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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권교체가 남긴 것

by 수레바퀴 200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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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한국경제를 원상회복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집권 기간 절반을 경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리더십 이미지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놓치면 모든 것을 실패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역으로 해석하면 경제 이외의 것에는 대중의 관심이 없어져 다른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처신이 가능해진다. 

즉, 이명박 정부는 경제영역을 뺀 나머지 국정과제는 초반부터 얼마든지 밀어부치기 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IMF 체제를 넘어서는데 전력하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실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체에는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이른바 조중동 패러다임에 갇혀 개혁입법을 역시 마무리하지 못했다. 5년의 집권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권 초부터 준비한 미디어 관계법 개정의 경우 방송, 인터넷, 신문 '장악의지'를 드러냈다는 야당, 언론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측의 관철 의지가 워낙 완강하다.

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논의, 과거사위원회 정비추진방안, 4대강 정비사업 추진도 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지만 주요 의제로 실행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대화와 소통이 부족해 시민사회가 '촛불'을 다시 들고 나올 시한폭탄들이 계속 장착되고 있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중적 관심은 정치와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인터넷 여론은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그의 집권 이후 이뤄진 각급 선거의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났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10%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가 질서의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지를 부상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같은 경향은 대중으로 하여금 본질보다는 표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을 이끌어 간다.

재임기간 수개월에 불과한데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과제 중 일부는 진정성이 있다는 여론도 나온다. 수질개선이 시급한 4대강 정비사업의 경우 꼭 대운하와 연관지어 반대해야 하느냐며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는 보수진영의 개혁세력 비판론도 탄력을 얻을 조짐이다. 이에 따라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3당 '민주연합' 제언도 정치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김정일(DJI)' 연대라는 주홍글씨를 매긴 해묵은 헌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경제위기에 주눅든 대중에게 밀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 대중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담화자가 진중권 교수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한국정치의 역설은 정당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식대중의 산실 블로고스피어(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등)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있다.

이 네트워크의 미래도 도마 위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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