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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뉴스캐스트 `기회`인가, `속박`인가

by 수레바퀴 2009. 10. 19.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3대 포털간 뉴스섹션 점유율의 평준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네이버의 우세승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공식 시행된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로 트래픽을 넘겨주는 개방형 서비스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언론사간 과열경쟁으로 뉴스의 선정성을 부추기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최근 NHN 경영진은 뉴스캐스트 기본형 언론사의 수를 2~3배로 늘린다고 했다가 올 연말까지 최대 30% 가량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뉴스캐스트 기본형 언론사 36개사의 기득권이 커지고 있어서다.

언론사들은 뉴스캐스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늘면서 서버, 인력 부문에 투자를 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이 투자는 트래픽이 광고매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래픽을 더 늘려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매체의 정체성이나 수준은 고려하지 않는 뉴스가 남발되는 부작용이 이어졌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뉴스캐스트 모델이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의 전환점이라는 인식을 하고 적잖은 내실화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 언론사들이 선정적인 연예뉴스로 트래픽을 빼앗아가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줄세우기' 등 오히려 포털 권력을 집중시켰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네이버 권력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든 부정적 책임을 씌워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즉, 뉴스캐스트는 언론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뉴스 서비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언론사가 뉴스캐스트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그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이 지점에서 뉴스캐스트 이후 언론사 뉴스룸의 내부 변화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캐스트가 대다수 언론사 닷컴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는 이상 온라인 뉴스 전략은 새롭게 정의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조사에 응한 5개사는 뉴스캐스트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조금 우세했다. 비메이저신문사들의 의제설정 기능이 회복되는 기회가 됐다는 찬사에서부터 고객 반응을 검증하는 한편 내부 서비스 다양화를 고민하는 등 성장 발판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제목 장사를 위해 선정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관련 뉴스도 연예 정보로 채워지는 등 옐로우저널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네이버 종속화 등 뉴스캐스트가 시장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또 전 언론사들이 트래픽 수치에 매몰되는 양상도 보였다. 메이저신문사들간 상위권 경쟁은 물론 중위권까지 가세한 트래픽 열풍으로 모든 언론사 뉴스룸은 매일 '트래픽'을 체크하는 등 초창기 인터넷 뉴스 서비스 환경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

이처럼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트래픽 증가에 따른 과열 양상에도 불구하고 뉴스룸의 내적 변화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메이저신문사나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지난 10개월간 온라인 뉴스룸에 대한 투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이 지출된 서버 증설 외엔 인력이나 별도의 장비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신문 및 방송국 뉴스룸이 커버하지 못하는 낮시간대에 인터넷 전용 기사의 생산량이 증가한 정도다.

물론 비메이저신문사의 경우 장비 증설은 대부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2개사중 한 곳도 수천만원 대의 투자가 있었고, 기자들을 별도로 투입, 온라인 뉴스 서비스 강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뉴스 생산과 편집, 서비스 전반에 대한 혁신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늘어난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즉자적인 조치들만 있었을 뿐 뉴스룸 전체의 온라인 뉴스룸 관심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메이저신문사에서 자체 서비스 역량 즉, 뉴스캐스트 이후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는 장기적인 흐름이 돋보였다.

한 메이저신문사닷컴 관계자는 "아예 뉴스캐스트용으로 사회 논쟁성 같은 이슈기사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메이저신문사닷컴 실무자도 "검색엔진 등 늘어나는 이용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수적인 투자가 촉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캐스트 기본형 등록 언론사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본형 확대가 뉴스캐스트의 질적인 성장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기사 어뷰징(abuse)으로 선정성이 과열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신문사닷컴 관계자는 "기존 제휴평가위원회도 기계적 모니터링에 그치고 있는 등 현재에도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뉴스캐스트가 단순히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늘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근본적인 '서비스 품질 관리'에 매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네이버 책임론에 연연하기보다는 내부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신문사 기자는 "'먹히는 뉴스' 즉, 연예-해외토픽 등이 남발되고 있으나 이건 뉴스캐스트 때문이라기보다는 뉴스캐스트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언론사의 전략 부재를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언론사 정체성에 맞는 고유 아이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사들은 뉴스캐스트를 보는 시각, 그리고 온라인 뉴스룸에 대한 투자의 경중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드러났다.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그만큼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언론사들의 온라인 뉴스룸 혁신의지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에서 '기회'이기보다는 '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메이저신문사와 비메이저신문사간의 미묘한 온도 차이는 감지됐다. 메이저신문사가 기본형 증가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은 취하지 않은 반면 비메이저신문사 관계자들은 '반대'를 명확히 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깊은 관심을 드러낸 것.

