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공짜시대?!

by 수레바퀴 2011. 8. 31.

이제 어지간한 책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면 일용할 양식이 내 곳간에 가득 쌓인다.


‘롱테일 경제학’을 주창한 크리스 엔더슨은 <프리(Free)>에서 무료 콘텐츠가 비즈니스를 이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장은 정보 처리 기술, 저장 기술, 전송 기술에 드는 비용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공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자가 공짜 정보를 내놓은 뒤 유료 상품의 가치를 높여 돈을 벌게 되는 형식이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일단 공짜가 좋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스토어에는 유료와 무료 상품이 공존한다. 소비자는 처음에는 무료 앱을 다운로드하지만 유료 앱도 관심이 높아간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앱 중에는 무료 버전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맛보기 용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게임 앱인 ‘앵그리 버드’는 공짜로 즐긴 소비자의 입 소문으로 결국 유료 앱까지 성공했다.

사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공짜로 써볼 수 있는 콘텐츠는 널려 있다. 첫째, 특정 기간 동안만 무료로 쓸 수 있는 ‘시간 제한 모델’이다. 과거 PC를 구입했을 때 설치돼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은 정품을 구입하기 이전에 마음껏 써보게 해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다.

둘째, 신문사 웹 사이트에서 데이터베이스나 검색 등 프리미엄 정보는 유료로 제공하고 나머지 단순 뉴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고 고급 버전은 유료로 파는 형태로 기능 또는 내용 제한 모델이다.

셋째, 선착순으로 정보를 볼 수 있는 형태다. 인터넷 라이브 영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비용 부담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무한정 제공하기 어려울 때 실시간 동시접속자 수를 제한하는 경우다. 최근에는 일정 인원 이상이 모이면 유료로 전환하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는 전체 회원의 5%에서 10%만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도 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비용을 조정하고 있다.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보면 전체 회원의 규모가 많을수록 즉, 무료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손해가 아니라 유료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갖게 된다.

TV 본방 사수에 목을 매는 시청자가 줄고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인터넷 신문 대부분은 무료로 뉴스를 제공한다. 수백명의 기자가 뉴스를 만드느라 엄청난 비용을 들였지만 공짜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진실이 있다. 얼마 전 뉴스 유료화를 시행한 뉴욕타임스조차도 소비자가 무료로 정보를 볼 수 있는 출구를 확보해 광고를 유치한다. 눈을 어지럽히는 신문사 웹 사이트 광고는 공짜 뉴스 대신 감수해야 할 것들이다.

문서 읽기 프로그램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관련 문서를 편집하거나 제작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어드비(Adobe)사는 PDF 문서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하면서 직접 편집,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유료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무료 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하면서 결국 유료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비슷한 경우가 스마트폰이다. 갖고 싶던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받게 됐다고 좋아했다가 다음 달 청구된 요금 통지서를 보고 놀란 적은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무료 제공하고 통화료나 데이터 사용료로 이득을 챙기는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눈 뜨고 당한(?) 것이다.

물론 공짜 상품이 소비자를 골탕만 먹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콘텐츠 생산자 대부분이 무료 상품을 전략적으로 내놓고 있어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비용도 절감하고 필요로 하는 유익한 정보습득까지 가능하다. 일거양득인 것이다.

우선 전자책이 거래되는 아마존에는 무료 책의 인기가 높다. 아이폰 아이북스(iBooks) 앱 추천 메뉴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명작 소설(영문)은 무료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국내의 경우는 중소규모 출판사나 ‘교보문고’ ‘알라딘’ 같은 도서몰의 앱 등이 여럿 있다.

전자책 전문 서점 ‘리디북스’ 앱을 다운로드하면 5권의 무료 책을 볼 수 있다. 기기등록을 하면 가족이나 지인간에 콘텐츠를 나눠 볼 수도 있다. 총 5만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는 리디북스가 보유한 공짜책은 6,000권에 달한다. 또 최신 베스트셀러 도서요약 500여종, 무협 판타지 소설, 만화를 무료 대여한다.

책 뿐만 아니라 외국어, 유아 교육 앱도 무료가 지천이다. 대부분 책으로 출간됐던 것을 모바일 기기에 맞게 변환한 것으로 이동 중이나 잠자리에 들었을 때 손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책이나 교육 콘텐츠 뿐만 아니라 TV, 영화도 공짜다. 국내 지상파TV나 케이블방송 그리고 세계 각국의 방송을 편안히 볼 수 있는 앱들이 수두룩하다. 티빙(tiving) 앱은 국내 지상파, 케이블, 영화, 스포츠 등 120여개 채널을 한꺼번에 모아 두었다. 실시간 프로그램을 포함 1만여편의 방송, 영화 VOD 이용이 가능하다. 이중 10여개 무료 채널과 50여편 이상의 VOD는 공짜다.

시중 가격보다 절반 값으로 아니 무료로 제공되는 전자책은 종이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까지 전한다. 스마트폰은 지식의 보고다.


좋은 소셜 친구를 둔다면 이렇게 비싼 정보를 무료로 가질 수 있는 행운의 기회도 생긴다. 그날그날 무료 앱만 소개하는 정보들도 많다.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은 올해 초 한시적 무료 다운로드 이벤트를 통해 몇몇 도시의 여행 정보 앱을 공짜로 선사했다. 서점에서는 10,000~20,000원에 거래되는 고가의 책으로 스마트폰 앱에서는 자주 업데이트 돼 유용성까지 있다. 이른바 소장용인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유명 외국어 학습 서적, 두꺼운 사전이 고스란히 들어오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한편으로는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소식도 들린다.

‘옥스포드 영어사전’ 인쇄판이 수요 감소로 126년만에 절판된다는 것은 종이매체 시대의 쇠락을 상징한다. 또 무료 메신저 서비스 앱 카카오톡, 바이버(Viber)·스카이프(Skype) 같은 무료 통화 앱의 폭풍 인기는 유료 통신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는 출발지가 되고 있다.

즉, 전통적인 기업들이 생존전략을 새로 짜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도 공짜 사례와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현명한 소비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때이다. 무료의 쓰나미는 ‘묻지마 낭비’를 열어두고 있어서다.

덧글. 이 포스트는 교원 사외보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8월 초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