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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이대로 가면 희귀동물 전담기자 나올판"

by 수레바퀴 2009. 2. 17.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면 안 통하는 게 없다는 광고계의 불문율이 뉴스 콘텐츠 생산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 신문사 온라인 뉴스룸에서 17일 오전 '슈퍼 토끼'의 식용 가능성을 알리는
외신을 번역한 뉴스와, 또다른 신문사 디지털뉴스룸에서 내놓은 중국의 '슈퍼 쥐' 소식 뉴스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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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토끼에 슈퍼 쥐까지 현장에 가지 않은 손쉬운 뉴스들이 양산되는데도 뉴스룸의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는다


슈퍼 토끼는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뉴스로 해당 언론사는 토끼 이미지를 이미지 사이트 게티(getty)에서 가져왔다.

사진 출처가 중국 포털 '
온바오 닷컴'으로 표기된 슈퍼 쥐 뉴스는 기자가 썼다고 할 수 없는 '땜질' 형식을 취했다.

직접 현장에서 취재한 기사도 아니고 번역에, 가공을 한 흔적만 있을 뿐 저널리즘의 신뢰도나 깊이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의 웹 사이트를 캡쳐한 이미지와 함께 단 3문단의 '괴물 물고기' 발견을 다룬 뉴스 역시 곤혹스럽다.

그래서인지 이들 뉴스 바이라인은 대부분 기자의 실명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물론 뉴스룸이 왜 이런 엉성한 수준의 뉴스와 아이템들을 다루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이용자들은 없을 것이다.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치열한 트래픽 경쟁에 빠진 언론사들에게 온라인 저널리즘이란 숭고한 가치는 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포스트>
2009/02/13 - [Online_journalism] - 뉴스콘텐츠의 재설계II-뉴스, 테크놀러지, SNS
2009/01/29 - [Online_journalism] - "뉴스캐스트가 언론사 뉴스룸 한계 보여줘"

그래서 최근 언론사 뉴스룸의 일반적인 경향은 "호랑이 이빨-코끼리 코 '괴물 물고기'들"로 이용자를 낚시할 수 있는 놀라운 제목으로 변장한 뒤 뉴스캐스트 편집박스나 언론사 웹 사이트에 한 자리를 채우는 형식을 띤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 언론사 뉴스룸의 온라인 뉴스 생산과 유통 전략은 이용자를 붙들어 두는 것이 아니라 떠나게 하거나 불만을 사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믿음과 기대를 사는 뉴스가 아니라 일회적이고 말초적인 뉴스로 일희일비하는 뉴스룸은 이미 시장과 이용자를 져버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토픽성', '베끼기성' 뉴스가 마구 남발되는데도 뉴스룸은 뉴스와 기자의 관리를 포기하고 있다. 뉴스 뿐만 아니라 댓글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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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낮은 뉴스에 수준 낮은 댓글이 난무하는데도 온라인 뉴스룸의 소통 등(燈)은 꺼져 있다.

슈퍼 쥐를 다룬 뉴스의 댓글엔 "짱깨들 마음과 일치하는 쥐새끼네..."란 희한한 욕설이 붙었다. 

""웃지마 나 토끼야"…3년 안에 밥상 오른다" 제목의 뉴스엔 게재 이후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17일 오후 3시30분 현재 350개나 등록됐다. 

그러나 "아 저새끼한테 당근 먹여보고싶다 귀엽당", "완전 개지랄을 떤다" 등 원색적인 댓글 투성이었다. 

뉴스 및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비단 동물 관련 기사 뿐만 아니라 아기, 여성(연예인) 뉴스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생산되다시피하는 연예, 오락기사는 가십거리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생산, 유통되고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언론사별 편집박스는 거의 절반 가까이가 연예 관련 뉴스로 채워지고 있고 제휴 인터넷 언론사 또는 무분별하게 수집되는 외국 언론사,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의 '엽기적' 아이템들이 뉴스로 재가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일부 온라인 뉴스룸이 정도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만 자정은커녕 더 악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이 추해지는 것은 첫째, 온라인 뉴스룸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부재하며 둘째, 일부 포털에 집중된 뉴스 유통 구조가 심화하고 있고 셋째, 온라인 저널리스트의 자성과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선정적 뉴스 유통 경쟁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비록 네이버가 시장과 언론사를 쥐락펴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경고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또 그러한 경고를 한 네이버야말로 온라인 뉴스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춰 온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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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선보인 온라인 뉴스 기획물들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느낌이다. 이유와 배경이 어디에 있건간에 이런 것을 한때 저널리즘의 지배자였던 전통 미디어와 그 종사자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매월 한 차례 게재되는 '지식인의 서재', 고료를 줘가며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참여시킨 증권채널의 '투자전략', 축구-야구-영화 등 전문가 블로그들과 콘텐츠를 완벽히 재구성한 매거진S에 이어 최근 론칭한 야구 데이터센터 등은 손꼽히는 뉴스 콘텐츠 기획물이다. 

국내 언론사 뉴스룸이 이러한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왜 하지 않는가라는 진부한 질문을 다시 하기보다는 지금부터야말로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를 인식하고 다가서야 전통 미디어 업계의 공멸의 시계를 멈출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첫째, 경영진과 간부진의 온라인 뉴스룸 인식 제고 둘째, 이용자들의 진지하고 일관된 (전통미디어) 온라인 저널리즘 비평 셋째, 시장과 정책의 지원과 협력 조건들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는 뉴스룸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언론사와 그 뉴스, 또한 종사자들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1~2년 전부터 블로거들의 정보 습득과 평판의 조류에 이어 스마트폰 등 진화하는 정보 유통의 리포트가 쏟아질수록 껍데기만 바뀌는 국내 뉴스룸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점점 버겁고 무거워지는 요즘이다.

덧글. 한 신문사 온라인뉴스룸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토끼 전담 기자, 고양이나 쥐 또는 희귀 동물 전담 기자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국내외 소년과 소녀, 아기 전담 기자도 멀지 않았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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