에서 보듯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기관이 아니라 네트워크처럼 활발하게 연결된 공간에서 협력적인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점입니다.

어쩌면 지금 언론시장이 누리고 있는 '산업'은 곧 없어질지 모릅니다. 특히 그것은 언론이 혼자서 기존의 교류관계를 근거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근 수년 사이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환경에서 언론의 역할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뉴스시장의 권력은 이동한지 오래입니다.

그 흐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매개자로 구성된 생태계가 새로운 작동원리로 더욱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방법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갈등과 불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는 이들 여러 부분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 의존적이며 서로의 작업을 공유할 때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그렇게 진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환경은 어떻습니까?

언론의 내부는 긴장과 자극보다는 태만과 오만으로 가득합니다. 점증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기존의 언론사 뉴스조직이 아닌 곳에서 발행되는 뉴스를 여전히 '도전'과 '생떼'로 여기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현명함은 찾기 어렵습니다.

언론과 커뮤니티가 연결되는 오늘날 생태계는 기존의 뉴스를 포함해서 가능한한 모든 형식과 주제를 다루는 스토리를 인정하고, 기존의 조직과 뉴스를 연결시키는 모든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예. 워싱턴포스트 코럴 프로젝트, 커뮤니티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이때 언론이 관여할 수 있는 뉴스 생태계는 비로소 가장 강력해집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앞에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판단과 인식을 막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뉴스를 지속가능하게 생산, 유통할 수 있는 재원이 고르게 분산돼 있지 않습니다. 현실정치와 조응하는 과정에서 당파적인 매체가 일부 있지만 그것이 생태계를 대표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둘째, 또한 많은 경우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뉴스의 품질에 수준저하가 이어지고 있고 뉴스조직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격노' 보도에서 보듯 품질과 방향에 심각한 결손이 있습니다. 여러 불성실한 이유로 내부의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더욱 큰 문제는 언론사 뉴스룸이 우리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지켜온 재능과 영향력을 나누고 있지 않는 점입니다. 저널리즘은 더 이상 한정된 기관이나 조직,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란 것을 기성 언론 만큼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엊그제 한 토론회에서 진보언론을 포함한 언론은 독자들과 더 많은,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더니 한 언론단체에서 오신 분이 기자 탈진이 심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취지의 반론을 펴셨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언론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펴는 공중을 바쁘다고 외면하는 상태에서 진보언론이 어떻게 경쟁력,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까?

첫째, 저널리즘을 다루눈 비영리단체를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 신념하고 믿는 저널리즘을 할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더 넓게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성장시키려면 우수한 저널리즘 교육이 필요합니다. 도구의 활용 등 미디어 리터러시에 공동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령 다수의 회원을 둔 커뮤니티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 취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들이 지원하거나 기성 언론과 직업기자들에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저널리즘 표준을 높이고, 전 세계의 부패와 학대와 싸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금'조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들을 후원하는 기관이나 기업, 개인에게는 100% 세금 공제 등 세제 상의 인센티브 등 정책접근이 갖춰져야 합니다.

둘째, 정부의 역할은 예산 못지않게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공공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확대되면서 공동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회를 더 자주 갖게 되었습니다. 공공영역은 미흡하지만 점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더 진실에 다가서는 방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으로 공공데이터의 표준과 연속성, 확장성을 기하는데 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저널리즘 진흥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주변부에서 핵심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역량있는 젊은이들이 떠오릅니다.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관심이 모여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시민단체 등에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즉,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위임해야 합니다. 그 뒤 시민들이 그 부분을 기성언론과 협력할지 말지를 판단토록 해야 합니다.

셋째,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민하고 정립하는 협력 저널리즘의 생태계는 투명성, 윤리성 확보를 겅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고위공직자, 기업인, 법조인, 유명인 등에게 투명성을 요구해왔습니다. 모든 기업과 기관 가운데에서 언론은 가장 투명해야 합니까? 독자들이 묻고 있습니다. 답변을 해야 하고 납득할만한 수준과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공중으로 진화한, 비판적 담론공중은 언론과 긴밀하게 협력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 뉴스조직과 기관이 증가할수록, 저널리즘 생태계의 긴장도를 높이는 단계에서 박애주의자, 재단, 정부 및 기업의 자금 지원은 불가피합니다. 진정한 질문은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기부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입니다.

