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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웹 2.0 시대의 신문

by 수레바퀴 2007. 1. 3.
2007년 국내 신문업계의 화두는 단연 이용자 제작 콘텐츠(이하 UCC)와 동영상 콘텐츠다. 사실 전통적인 신문업계와 저널리스트가 콘텐츠를 생산한 이래 지금처럼 생소하고 불가사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처음이다.

단순히 기사를 수용하던 독자들이 집단지성-지식대중으로 성장,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하는 환경은 상전벽해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탈(脫)활자-비디오 시대의 본격화는 고전적인 뉴스조직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웹 사이트에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는 이미 이용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어 문법, 오자, 탈자에 대한 정정 요구는 물론이고 내용(Fact) 그 자체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재론의 의견도 빗발치고 있다.

판도라TV(www.pandora.tv) 등 이용자들이 직접 올린 동영상 커뮤니티는 이미 제도권 언론을 밀어제치고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올블로그(www.allblog.net) 등 블로그 서비스는 이용자 스스로에 의해 이용자들을 위한 신천지를 열고 있다.

이른바 개방과 공유, 참여와 소통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의미하는 웹 2.0, 미디어 2.0은 신문기업의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 재설계는 조직의 변화 뿐만이 아니라 고유하게 쌓아온 인식과 전통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뉴스조직 내에는 독자들과 소통하는 전담 부서도 필요하고, 인터넷과 같은 쌍방향 미디어에 순발력있게 대응하는 전문적인 저널리스트의 육성이 시급하게 된다. 중앙일보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도 변화하는 기자상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종이신문은 웹 2.0의 환경과는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종이는 쌍방향 소통에 한계가 있으며 콘텐츠를 재창조할 수도 없는 외길의 매체다. 이 매체에 전체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전력투구를 하는 한 신문기업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신문과 인터넷 미디어의 경계는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안에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브랜드는 종이에 절대로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이미 탈신문화 했는 데도 신문기자는 여전히 신문을 고집하는 조직 안에 존재한다.

신문은 신문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신문의 브랜드를 잇는 인터넷 등 쌍방향 미디어에서는 보다 신속하고 역동적인 콘텐츠를 생산,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베테랑 기자들을 인터넷 미디어의 최전선에 배치해야 한다. 이제 인터넷은 속보가 경쟁하는 시대를 지나 질(quality)로 승부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 있다. 세계의 유력 신문들은 저마다 보유한 이름값 하는 최고의 칼럼니스트들을 20~30대의 지식대중과 논쟁할 수 있도록 블로그에 접속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문업계의 논설위원, 편집위원, 전문기자들은 블로그는 물론이고 인터넷 그 자체와도 담을 쌓고 있다. 이들은 종이신문을 통해서만 살아 있는 불구의 기자들이다. 그러나 이미 그 매체의 브랜드는 더 이상 종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문 브랜드를 긴장시켜왔던 노련한 기자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신문의 브랜드를 공고히하는 최고의 파이터(fighter)가 돼야 한다. 젊은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선배 기자들이 걸어왔던 ‘훈련’과 ‘훈육’의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인터넷에 보다 많은 정열을 바쳐야 한다. 그것은 (뉴스조직 내부에서 주문하든 그렇지 않든) 21세기 신문 기자에겐 숙명이다.
  
 
  
 
둘째, 뉴스조직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중앙일보의 디지털뉴스룸은 국내 신문기업이 보여주는 가장 진보한 환경이다. 이곳은 조인스닷컴에서 파견된 온라인 기자와 함께 신문기자들도 배치돼 있다.

이렇게 온라인 저널리스트가 구성된 디지털뉴스룸은 다양하고 빠른 정보는 물론이고 동영상 뉴스 생산의 근거로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테크니컬한 요소와 인터넷 문화에 적응한 온라인 저널리스트들과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기교를 습득한 선배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설계는 중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뉴스조직의 혁신과정에 온라인 뉴스조직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그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 구현되는 콘텐츠의 가치를 북돋워주는 웹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는 철저히 종속적인 역할에 내몰려져 있다. 그것은 진화하는 뉴스조직을 주도하는 신문기자들의 독선과 아집의 결과 때문이다.