"한 도메인으로 계산되는 언론사 그룹들은 한 개씩만 노출해야 한다", "종합지의 노출시간은 늘리고 전문지의 노출시간은 줄여야 한다" 등 뉴스캐스트 운영에 대한 보완책들을 쏟아냈다. 전자의 경우 스포츠지나 경제지 등을 보유한 신문사닷컴이 3개 뉴스캐스트 기본형으로 가입돼 노출시간이나 트래픽에서 큰 이득을 본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종합지의 위상과 비중을 고려할 때 종합지가 2번 노출될 때 전문지는 1번 노출되는 등으로 형태로 랜덤 노출방식을 조정하라는 제안이다.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매체수를 단순히 늘려 언론사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지양하고 양질의 저널리즘이 유통되는 서비스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면서 "선정적 편집 매체의 퇴출 관리를 엄격히 진행하고 균형있는 분야별 뉴스 노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다른 비메이저신문사 관계자는 "뉴스캐스트 시행시 원칙이라며 제시했던 매체 조건, 가이드들을 스스로 뒤엎겠다는 것인데 그 근거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미 예고되긴 했어도) 신문사의 종편진출 등과 맞물린 시점에 내민 카드라는 점에서 치밀한 계산이 깔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자율기구들을 통해 공정한 평가를 하겠다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모든 것이 게이트 웨이 역할만 내세워 다양한 변화는 시도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속임수"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충성 고객 확보, 매체 차별화에 대한 근본적 과제를 가진 언론사들이 뉴스캐스트에 대해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상 뉴스캐스트 기본형 언론사 증가 논의는 또다른 갈등과 위기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언론사 뉴스룸 내부에서 온라인 뉴스 서비스에 대한 전사적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오랜 위협 요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언제까지 포털(뉴스캐스트) 유입 트래픽에 의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뉴스룸의 성찰 그리고 그것을 기초로 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지도 꽤 오래 됐다.
 

기자협회보 10월14일자. 뉴스캐스트는 연예뉴스를 '대세'로 만들어버렸다. 이러는 사이 언론사 뉴스룸은 제 색깔을 잃고 뉴스캐스트의 노예가 됐다.


한 신문사닷컴의 온라인뉴스룸 기자는 "신문사 온라인 뉴스룸에 근무하는 데 대한 매력을 가질 수 없어 퇴사를 생각한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웹 서비스의 가능성을 입으로만 떠들고 신문지면의 부속품으로만 생각하는 신문사 경영진과 종이신문 기자들의 이중적 태도는 대표적인 행태"라고 꼬집는다.

뉴스 생산과 서비스, 유통, 고객관리 등 온라인 서비스 전반에 대해 원점부터 재설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포털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언론사와 뉴스룸 그 자체의 파국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덧글. 표에 나온 뉴스캐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온라인 뉴스조직 및 뉴스 생산과 서비스의 흐름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뉴스캐스트 기본형에 등록돼 있는 메이저신문사 중 2개사의 닷컴 기획자, 비메이저신문사 중 2개사의 기획자, 한 지상파방송사 온라인뉴스룸 기획자 등 총 5명을 22일 오전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뷰한 결과다.

참고로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공동으로 던진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뉴스캐스트에 대해 어떤 평가?

2. 뉴스캐스트 시행이후 뉴스룸에 대한 투자여부(인력, 장비 등)?

3. 뉴스캐스트 이후 뉴스생산, 서비스 분야의 변화가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4. 뉴스캐스트 기본형 확대한다는데 어떤 생각?

5. 뉴스캐스트를 지켜보면서 언론사 뉴스룸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6. 뉴스캐스트 운영과 관련 네이버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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