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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기자들, 온라인으로 나오다

by 수레바퀴 2011. 5. 23.

지난 10여년간 전통매체는 웹의 출현으로 줄곧 고전하면서 '아웃소싱 또는 구조조정'과 '혁신'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작, 인쇄, 유통은 물론이고 아웃소싱의 신성불가침 영역에 해당하던 편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자들은 프리랜서가 됐고 멀티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조직은 컨버전스, 크로스미디어라는 생경한 용어들로 탈바꿈했다.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멀티미디어 기반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신문산업은  '광고' 비즈니스 시장을 뉴미디어에 잠식당하고 독자이탈은 막지 못했다. 방송산업도 유튜브나 스마트TV 등 새로운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대칭규제 논란 속에 종편 등장, 미디어렙 입법 전쟁을 거치며 시장 질서에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아예 일부에서는 종이신문을 포기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서는 모바일에 마지막(?) 기대를 걸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외 언론사들의 관심사로 단연 '소셜저널리즘(Social Journalism)'이 급부상했다. 소셜저널리즘이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등 뉴스를 유통하는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는 취재행위를 통칭한다.

페이스북이 개설한 저널리스트를 위한 페이지.

페이스북의 경우 업무상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기자들이 늘어나자 지난 4월 언론인을 위한 페이지를 개설해 취재, 보도활동을 돕기 시작했다. 이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지나 소셜 미디어로 진입한 매체 환경이 기자들의 업무지형을 바꿔 놓고 있음을 알려 준다. 국내 언론사와 기자들도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앞다퉈 새로운 족적을 그려가고 있다.

춘천MBC 박대용 기자(@biguse)는 얼마 전 트위터에서 김성주(@kimseongjoo) 씨 등과 함께 물 공급 트위터 원정대를 조직해 식수난을 겪는 구미시민들에게 생수를 전했다. 박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누리꾼 103명이 404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놨으며 원정대는 이 가운데 약 166만원을 생수구입비로, 38만원을 기름값으로 사용했다"며 트위터 물공급 원정대 보고서를 올렸다.

기자와 독자는 훌륭한 파트너이다. 성실한 기자와 열정적인 독자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만들어 낸다. 뉴스는 이제 그들이 주고 받은 대화와 실천으로 구성된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박 기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소셜네트워크의 힘을 빌어 전국화하는 주역이 된 것이다. 박 기자의 활약상은 연합뉴스를 비롯 각 언론에 기사화됐다. 뉴스를 만드는 기자가 뉴스의 소재가 된 것이다.

이번 일은 기자가 '나 홀로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에서) 독자와 소통하고 함께 뉴스(스토리)를 만들어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이벤트였다고 평가할만 하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에서 서식하며 이름을 알리는 국내 기자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 원조격인 시사인 고재열 기자(@dogsul)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과 함께 '뉴스'를 생산한 바 있다.

또한 고 기자는 트위터리안들과는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사소한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슈'를 제기하고 '뉴스 아이템'을 발굴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양방향적인 기자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넘나들면서 국내외 IT시장 소식을 전하며 이름을 알린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 김광현 기자(@kwang82)는 소셜네트워크의 친구들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도 풀어내면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부지런한 소통 덕분에 '광파리'라는 기자 닉네임도 '브랜드'로 안착했다.

여기에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kimjoowan)과 김훤주 기자(@pole08)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기자는 블로그에서 자사의 뉴스를 알렸고 독자들의 '자유로운 광고' 지평도 열었다. 세상의 이슈 논전에 직접 가담했고 파워 블로그를 네트워크로 엮은 '100인닷컴'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종이신문 지면과 TV 뉴스가 아닌 온라인으로 기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독자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독자들로서는 첫째, 언론사 기자들이 뉴스룸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에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자 동료요 친구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둘째, 직접 논쟁에 참여하고 견해를 밝히는 기자들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셋째, 이러한 기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즐겁고 유익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께 됐다.

기자들은 소셜네트워크에서 비로소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우선 어떤 특정 정파를 비호하거나 원칙과 상식을 져버린 저널리즘을 외면한다는 것을 절절하게 확인하게 됐다. 진정으로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일이 기자의 몫임도 깨달을 수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독자들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 오늘날 저널리즘의 과제임을 의문하지 않게 됐다.

물론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은 전통매체 뉴스룸에게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는 뉴스룸의 통제나 간섭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기자들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언론사가 난처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사의 관점이나 정책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할 수도 있다. 또 그 선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정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열정적이고 참여적이며 지적인 독자들을 소셜네트워크에서 많이 확보하는 것은 언론사 뉴스룸에겐 아주 유익한 일이다. 최근 5년여간 언론사들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UGC 플랫폼을 오픈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나 트위터 계정을 전담하는 소셜 에디터제를 도입한 것은 바로 그러한 전략적 목표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자들의 사례는 벼랑 끝에 떠밀려 있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수백 만부의 발행 부수, 수십 퍼센트의 시청률이라는 정량의 시대는 저물었다. 기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제보하는 능동적인 참여자들과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뉴스룸의 진정한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대이다.

출입처와 틀에 박힌 취재관행에 묶여 있는 기자들을 하루 속히 소셜네트워크로 급파해야 한다. 기자들이 독자들과 손 잡는 시대, 소셜저널리즘의 지평은 이미 거대하게 열리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덧글. 이 포스트는 기자협회보 온앤오프(59)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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