투명성을 담보하는 프로세스가 절실합니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새로운 저널리즘 생태계에 근접한 독립언론과 미디어 기관들이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자금의 출처, 주요 후원자, 급여 및 뉴스생산과정의 비용 등 윤리성이 좌우되는 영역에서 구체적 사실이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그들의 미래가 걸려 있고 생태계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인 저널리즘 기관의 성장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가치와 정신에 호응하는 청년세대를 기존의 언론사 뉴스조직보다 효과적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입니다. 진지한 저널리즘을 다루는 사람과 기관이 많아지는 것은 경쟁의 격화와 시장의 우울한 결말이 아닙니다.

정직하고 현명한 저널리즘이 도처에서 빛을 발하고 후속세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저널리즘 생태계에게는 축복입니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역동적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생태계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끝으로 말씀드립니다.

현대 저널리즘은 디지털 적으로 가능한 것(Digitally Capable)과 근본적으로 디지털적인 것(Fundamentally Digital)의 영역에 있습니다. 생산방식과 기자의 역할, 커뮤니케이션, 조직, 자원 등이 모두 그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자의 인식과 철학,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 부분에서 구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회로 간주하는 뉴스 생태계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정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저널리즘의 신뢰와 영향력을 재구성하는데 중요합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뉴스는 하나의 완제품 즉,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변경, 재사용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뉴스'라는 것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것에 걸맞는 워크 플로우를 짜야 합니다. 언론과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존심과 긍지가 아니라 독자와 손잡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최대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명백한 것은 이제 저널리즘은 지난 세기의 경쟁의 자원과 기억을 청산하고 전혀 다른 수준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효과는 금세 드러나지 않습니다. 곧바로 가시화하는 것은 원래의 목표와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트래픽 같은 지표에 절대적으로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의 참여처럼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힘을 만드는 일에 주목해야 합니다. 독자는 생태계의 시작과 또다른 가능성을 이끕니다. 뉴스조직과 밀착하는 표현•열정의 커뮤니티는 공동체에 긍정의 영향력을 일으키는 에너지입니다. 언론은 이제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독자와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현명한 뉴스조직은 이제 독자에 선택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독자의 준거지역과 공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을 빛내는 독자의 일상에 다가서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신뢰와 평판을 개선하는 노력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이때 권위, 엘리트 같은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디지털 리더십은 기존의 우호군의 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양식있는 질문에서 번성합니다. 양이 아닌 질, 형식이 아닌 가치 경쟁으로 협력저널리즘의 생태계를 끌어가야 합니다. 다양성•투명성•상호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다루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6월23일 미디어오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최 기획 토론회 제4세션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계의 모색> 토론자로 참석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시간제약으로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있는 독자들께 공유합니다. 


`한경오`는 갈등 독자들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Online_journalism 2017.05.31 13:5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미디어오늘 2017년5월31일자. 나는 한경오 등 진보언론과 대통령 지지자 사이의 갈등은 느슨한 독자관계의 피로도와 불만이 누적돼오다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를 두루 잘 활용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특별한 고객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많은 청중(Audience)의 목소리가 네트워크에서 통합되는 점이다. 또 보다 많은 목소리 즉, 보다 다양한 관점의 '경계가 사라진 뉴스'를 마주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오래도록 나누고 검색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는 독자들과의 '협력' 외에 공존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간 충돌을 어떻게 보느냐는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있다. "고정·잠재 독자전략이 없는 뉴스조직은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일 수 없고, 독자와의 소통의 효용가치를 깨닫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이번 진보언론의 경우처럼 '독자를 잃는' 소통과 보도행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소수 기자의 일탈과 사소한 해프닝으로 한정하거나 가이드라인 정도로 봉합하는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뉴스조직 차원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절박함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많은 매체들 가운데 유독 '우리'에게 말을 거는 독자들-공격적이고 거칠게 행동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여타 매체와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가 먼 진보언론이 매달려야 하는 독자발굴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압박'을 감정적으로 다루는 협량한 태도가 여전하다. 최근 사태에 대해 일부 기자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자신과 독자들에게 굴복(?)하는 뉴스조직을 분리시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책임하며 무례하다. 

