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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미디어 정책의 ‘공공성’, ‘다양성’ 복원해야

by 수레바퀴 2013. 3. 1.

미디어 정책의 '공공성', '다양성' 확보는 수용자의 삶의 진로와 직결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미디어 정책을 입안하는 모든 논의들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다뤄지는 게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키워드는 여러 학문과 분야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통섭(統攝)’이다. 이 통섭이 반영된 사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정책기능을 맡은 부분이다. 과학기술을 통합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이른바 ‘공룡 부처’ 탄생을 감수한 모양새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융합시대를 표방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총괄 기구로 띄웠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혼란함 그 자체였다. ‘융합 IT' 정책은 속도는 느리고 방향도 잃었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공정경쟁 보장의 이슈도 사회적 논란만 끊임없이 일으켰다.


이러한 방통위의 부작용을 극복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 통신 등 다양한 미디어 영역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선제적인 정책 입안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 등 ICT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만큼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 관련 업무를 두 기관이 나눠 가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등의 방송 인·허가권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고 종편, 보도채널 인·허가권과 공영방송 임원 선임권은 방통위가 갖게 된다.


방송과 언론 관련 모든 법·제도가 독임제 행정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다.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에서 ‘행정위원회’로 위상이 낮춰진 방통위는 법률 제·개정권과 예산 편성권도 없고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 아래에 속하게 된 것이다.


방송법상 공·민영 책무를 규정함에 있어 정치적 입김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임제 장관 한 사람에게 쏠린 미디어 정책은 또 ‘MB 정부의 방통위’를 떠 올리게 한다. 과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시절만 못하다는 평가 절하도 있다.


새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판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투명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새 정부의 구체적인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미래 성장산업으로서의 방송의 위상 제고와 육성 정책 수립도 마찬가지다. 산업 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지거나 통신 관점에서 다뤄질 경우 공공성 통제는 불가능해지고 거대 기업이나 특정 언론사만 배불릴 수 있다.


물론 미디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첫째, 케이블, 위성, IPTV 등 네트워크 별로 분산된 유료방송 법체계 정비 둘째, 인터넷, 모바일과 방송 융합 등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 셋째, 미디어 융합을 촉진하는 진입 및 영업규제 완화 등의 산적한 정책 이슈를 신속히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는 무분별하게 허가된 종편 사업자의 특권적 지위가 시장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산업적 효용을 배가하기 위해선 미디어 다양성과 공공성의 탄탄한 반석 위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에 대한 정책 당국의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적극적인 정책개발을 서두르는 양상이다. 한국신문협회도 국회에 계류 중인 신문산업진흥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건의한 바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신문법이나 저작권법 관련 개정을 통해서라도 주요 신문 진흥책을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신문 진흥과 관련된 기금의 확보와 집행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해당 기관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디어 기관의 위상 논의는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새 정부가 미디어 관련 공약만 잘 지켜도 ‘대성공’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신문, 방송은 물론 융합 미디어 환경이 첨예하고 복잡함을 반증한다.


미디어 시장의 공공성과 산업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일관된 정책 원칙과 철학이 요구된다.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양성과 공공성이란 언론의 보편적 책무를 복원하는 것이 그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관훈클럽이 발간하는 <관훈저널>에 게재됐습니다. <관훈저널>은 3월 중하순께 배포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원고작성 시점은 2월 초입니다. 현재의 시점과 다소 다른 양상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새 정부에 '바라는' 바를 개괄적으로 적는 것이니만큼 구체성은 부족합니다. 이점 감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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