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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 기업공개 요원하다

by 수레바퀴 2008.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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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신문산업은 구조적인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파고를 넘는 등 위기 국면에서 콘텐츠 투자는 물론이고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뉴스룸 재설계와 사업 다각화의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펼쳐질 새로운 법제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짐에 따라 신문방송 겸영규제 완화 논의가 자연스럽게 신문산업의 자본집적 필요성을 제기할 전망이다. 왜냐하면 신문기업 단독으로는 방통융합의 미디어 시장을 주도할 수 없는 만큼 종합 미디어 그룹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디어 빅뱅 시대에 신문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는 혁신과 재투자 이외에 뾰족한 길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뉴미디어로 재편된 국내 시장은 이미 거대한 신종 미디어 기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신문기업이 생존전략을 찾고 재원 조달 방안을 갖기가 힘든 상황이다.

국내 신문기업의 자본력이 극히 취약한 상태에서 합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기업은 가족경영에 의존하거나 오너십이 없어 자본시장에 기업을 공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유력매체는 대부분 기업공개

미국과 유럽의 신문기업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전개해 주식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1971년 기업공개를 한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당시 26달러선이던 주가는 2004년 한때 1,0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신문기업의 건재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달라스 모닝 뉴스 등을 보유한 벨로 코퍼레이션(Belo Corp.),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중소규모 로컬 페이퍼를 다수 갖고 있는 허스트 신문 기업(Hearst Newspapers Company), 새크라멘토 비 등 50여종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150년 전통의 맥클래치(McClatchy Co.), 미국내 최대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가넷(Gannett CO.,Inc) 등도 기업공개를 한지 오래다.

또 교육, 신문, TV, 매거진, 케이블TV 등 총 5개 사업 영역을 거느린 워싱턴 포스트, 루퍼트 머독의 다우존스 소유인 월스트리트저널, 미디어 부문과 어바웃 닷컴(About.com) 부문으로 운영되는 세계적 신문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Company)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보스톤 글로브를 포함해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려 두고 있다.

이밖에도 다수의 로컬 신문을 보유한 미디어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밀워키 저널 센티널을 발행하는 저널 커뮤니케이션즈(Journal Communications Inc.), 시카고 선 타임스의 선-타임스 미디어 그룹(Sun-Times Media Group Inc.)들은 대표적이다. 

미국 신문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은 기업공개를 중요한 비즈니스로 보는 전통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더 설즈버거 주니어는 “기업공개는 시장이 신문기업에게 요구하는 ‘원칙’”이라면서 “소유구조를 사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신문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다”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명한 바도 있다.

신문방송 겸영 등 규모의 경제 실현

이처럼 미국의 경우는 신문기업이 케이블TV나 라디오, 다른 신문들을 소유하면서 미디어 그룹화하는 등 덩치가 커지자 주식시장 진출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업간 M&A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1980년~1990년까지 10여년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11개 주요 신문기업이 인수합병한 건수가 92건, 1991년~1999년 사이 인수합병한 건수는 116건 등 총 208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큰 규모의 자산이동이 있었다.

이렇게 왕성한 자본논리가 지배한 미국 신문시장은 1990년대부터 사업다각화의 목적으로 이종기업의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상장 기업들의 경우는 기업간 인수합병에 있어서 주식 교환방식의 거래에 면세조치를 뒀기 때문에 2000년도에는 신문기업들의 인수합병 거래 규모가 142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무시못할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결과 현재 미국의 주요 신문기업들은 사업다각화에 적극성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기업인 가넷은 신문출판 부문과 방송 부문에서 각각 90개의 일간 신문과 23개의 TV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가넷은 온라인 광고,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뉴미디어 사업부문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트리뷴, 맥클래치, 다우존스, 트리뷴, 가넷 등 주요 신문기업들도 모두 다수의 케이블TV와 매거진, 신문들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장기업은 신문과 방송을 모두 소유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미디어 교차소유를 완화한 2002년 미연방 콜롬비아 법원의 FCC 규제 기각 조치는 신문산업이 다른 어떤 미디어 산업에 비해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신문기업 경영내용 투명 공개 관건

그러나 이는 신문기업이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합리적인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상장된 신문기업은 매년 연차 보고서를 통해 경영구조, 소유구조, 기업 환경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특정 관계인의 주식 보유 현황, 거래 내역 등 세세한 부분도 공개한다. 신문기업을 철저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배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 가족 등에 의해 운영되는 신문기업은 단순한 경영지표를 공개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신문 발행부수와 광고비 규모 등은 소개한다. 신문사 내부의 경영내용에 대한 공개는 투자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자료인 만큼 기업공개는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것이다. 즉, 신문기업과 시장의 투명성이 존재하기에 신문방송 겸영, M&A 등 사업다각화가 원만히 이뤄지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포스트나 다우존스, 맥클라치처럼 발행인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투표권이 있는 주식과 그렇지 않은 공개시장에 내놓은 B형 주식으로 나눠져 있다. 이 같은 소유 구조는 신문기업이 시장의 자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신문의 가치를 지켜내는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상식적으로 기능하는 시장과 소통하는 미국 신문산업은 정교한 경영전략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다. 이윤을 내지 못하면 투자자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 신문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경쟁논리가 신문산업 내에 관철됨으로써 문제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규모가 큰 신문기업들이 주식을 상장하고 금융시장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은 양적인 팽창,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가치가 된다.

이에 따라 뉴스룸은 가장 먼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효율성만 추구하는 시장에서 냉혹한 데이터가 속속 공개되면 신문업계는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해 감원조치를 회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을 소유한 트리뷴이 경기침체와 수입 감소 등으로 대량 해고에 나선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이다.