'독자압박'은 첫째, 독자들이 자신의 신념기준으로 언론(인)에 정론직필을 요구하고 둘째, 구독중단 등 관계단절을 집단적으로 암시·실천하며 셋째, SNS에서 지속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언론(인)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독자압박은 광고주 및 권력의 언론간섭과는 다르다. 폭넓은 정보공유에 의해 대중적인 이슈가 되고 있으며 압박의 근거 역시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구체적이다. 반면 뉴스조직의 주장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브랜드 신뢰나 평판 더 나아가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동기가 되고 있다.

진보언론과 독자 사이의 갈등 국면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뉴스조직과 독자 사이의 관계가 느슨했고 대화의 기회와 실효성도 미흡했다. 한마디로 '독자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독자압박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독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파악하고, 뉴스조직의 논의과정에 독자참여를 확보하고 독자의 목소리를 취재보도에 수렴하는 `생산적인 독자전략`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번 갈등은 두고두고 뼈아픈 일이 될 것이다.

특정 매체와 기자를 나무라는데 치우칠 것이 아니라 국내 언론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뷰 때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한다. 또 언론 보도 내용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맥락을 보강했다.

`한경오`-독자 갈등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질문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독자-고객(단골손님:지불의사를 갖는 사람)는 누구인가?"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투명성. 독자는 뉴스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을 수 있다. 독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언론은 점점 뉴스 생산과정을 감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내일자 1면 톱뉴스나 단독-특종을 불과 몇 시간 이후까지 숨기기보다는 이 뉴스가 언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시대다.

둘째, 책임성. 독자가 비난하는 내용을 우리가 책임감있게 다뤘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의 부주의가 있었다면 즉시 사과해야 한다. 또 후속 보도와 대화를 통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 가령 어떤 기자가 독자의 공격을 참지 못하고 독자를 비난했다면 그것은 책임이라는 가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뉴스조직은 발언하는 독자를 적으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 독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뉴스조직은 크고 작은 책임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미디어의 책임이다.

셋째, 다양성. 우리는 광범위한 목소리와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 보도 이후에 계속되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것에 귀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독자들이 훨씬 더 현명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자는 중재자, 조정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고유한 원칙 혹은 매체의 관점-일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그들의 독자의 기대치는 항상 비슷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진보언론의 독자들과 성실한 대화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독자와의 갈등은 중요한 '고객'과 연관된 것인 만큼 뉴스룸의 리더, CEO가 나서야 한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처럼 속도나 형식 등 뉴스생산양식의 고민 못지않게 고객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소통을 의미하는 ‘독자 퍼스트’를 서둘러야 한다. 독자 퍼스트란 독자를 친구와 동료, 파트너로 다루는 협업과 협력을 의미한다. 이미 '독자 최우선 전략'은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카드로서 논의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나고 있는 진보언론과 독자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첫째, 지난 십수년간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제보 사이트를 열거나 인터넷방송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돈을 후원해달라는 읍소도 하였지만 말이다. 독자들에게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인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진보언론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독자의 과잉감정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진보언론은 그들의 혁신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문제는 진보언론이 그간 자신의 독자들에게 진정성이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간극이 벌어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기자의 감정노출이 빚은 일시적인 사건으로 봐선 안 된다. 독자들이 진보언론의 혁신을 제대로 공감했던 적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독자가 진보언론과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기자들의 '결기'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둘째, 최근 논란이 된 소통 방식도 문제다. 소셜미디어처럼 개방적이고 유대감을 갖는 공간에서 기자가 독자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독자와 싸움을 거는 고약함은 문제다. 더 나아가 독자를 공격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도 무례하다.