셋째, 웹 2.0의 시대는 업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문한다. 기존 출입처에서 나오는 비슷비슷한 콘텐츠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는 창조성, 차별성, 전문성, 성실성이 깃들어 있지 않은 콘텐츠는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취재 관행의 문제점을 파악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취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내용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이미 일부 신문기업은 기자들의 인터넷 활동에 대한 인사고과 반영,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의 취재 패턴을 답습하겠다는 것은 ‘초록이 동색’인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뉴스를 위해 각 부서별로 인터넷 뉴스 생산 인력을 갖는다거나 아예 인터넷 뉴스 부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정보 검색사를 비롯 새로운 기능을 하는 저널리스트가 배치돼야 하고 닷컴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신문사닷컴은 비즈니스와 마케팅이라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은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에 대한 결정 부분이다. 문제는 닷컴 기자 즉, 온라인 기자들에 대한 취재활동과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닷컴사 뉴스조직을 통한 취재와 콘텐츠 생산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뉴스조직의 외연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 냉정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일부 신문에서는 파견근무 등의 형태로 이미 온라인 뉴스조직을 경험하게 하고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형태로 전개되고 있어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무엇보다 저널리스트와 뉴스조직이 인터넷 미디어와 같은 쌍방향 플랫폼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스트에 대해 대우하고 융화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절실하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뉴스조직 통합이 웹 2.0 시대에 반드시 그리고 절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의 환경을 갖는 일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비한 최소한의 절차이며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많은 신문기업의 뉴스조직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를테면 신문기자는 동영상 캠코더를 들어야 하는가, 또 특종은 인터넷에 먼저 내야 하는가, 온라인 저널리스트와 신문 기자는 같은(?) 기자인가 등의 질문들이다.

특히 올해 주목받을 UCC는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던지게 되는데, 이것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도 신문 브랜드의 위상을 생각하는 이들에겐 골치 아픈 숙제가 될 것이다.
  
 
  
 

몇몇 신문에서는 UCC 영역에서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온라인 조직(닷컴)에서 담당하고 있다. 신문 쪽에서 보면 이것은 경험과 신뢰부족이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것이고, 인터넷 조직에서는 신문의 관리능력, 전략부재를 꼬집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동영상 취재도 마찬가지이다. 신문에 존재하지 않던 동영상 파트에 들어온 20대의 카메라맨들을 기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허드렛일을 하는 구성원으로 정의할 것인지 등은 얼마나 그 뉴스조직이 진보했는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될 것이다. 또 그것은 결국 그러한 뉴스조직의 안정성과도 직결돼 웹 2.0 시대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지 모른다.

웹 2.0의 미디어 주도권은 수많은 지식대중에 의해 형성된 신질서와 이를 제대로 수렴한 일부 웹 사이트로 이미 넘어간 상황이다. 그런데도 종이신문만 고집하는 조직과 기자들을 가지고 새로운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혁신없는 희생, 희생없는 혁신”을 부르짖는 것처럼 허황된 일이다.

신문만의 고유한 UCC 전략 그리고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은 개별 신문이 해낼 수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남들이 한다고 UCC를 하고, 경쟁매체가 도입한다고 동영상 취재를 시키는 것은 또다른 조악함에 지나지 않는다.

순방문자수가 10만도 되지 않고 유가부수가 30만부도 되지 않는 신문들이 충성도로 비견되는 UCC를 도입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보다 상황이 좋은 메이저 신문들이 UCC와 비디오 서비스를 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기자들이 이용자들과 소통을 게을리하고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하는 아날로그 문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웹 2.0 시대의 신문이 살아남는 길은 조직과 (취재) 시스템 전반을 변화하기 이전에 기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 인식과 실천을 바꿀 수 있도록 치밀하고 설득력있는 경영전략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장 중요한 신문의 2.0 버전-‘철학의 변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출처 : 기자협회보 2007.1.3. 인터넷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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