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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역사의 기로에 서서

by 수레바퀴 200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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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후퇴를 바라지 않는 이들에게"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를 상당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데이터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학적으로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나타난 여권의 득표 셈법은 30~35%를 기본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약 20%가 허공에 날아가버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현재 지지도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문국현, 권영길, 또 가급적이면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를 합쳐서 정동영 후보의 것이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기존의 지지층이 결집하지 못하고 분열된 것은 여권이 종전에 유지해온 탄탄한 지역 기반 및 계층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심중한 의미를 갖는다.

그간 참여정부는 현실정치를 지배해온 부도덕한 지역주의 그 자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지역균등 발전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이 시간까지도 엄존하고 있다. 영남에서는 더 공고해졌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간 주창해 온 지역주의 청산 의지가 완전히 다른 결론-보수파의 지역기반만 확장된-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적이다.

또 참여정부가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전략적 교두보를 삼으려 했던 충청권 마저 지난 총선 이후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 포섭됐다. 전통적 지지기반이던 호남도 결속력이 떨어졌다.

여권이 그래도 기댈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수도권도 부동산, 교육 등 미시적인 삶의 영역에서 정책 실패 엄밀히는 기득권과의 경쟁에서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함으로써 지지층이 와해됐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제' 이미지는 현재의 유권자들에게 분명히 호소력 있는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이미지 선전장이므로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이번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여정부 심판론을 견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시작 전부터 여당 지지도는 심지어 한 자릿 수였다.)

따라서 사실상 각 대선 후보자간 경쟁력은 애초부터 출발지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의 출신배경을 갖는 후보자가 그 누구이더라도 그러했다. 이것은 다양한 현실정치 변수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반전의 여지를 떨어 뜨리는 측면이기도 하다.

예컨대 최근 검찰의 BBK수사와 관련 김경준 씨 측에서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 등 많은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진위를 떠나 의혹 자체가 갖는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여론 흐름을 결정적으로 되돌리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정동영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서기로 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표현처럼 "도저히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5% 안팎의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들 이외에 떠나가버린 전통적인 지지층들 그리고 참여정부의 가치를 심정적으로 후원해 준 잠재적 지지층들을 어떻게 불러모을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는 감동적이고 헌신적인 자세 밖에는 없다.

그것은 보다 현실적인 거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전체 평화개혁세력을 아우르는 아름답고 통렬한 대통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거리에서 국민들을 만나" "오늘이 맘에 안든다고 어제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라며 유권자의 지성과 영혼 앞에 엎드려야 한다.

그것은, 홀어머니와 세 명의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가난한 집안의 가장으로 불굴의 인생기를 써온 정동영 후보에게 남은 마지막 길이기도 하다.

사투의 시간은 아직 2주 남았다.

덧글. 이미지는 최근 정동영 후보 선거운동에 나서기로 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을 당시의 유세 장면. 미디어오늘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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