지금까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자신들이 지키고 확보해야 하는 독자들을 잃으려고 소통한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일단 논란이 커지자 진보언론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소셜미디어에서 기자의 대화방식과 태도를 규정한 근거가 없어서는 아니다. 우리에게 독자란 무엇이고 또 누구인지, 이들 독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방향이 없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셋째, 진보언론은 다른 언론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주저없이 해왔다. 자사의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요즘 일부 독자들의 항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변호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품격 있는 저널리즘을 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들이 이번 사안에서 관심을 갖고 제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방식으로 독자들과 대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서야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이 독자 댓글을 골라 답변하는 형식의 동영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객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소통 더 나아가 네트워크에서 미디어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첫째, 현대 독자들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거는 기대감이 아주 높다. 언론은 거기에 상응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령 독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뉴스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독자의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사과를 하고 정정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가령 라이브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등 독자의 이야기도 자주 들어야 한다 독자는 뉴스를 그저 읽고 퍼나르는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를 함께 만드는 '협력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포털로 유입되는 독자를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독자대응의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언론은 소셜미디어의 독자가 네트워크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몇 년 전 시카고 트리뷴 편집자 게르 잉 커른 (Gerould Kern) 편집장은 "우리는 수만 명에 이르는 일련의 개인적 연결에 주목한다. 우리의 성공은 어떤 형태로든 트리뷴에 오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독자와 유대 강화를 위해 2012년 한 해만 공공정책 토론, 저자대화, 기자 세미나 등 100개 이상의 뉴스 이벤트를 개최했다. 독자의 생각과 능력을 알기 위해 함께 활동했다.

셋째, 소셜미디어에서 언론과 독자 사이의 소통은 정확하고 검증 가능하며 공정한 것일 때 의미가 있다. 가령 독자들은 언론의 오류를 지적하고 언론은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려 피드백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러한 투명한 과정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신뢰는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독자는 저널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왜 이 사진을 채택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식의 보도가 이뤄졌는지 신속하고 명백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소셜에서 언론의 진지하고 투명한 노력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넷째, 언론은 소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또는 잠재고객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청년 활동가들, 반짝이는 창업자들 그리고 우리를 들뜨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셀럽과 철학자들을 불러모으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이슈는 지금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묻히고 있다.

다섯째, 소셜 미디어는 가정사와 같은 일상적인 주제, 최신 유행 등 트렌디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채워지는 뉴스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은 새로운 저널리즘 활동이다. 매체는 독자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섯째, 최근의 갈등에서 우리가 배웠던 가장 중요한 점은 언론과 기자가 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대해 관심을 갖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대화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능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뉴스조직의 소셜미디어 활동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직 내 갑질문화, 연성뉴스(스낵커블 콘텐츠) 등 상업화와 선정주의, 댓글관리 등 허술한 소통체계가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소셜미디어 활동의 그늘이다. 

첫째, 소셜가이드라인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엄정한 규칙만 강조하면 미래지향적 활용은 억제된다.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진보언론은 소셜 소통의 잠재력을 키우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둘째, 소셜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가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트래픽, 브랜딩, 독자관계 관리 등 체계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특히 내부 구성원들은 항상 진지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셜미디어를 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공유한다. 이를 위해 인프라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의 이 부문에서의 투자가 성의있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라는 구호 넘어 자리잡은 '독자 퍼스트'의 의미를 가다듬어야 한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무대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독자들과 공생의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독자 퍼스트는 "우리가 정성들여야 할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 우리가 그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 우리와의 유대관계가 그들의 삶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상의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 내부에 '디지털 리더십'의 정립이 수반돼야 한다.

진보언론과 독자들 간의 갈등과 마찰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뉴스 생산자인 전통매체가 커뮤니케이션 주도권을 잃는 사이 네트워크는 더 촘촘한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통매체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드라마틱한 아니면 이미 진부한 단정일까.

덧글. 이 글은 <더피알>,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을 재정리했음을 거듭 밝힌다.



SBS스브스뉴스. 올해를 '최고의 해'로 보낸 새로운 뉴스 형식 서비스다. 일부에서는 실제 보도는 대충 하고 온라인에서는 열을 낸다는 비판을 한다.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저널리즘의 본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것이다. 내년은 본질과 실험의 간격이 좁혀지길 기대한다.