미국 신문업계의 대량 해고는 주식시장이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에게 집중된 1990년대 이후 더욱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 루퍼트 머독이 인수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스룸이 지면과 콘텐츠의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대표적 사례다. 

주식시장에 휘둘리는 저널리즘

증시 분석기관이나 애널리스트들이 신문기업의 희비를 연출하면서 웃지 못할 일도 이어지고 있다. 특정 신문에 대한 평가가 발표되는 즉시 시장은 요동치고 해당 신문기업의 주가는 크게 널을 뛴다. 신문기업의 주식은 광고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특성상 경기변동에 민감해 분기별로 일정한 경영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신문협회(NAA)에 따르면 지난해 3, 4분기 신문사의 총 광고수입이 7.4% 줄었는데 이는 주 수입원인 신문광고가 9%나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4분기에 광고수입이 4.1% 줄어서 미국 신문업계의 위기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신문 기업들이 투자를 집중한 인터넷 분야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신문시장의 독과점 양상은 심각해지고 있다. 자본이 상위 5대 신문기업으로 쏠리면서 이들이 신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중앙지의 로컬신문 지배도 계속되면서 현재 미국 내에서 발행 중인 1,500여 개의 일간지 중 단일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적 지역신문사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특히 현재 지역 신문사들은 부도 직전에 내몰리는 등 심각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나이트 리더(Knight Ridder) 산하 산호세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는 20여년 전부터 적극적인 비용절감책을 구사하는 등 생존전략을 펼쳤지만 이런저런 위기를 맞고 있다. 메이저 신문의 전국화 전략으로 광고 수입원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작은 규모의 신문만이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어바웃 닷컴을 인수하고 뉴욕타임스닷컴을 혁신해온 뉴욕타임스도 작년 주가가 30%나 빠졌다. 신문시장의 하락세를 반전시킬만한 결정적 재료의 부족은 세계적 매체에게도 족쇄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신문의 미래가치가 투자자들에 의해 일찌감치 낱낱이 판가름되면서 단기적으로 이윤을 내는 신문기업이 선호되고 있다.

신문기업 상장의 조건은?

미국 신문기업은 대부분 체인 형태로 대형 미디어기업과 합병돼 있다. 또 신문기업은 통신, 방송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상장된 신문기업들이 매력적인 가치를 가지려면 소유한 각 기업 부문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효율적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신문기업이 규모와 범위를 확장하고 유의미한 경영성과를 낸다면 기업공개는 반드시 유리할까?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닛케이 신문의 경우 이익률이 꽤 높아 많은 한때 사람들이 상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 적이 있다. 하지만 기업공개를 하면 경영권 보호를 기약할 수 없고, 루퍼트 머독 등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는 우려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더구나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뉴욕타임스 등 세계적 매체들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수준의 자본 확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신문기업의 기업공개는 단일 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 접점을 갖는다. 따라서 보다 거시적인 전망과 분석이 요구되는 만큼 단순하게 검토할 차원이 아닌 것이다.

또 이미 상장된 신문사와 닷컴사의 주가 역시 내세울 것이 못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장이 국내 신문기업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 분야인 광고매출이 비교적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고,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에 비해 왜소화한 신문기업의 뉴미디어 청사진도 부끄러울 정도로 난삽하다.

방송진출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투자를 전개한 지난 1~2년간 과연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냈는지,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어떤 관점에서 전개됐는지 냉정한 평가도 선행돼야 한다. IPTV 등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이 펼쳐지는 국내 시장에서 신문산업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졌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권언유착의 시대를 부인할 수 없는 독특한 한국언론사의 질곡도 아킬레스건이다.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주원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저널리즘을 통해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신문, 상장보다는 성찰과 혁신 요청

이와 관련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시장에 공개돼 이런저런 간섭과 평가를 받는니보다 가족회사로 남는 것이 오히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용이하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신문기업이 명실상부한 종합미디어그룹의 모색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업공개의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의 생리와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할 때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문업계가 풍부한 미래가치의 제시, 부정적 측면에 대한 효과적인 해소로 기업공개에 이르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신문은 기업공개의 준비태세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이슈도 자본 축적과 신문산업 발전의 근간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글로벌 마켓인 미국 신문업계는 신문방송 교차소유가 경영 위기를 해소시킬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 신문에 대한 소비자 접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2002년 조사한 미국인의 미디어 이용행태에 따르면 41%만이 신문을 본다고 응답했다. 젊은 층의 신문구독률도 현저하게 떨어져 1972년~1981년 세대의 경우 단 4/1만이 신문을 구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같은 지역에서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댈러스 모닝 뉴스나 가넷은 교차판매가 수입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그대신 내부 종사자들간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 등이 만만찮고 통합하는 것이 어려워 산업의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의 구조적 전환 보다는 저널리즘과 콘텐츠의 수준 제고, 즉 뉴스룸의 혁신을 통해 신문의 신뢰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미국 신문사들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떨어지는 등 90년대 후반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가라앉고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소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최근 일부 국내 신문기업의 ‘교차소유 허용’ 주장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국내 시장만 생각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전략을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다. 

물론 신문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기대수익과 미래가치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또 미국 신문기업의 주식 변동에 대해 과장된 해석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 기업을 공개하기 위해서,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 신문방송 겸영 논의를 서두를 때가 아니라, 성찰과 혁신의 장정에서 세계의 미디어 기업과 그 시장, 소비자를 진정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시급하다.


덧글 : 이 포스트는 2월말 작성됐습니다. 일부 제목, 부제가 관훈저널에 기재된 내용과 다를 수 있으며 본문 중에도 편집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관훈클럽 <관훈저널> 2008년 봄호. 통권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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