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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萬人의 언론을 기대한다

by 수레바퀴 2007.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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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은 여전히 남아 있다. BBK 특검과 삼성 특검 같은 대형 시한폭탄이 꺼지지 않은 채 째깍거리면서 대회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기싸움이 한창인 정치권의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 개입한 지식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은 편이다. 사실 제17대 대선은 시작도 전에 여론조사에 의해 미리 승부가 끝나버렸지만 결정적 고비 때마다 언론의 특정 후보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을 검증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여론조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유권자의 눈과 귀를 막았다는 것이다. 반면 그때그때 훈수를 두고 길을 인도하거나 집중포화를 퍼부어 후보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운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민심이 대통령을 선택하기 이전에 언론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현재 일부 언론은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노선에 동조하면서 국민의 현실인식과 감정을 추월한 채 새 질서와 모럴을 성급히 구조화하는 데 앞장서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언론이 지난 5년 내내 노무현 대통령은 처절하게 유기해온 것 아니냐는 질타도 받고 있다. 집요할 정도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물고 늘어져 불필요한 의혹만 부풀렸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분권정책, 남북협력정책 등 가능성과 정당성을 갖는 참여정부의 시도는 철저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또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권력과의 충돌은 본질 보다는 감정전을 주도했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도 선거와 결부지어 정치적 음모론만 부추겨 미래지향적 의미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 대신 "모든 잘못된 결과는 노무현 때문"이라는 빈축의 변주곡만 신문지면을 메꿨다.

 

이 과정에서 보도의 합리성, 공평성 보다는 교묘한 왜곡이 행간과 화면 사이에 녹아 들었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와 같은 권력계를 향한 승부처에서 번번히 일어났다. 공동체를 위한 통시적 접근은 없었고 오로지 좁은 정파주의만 넘쳤다.

 

그런데 정작 대선 이후에는 한국 언론의 자기 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현직 언론인이 정치계로 뛰어든 이번 대선이 끝난 뒤 한 유력지 기자는 "올해엔 편파시비가 별로 일지 않았던 것 같아서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한국 언론 스스로 긍지를 가지는 사이 시중 여론은 반발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비록 이번 대선 승부를 결정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UCC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2007년의 사자성어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말을 원용하며 한국 언론을 꾸짖고 있어서이다.

 

진실을 좇는 의무를 포기한 채 유한한 권력과의 ‘스킨십’에 빠진다면 명()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언론계는 유의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도 언론은 대통령 즉, 권력을 만들고 또한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지성으로부터 신뢰를 점점 잃는다면 언론의 미래는 그 어디에도 없다. 2007년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언론도, 포털도 아니라 블로그였다. 이것으로 전통 언론이 돌이킬 수 없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블로고스피어는 이제 정치권력도, 재벌도, 언론도 그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비판할 수 있는 소통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이 그 자리를 계속 빼앗긴다면 배는 불러도 결코 만인의 축하는 받지 못할 것이다. 새 해에는 스스로 성찰하고 혁신하는 언론과 기자의 탄생을 간절히 기대한다. 




출처 : 기자협회보 2007.12.26. '언론다시보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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