세계 언론사들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Innovation)'의 여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에 맞춰 한국판 혁신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자들의 소셜네트워크 참여 활성화를 비롯 새로운 디지털 전략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영입, 콘텐츠 및 IT 기업 투자 등 우선 순위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은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디지털, 신문, 방송 등 영역을 모두 관장하는 영역별 융합형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이들 에디터는 기존 종이신문 제작업무 외에 인터넷 각 섹션, 페이스북 페이지, 팟캐스트 등 플랫폼별 뉴스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언론사의 혁신 프로젝트는 보험성 광고시장, 정치적 편향성 등 국내 언론 환경의 특수성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가지 않은 길'인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뉴스 유통의 새 설계자 페이스북

 

언론사 스스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것은 뉴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ICT 기업의 뉴스 시장 진출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5월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는 뉴스 생산자 간 '실익' 논쟁 속에 영미권 주요 언론사의 참여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포털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국내 뉴스 시장에 페이스북이 언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매개로 유통된 뉴스 콘텐츠는 점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실마리로 부상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지 않고 모바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매일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언론사닷컴 뉴스나 모바일 앱, 종이신문 뉴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페이스북은 한국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좋아요'를 누르고, 10명 중 2명은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언론사 트래픽에서 소셜네트워크로부터 들어오는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 메이저신문 등 전통매체는 아직 비중이 두 자리 숫자도 되지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신생 미디어는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전담 인력을 두고 광고비 지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또 다른 무덤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함께 말이다.

 

연결과 관계의 가치에 눈뜨는 뉴스룸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소셜네트워크 활용성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실태 보도를 통해 '초보 수준'인 상황이지만 전문성과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나서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개별 기자 단위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정한 뉴스의 순서나 뉴스 비중에 대한 인지 없이 이용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PC 환경에서는 포털 뉴스 소비로 집중됐지만 모바일에서는 분산된 상태 즉, 비선형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 뉴스 앱 등 각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감안한 생산, 유통 전략이 추구될 때"라고 강조했다.


주로 해외 온라인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버티컬 대응(vertical approach)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아니라 각 플랫폼과 이용자의 특성를 고려한 타깃 서비스 전략이다. 올해 4월 페이스북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SBS '스브스뉴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뉴스로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KBS '고봉순',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뉴스래빗', 서울경제신문 '' 등 다수 언론사들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한편 소셜네트워크 전용 콘텐츠 제작에 앞다퉈 나섰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실, 문화부, 여행·레저, 청춘리포트, 강남통신 등 다양한 부서와 주제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웹 사이트의 초기 페이지 방문율보다 딥링크로 기사 페이지를 보고 빠져 나가는 이용자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된 미디어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단을 보여 줬다.

 

어뷰징에서 카드뉴스, 스낵 콘텐츠까지

 

기사 어뷰징(abusing), 기사형 광고, 베끼기 기사, 유사 언론 행위 등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이해당사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출범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 갔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뉴스의 제휴심사 기준을 다루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온라인 기사 및 댓글의 삭제는 물론 페이스북과 피키캐스트 같은 신생 뉴스미디어를 중재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시안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수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젠다를 제기하는 언론자유의 확대와 뉴스 유통 시장 건강성의 확보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프레임이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카드뉴스, 리스티클, 짧은 영상 등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끌어내는 큐레이션 미디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피키캐스트가 주도한 콘텐츠 문법의 파괴는 올해 들어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뛰어 들었다. 간식을 먹듯 짧고 가볍게 소비하는 스낵 콘텐츠는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했다. 다만 수익화 한계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렀고 차별성 없는 카드뉴스만 쏟아졌다. 제이콘텐트리, 서울문화사 등 매거진, 출판 업체까지 스낵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다.


뉴스 큐레이션과 저작권의 간격도 좁혀지지 않았다. 베끼기 공방에 끼인 이용자의 피로도는 극도로 쌓였다. 정통 기자와 새로운 업무 담당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뉴스룸을 중심으로 검증형 스토리텔링, 뉴스웹툰 등 다양한 형식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나왔다.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신서유기' 같은 웹드라마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72TV'의 인기도 거들었다.

 

경계 없는 뉴스의 정착지,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의 실험들은 최근 1~2년 사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용자의 관심사, 눈높이와는 현격한 거리를 다시 확인한 정도였다. 뉴스룸은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와 마주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정제하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 중 가장 적합한 주제로 등장했다. 차별화한 뉴스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어서이다.


