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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포스트 노무현'을 생각한다

by 수레바퀴 2004. 9. 24.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가 산적한 국정과제를 놓고 격랑 속에 있는 가운데, 한국 주류 사회가 조심스럽게 노무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舊기득권은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던 DJ에게는 질서-체제를 양보할 수 있었지만, 낯설고 투쟁적인 '노무현'과는 쉽게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 盧대통령은 집권 이후 舊기득권을 조롱하면서 그들이 껴입은 방호막들의 하나인 언론-의회를 모욕했다. 마침내는 盧대통령과 지속적인 충돌의 결과, '탄핵'이라는 갈등의 정점을 거쳐야만 했다.


이 지속적인 충돌은 그러나 숙지지 않은 채 더 강한 공방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盧대통령이 舊기득권이 숭배한 수구냉전 이데올로기의 철심인 국가보안법을 한국사회에서 뽑아내려고 하고 있는 데다가, 숨겨온 위선의 조각인 친일의 역사를 구조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참여정부는 이른바 실질적인 '균형과 분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을 왜소화하는데 나서고 있다. 舊기득권은 과거(역사)-현재(보안법:냉전주의)-미래(서울)를 잃을 수 없다는 태세이다.


최근 이회창 씨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만고불변의 법은 없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국회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냉전세력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렇게 첨예한 갈등구도에서 '포스트 노무현'을 거론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수 있다. '盧' 이후를 가정한다는 것은 개혁세력에게는 힘의 분산과 내부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盧'를 잃을 수도 있다.


'盧'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단순히 표상하지만, 한국사회에는 남다른 외연을 이미 확장시키고 있다. 이미 盧대통령은 첫째, 한국사회에 비주류로 대표되는 소수자의 전진 배치 둘째, 억압된 이데올로그들의 부활 셋째, 이에 따라 (한국전 종전 이후 의회를 장악하는데 실패한) 舊기득권과의 치열한 대결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盧대통령은 한국사회를 '패러다임'의 변경으로밖에 해명할 수 없는 중요한 장치와 신호를 만들었다.


盧대통령은 '혁신'이란 명칭을 정부기구에 사용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그것이다. 그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주창하고 그것을 실제로 설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권과 차별, 배제라는 종전의 기득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기구(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등)와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의 질서를 혁신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盧'가 시연하는 철학과 테마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은 盧 이후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盧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노무현'을 내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카드-냉전, 특권, 차별, 배제, 중앙집권를 배격하는 일체의 가치들-를 숨기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분출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는 안전한 자신을 지향하는 자아의 한 부분과, 안주하려는 黨의 한 부분과, 화석처럼 굳어진 주류사회의 관습과 싸워야 했다.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 시대의 막차가 될 것임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지자들은 포스트 노무현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완전한 소외자의 출신이었으며, 고독한 투쟁으로부터 탄생하였으며, 스스로 萬人의 발에 밟히는 디딤돌이 된 '노무현'에게 긴 영예의 안식처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이 역사란 새로운 자에 의해서 쓰여진다. 그래서 지금 주류사회의 여전한 반노무현 기류와 노무현 이후를 준비하는 데 대응해서  포스트 노무현을 준비하는 것은 중차대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또다시 盧와도 다른, 새로운 역사를 여는 조건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고, 그럴 경우에 한해서만 현재의 집권세력이 견지하는 정치적 아젠다가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포스트 노무현의 '조건'-단서는 야권의 후보 선출과 맞물리면서, 상당히 난삽한 과정을 거쳐서야 주목받게 되겠지만, '여성'이라는 화두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본다.


200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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