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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문화는 왜 뜨는가?

TV 2012.09.28 12:30 Posted by 수레바퀴

 

진지함보다 가벼움! 메시지보다 재미! 주류보다 비주류를 지향하는 문화, 대한민국은 지금 ‘B급 문화’ 전성시대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휩쓸었고, 오직 재미로만 무장했다는 영화 <도둑들>은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가수에 도전한 개그맨이 발표한 노래들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 평균 이하 멤버들의 <무한도전> 역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2012년을 강타한 B급 문화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이렇게 B급 문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TV로 보는 세상>에서는 B급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Q. 원래 “B급”이란 말은 영화계에서 통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방송을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으로 그 의미가 넓혀져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B급 문화” “B급 정서”의 의미(정의)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B급문화란 학술적인 정의가 없습니다. 진지함보다는 가벼움, 메시지보다는 재미, 다수보다는 소수를 지향하는 문화인데요. 고상하고 엄격한 주류문화와는 대비되는 천박하고 저속함을 담고 있죠. 일반적으로 거칠고 싸구려스럽다는 힐난을 받기도 하죠.

 

기존 질서나 틀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롭고 파격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일종의 저항, 반발 심리도 그 배경에 있는데요. 사회적, 문화적으로 보면 다양성, 창조성 등의 공간을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합니다.

 

Q. B급 문화와 정서로 설명될 수 있는 방송 / 영화 / 노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지금은 주류문화의 한 부분으로 올라서 있지만 과거 록, 펑크, 힙합, 재즈 같은 것은 소수자들이 즐기는 음악 장르였죠. 초기에 대중매체에 노출되지 않는 경향으로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노랫말과 멜로디가 한 마디로 자극적이었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라조의 ‘슈퍼맨’ 등은 단순한 멜로디, 원초적인 가사와 춤을 보여 주죠.

 

주로 통속적인 소재를 내세우며 흥미 위주로 제작된 영화들이 있는데요. 화려하고 장대한 스케일, 주제의식은 없지요. 최근 개봉돼 관심을 불러 모은 <도둑들>도 육두문자가 남발하고 도둑질 그 자체만 집중하죠.

 

뻔한 스토리를 갖는 방송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마 탄 왕자와 가난하고 억척스런 여성을 사랑하는 사이로 연결시키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얽히고 설킨 갈등이 이어지고 뻔한 결말은 이미 다 드러나고 마는 다소 수준이 낮은 드라마들을 지칭하죠. 요즘은 이런 류의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도 부르죠.

 

Q. B급 문화가 대중문화 전반, 특히 방송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열풍을 일으키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1) 콘텐츠 내용의 측면에서 봤을 땐 어떻다고 보시나요?(B급이라고 하지만, A급 못지않은 우수한 콘텐츠들)

A.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도 비교적 훌륭한 것들이 많습니다. 오락프로그램의 지존인 <무한도전>은 엉뚱하지만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며서 롱런하고 있는데요.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도전하는 무모함, 유치함 따위가 B급이지만 ‘TV전쟁’편에선 사회적 메시지까지 던지요.

 

2) 사회적인 배경이 원인이 될 수도 있을 듯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팍팍한 삶 속에 일종의 창구 역할 / 주류에 대한 반감 정서 등)

A. 현대 사회는 소수의 가진 자들이 재화를 독점하는 등 사회적 양극화가 심한 데요. 오래도록 경기도 좋지 않고요. 이런 팍팍한 현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게 사실이죠. 다들 지쳐가고 있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속 마음을 솔직히 드러낸다는 것도 꺼려지고 말이죠.

 

B급 문화가 억압된 내면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 주고 있는 점, 그래서 잠깐이라도 마음껏 환호하고 즐기는 동안은 현실의 답답함, 우울함을 씻어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 냉소 같은 것들도 이를 통해 날려 버리고요.

 

3) SNS나 유튜브, 각종 포털 등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B급 문화 확산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들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소수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따르는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힘들었죠. ‘강남스타일’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었죠. 과거에는 TV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말이죠.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모바일이나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것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쉽게 공명을 일으킬 수 있게 됐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중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여론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되어버린 B급 문화! 그 열풍의 반면, 아쉬운 점과 문제시되는 점,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A.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깊이나 진지함보다 가볍고 순간적인 데 주목하다보면 대중문화의 수준이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들이 아니다보니 수용도에 차이가 생겨 맹목적인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를 둘러싸고 세대간 갈등이 유발되는 거죠.

 

특히 상업성, 오락성에만 기대고 있는 데요. 원래 B급 문화가 가진 창의성, 저항성 같은 숨은 메시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대중문화 전반과 어우러진 B급 문화, B급 정서! 특히 방송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또 담아내야할까요? 유념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A.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동안 재미와 웃음만 추구해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려는 B급에 충실해 왔습니다. 이쪽으로 흐르다보니 가요프로그램은 걸그룹, 아이돌그룹만 나오고, 드라마는 막장류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토크쇼는 연예인들의 말초적 이야기로만 채워집니다.

 

B급 문화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 오늘날 제작진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또 무조건 띄워주는 것이 아니라 B급 정서가 독식하는 방송 생태계가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가령 다양한 세대를 충족할 수 있는 편성도 필요합니다.

 

덧글. MBC <TV속의TV> 프로그램 인터뷰를 위해 미리 작성한 답변지입니다. 9월28일 낮에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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