공공 기관의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저널리즘에 데이터를 접목한 사례는 크게 증가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가 분석한 메르스 관련 주요 기사 네이버 댓글빅데이터 분석 보도도 눈에 띄었다. 특히 KBS 디지털뉴스국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메르스 감염 현황과 전파 경로,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등 인터랙티브 뉴스는 돋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뉴스룸 내부에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룰만한 고급 인력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부서나 기술 자원들도 방치되고 있다. 기사 자료의 아카이브도 구축하지 못한 언론사들도 적지 않다. 데이터 과학이기보다는 데이터 시각화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다만 올해 들어 몇몇 언론사들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선언적 화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진화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스젤리, 비주얼다이브 등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기업과 언론사 간 협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뉴스룸의 특성상 빠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운영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룸은 이용자 데이터가 없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신문협회총회(WAN-IFRA)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지만 언론사는 아무 것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롱 폼 저널리즘(Long Form Journalism)' 논쟁에 이어 로봇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까지 뉴스 실험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용자는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가 더욱 파편화하는 만큼 이용자가 도대체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CT 기업이 보유한 수준 높은 이용자 분석 시스템은 최적화한 뉴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가령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뉴스를 전달하고, 최근에 가장 많이 본 뉴스는 어떤 분야였는지 검토해 이용자의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에 노출한다.


한겨레신문의 모바일 웹 개편은 '개인화 서비스'를 고민하는 언론사 뉴스룸의 단기 처방전을 보여줬다.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선택한 뉴스, 다른 이용자가 호응했던 정도를 반영한 뉴스,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고른 뉴스의 메뉴로 나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가 모바일향 서비스인 'V(브이)', '1boon'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도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지를 넓혔다.


'트렌드 뉴스', '(오전 7시 출근길 이용자를 겨냥한) time 7'(이상 중앙일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근길', '나른한 오후'(이상 동아일보), '뉴스 AS', '개콘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이상 한겨레신문), '눈사람', 'play 한국', '포토플레이'(이상 한국일보)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와 구성으로 변신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맺는 모바일 콘텐츠를 수렴하는 시도인 셈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장애물로 뉴스룸과 기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꼽는 등 스스로 성찰한 것은 의미있는 행보였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다음의 '뉴스펀딩'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신생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약진, 산업계·학계·언론계의 공동 프로젝트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외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미디어 생태계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플랫폼, 콘텐츠, 뉴스룸, 이용자에 대한 재정의가 기대된다.

 

덧글. 이 포스트는 11월 초순에 쓰여진 원고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 원고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움주신 분들(무순) :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 김일숙 SBS콘텐츠허브 뉴스서비스팀장,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 육근영 중앙일보 디지털전략팀 차장,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제프 자비스 "타 미디어·독자와 적극 협업 나서라"

Online_journalism 2015.06.21 11:05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만난 제프 자비스 교수(오른쪽). 저널리즘의 가치와 독자 관계를 강조했다.


“언론사가 페이지뷰, 클릭수 등 정량적 지표에 매몰되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저널리즘 분야의 세계적 석학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면 독자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는 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동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거나 권력 감시와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전통 저널리즘이 보유한 ‘공공성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비스 교수는 “독자인 ‘나’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전통매체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독자를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예를 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독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지만 전통매체는 독자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소한 독자 데이터라도 수집·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자비스 교수는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언론사가 콘텐츠 공장이 아닌 서비스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독자와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것도 독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는 독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면 일방적인 계도성 보도나 사실 위주의 나열성 보도가 아니라 맞춤 뉴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독자를 제대로 알 때 독자를 만족시켜 지속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와의 신뢰관계가 더 두터워지는 것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 개발을 위해 이벤트에 초대하거나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뉴스 유료화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는 다른 미디어 기업이나 독자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미디어산업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협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다른 미디어와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재가공해 배포하는 큐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 모질라 등 다른 미디어 기업과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추진 중이다. 독자는 콘텐츠를 쉽게 등록하고 미디어 기업은 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뉴스 댓글이나 의견의 수준을 검토하는 데이터 분석 모듈과 독자와의 상호 작용 공간으로 구성된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뉴스프로젝트 책임자는 “언론사는 서열화된 목록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독자들은 자신이 기고한 글을 누가 보는지,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비스 교수는 “이제 미디어는 종이신문이냐, 온라인 미디어냐, 모바일 전용이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독자들이 원하는가, 독자들의 관심과 기호에 부응하는가, 독자들의 시간과 공간에 알맞은가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픽 같은 무의미한 ‘양’의 덫에서 빠져나와 독자와의 밀접한 신뢰관계라는 ‘질’을 중시하는 가치전략으로 이동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6월20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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